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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분미’와 정성일 평론가 시네마톡 영화

와병 중인 노년의 사내 분미(타나팟 사이사이마르 분)는 죽음을 앞두고 처제 젠(제니라 퐁파스 분)과 함께 자신의 농장으로 향합니다. 저녁 식사를 위한 식탁에서 분미는 19년 전 사망해 유령이 된 아내와 산에 들어가 실종된 뒤 원숭이 귀신이 된 아들과 재회합니다.

2010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엉클 분미’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필모그래프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라는 것이 중평이지만,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 비해 여전히 난해한 영화입니다. 기승전결의 4단계에서 기와 결은 분명하지만, 승과 전은 불분명합니다. 서사가 결말을 향해 일직선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인과관계가 결여된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도 유명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답게 ‘엉클 분미’는 전위적인 작품입니다. 카메라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고정되어 롱 테이크로 촬영되었으며, 인위적인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영상이 어둡고, 배우들의 연기는 표정 변화를 찾을 수 없이 담담하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와도 닮았습니다.

사스콰치를 닮은 원숭이 귀신과 죽은 자의 유령이 일상에 개입하지만 주인공 분미는 전혀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습니다. 이는 ‘엉클 분미’의 영어 제목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가 의미하듯이 자신이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된 윤회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분미가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삶과 죽음에 달관한 등장인물들이 읊조리는 낭랑한 대사들은 불경과 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듯합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숲으로 들어간다는 서사의 출발점은 가와세 나오미의 ‘너를 보내는 숲’과 비슷하지만, 철학적 주제 의식을 직선적으로 노출해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했던 ‘너를 보내는 숲’과 달리,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무수한 의문을 던지는 ‘엉클 분미’는 보다 깊은 통찰력이 엿보입니다. 중반에 삽입된 공주와 메기의 동화적인 섹스 장면은, 수많은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분미의 전생의 한 모습이지만, 공주와 메기, 혹은 공주와 정을 통하려 했던 가마꾼, 더 나아가 공주와 메기 사이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자식 중 그 어느 것인지는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깁니다. (분미가 마지막으로 찾은 동굴 속 샘의 물고기들도 메기와 연관지을 수 있습니다.)

CGV 무비꼴라쥬의 시네마톡의 일환으로 영화 상영 종료 후 1시간 정도 진행된 강연에서 정성일 평론가는, 2010 칸 영화제에서 한국 언론은 이창동 감독의 ‘시’를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영화제를 앞두고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에게 보내는 편지’가 상영된 것만으로 ‘엉클 분미’의 수상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약력을 소개한 후, 여러 개의 스크린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이 하나의 스크린만을 사용하는 영화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를테면 분미와 유령 아내, 원숭이 귀신이 된 아들이 한 자리에 모인 식탁 장면은 분미와 아내, 그리고 분미와 아들의 별도의 시간에서 벌어진 장면 간주하여,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분리되는 미디어 아트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주와 메기의 폭포 장면과 분미 일행의 동굴 장면은 폭포의 물과 숲의 건조함이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것 또한 미디어 아트의 연출 방식을 상기시킵니다.

끝으로 ‘엉클 분미’는 매우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자들이 정글에서 학살당한 것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원숭이 귀신이 바로 사회주의자의 은유라는 것입니다. 분미가 미래를 회상하는 스틸 장면에서 원숭이 귀신이 군인들(한국의 예비군복을 입은 인물도 등장합니다.)에게 체포당해 구타당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미래가 아닌 태국의 과거로 간주해야 합니다. 따라서 퐁피두센터에서의 상영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군부 독재에 신음하는 태국의 민주화를 갈망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에 대한 프랑스의 전폭적인 지지라는 것입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님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