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코믹스의 만화를 영화화한 ‘레드’는, ‘Retired, but Extremely Dangerous’의 머리글자를 따온 제목 ‘Red’가 상징하듯이, 은퇴했지만 솜씨가 녹슬지 않은 CIA 요원이 주인공입니다. 1955년 생 브루스 윌리스가 33세인 1988년 ‘다이 하드’로 전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부상한 지도 어느덧 22년 전의 일이기에, 현역이 아닌 은퇴자 신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가정을 가진 중년 남성에서 혈혈단신의 노인으로 설정도 바뀌었습니다. ‘솜씨가 녹슬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은퇴한 주인공이 노구를 이끌고 와이어 액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브루스 윌리스가 수행할 수 있는 액션의 난이도는 최근 헐리우드 영화의 평균치를 충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지난 세월이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따라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익스펜더블’에서 그랬듯이 브루스 윌리스에게도 친구가 필요합니다.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브라이언 콕스, 그리고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선택된 친구들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레드’가 평범한 팝콘 무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역전의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했기에 엉성한 각본의 틈이 그나마 덜 노출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액션과 스릴러의 요소를 강화했다면 보다 나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레드’는 코미디와 로맨스에 치중했고, 그 결과 전개와 결말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헐거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의 상대역을 맡은 메리 루이스 파커는 4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3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1995년 작 ‘보이즈 온 더 사이드’의 풋풋한 매력이 사라지고 인공미만 남았습니다. 평범한 생활에 질려 일탈을 원하던 여성이 아슬아슬한 성격의 남성을 만나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극중에 등장한 대중 소설과 궤를 같이 하는데, 서사 구조의 얼개는 전반적으로 ‘로맨싱 스톤’을 연상시킵니다. 프랭크를 추적하며 그와 사제 관계처럼 발전하는 CIA 요원 윌리엄(칼 어반 분)이 결말 이후 프랭크와 사적인 친분을 유지하는 장면이 추가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플라이트 플랜 - 가장 큰 충격은 조디 포스터의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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