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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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 치유 위한 불교적 판타지 영화

시인 지망생 선호(김영필 분)는 부모와 함께 농사짓는 것이 지겨워 키우던 소를 내다 팔려합니다. 하지만 선호의 굳은 결심은 우시장에서 흔들리고, 과거 사랑했던 현수(공효진 분)로부터 그녀의 남편이자 자신의 친구의 갑작스런 부음을 받게 됩니다.

김도연의 소설을 임순례 감독이 영화화한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제목부터 기묘합니다. 1995년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개정판에서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으로 책 제목이 바뀌었습니다.)의 동명의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입니다. 애당초 함께 여행이 불가능한 대상과 동행한다는 제목부터 흥미를 자아내는데,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주인공 선호가 소를 팔러 출발했을 때까지 만해도 사실적인 서사가, 이름부터 우스꽝스러운 사찰 ‘맙소사’에 들르면서부터 기묘한 판타지로 선회하기 시작합니다.

판타지로 전환된 후부터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인과관계가 결여된 우연이 겹칩니다. 선호가 길을 나서자, - 1960년대의 포크 그룹 ‘피터, 폴 앤 메리’에서 착안한 - ‘피터’라는 애칭의 현수의 남편이 때마침 사고로 사망하는 것부터 그렇습니다. 현수, 피터와 함께 추억을 만든 바닷가에서, 선호가 소의 고삐를 쥔 채 현수와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부터는 완전한 판타지의 영역으로 접어듭니다.

‘소를 팔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기에 선호가 쉽게 소를 팔지 못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혼기를 넘겨 ‘베트남 처녀’ 운운하는 잔소리에 시달리는 선호와 별안간 남편을 잃고 혈혈단신이 된 현수가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돌발적이며 속을 알 수 없는 이미지의 공효진이지만 그녀가 분한 현수가 남편을 잃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특별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윤리적 지탄의 대상이라, 선호와 현수의 여정에는 성적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따라서 ‘여행을 통한 치유’라는 로드 무비 장르의 상투적인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중간 과정이 중요한데, 의외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선호의 꿈이 현실과 겹쳐지며, 때로는 꿈속의 꿈이 겹겹이 배치되는데, 도교의 ‘호접지몽’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불교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소는, 여정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선호가 지긋지긋해하지만 결코 끊을 수 없는 부모와의 인연을, 선호와 현수와의 장례식장에서의 재회 후에는 떨칠 수 없는 옛사랑의 번뇌를, 그리고 현수가 소에 피터라는 이름을 지은 후부터는 죽은 피터의 환생을 상징합니다. 인연과 번뇌, 환생은 모두 불교적인 소재입니다. 맙소사의 벽화 속 소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 선호는, 소에 올라타고 싶어 하는 소년과 조우하며, 그 소년이 동자승으로 탈바꿈하는 전개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전반적으로 불교에 의존하고 있음을 입증합니다.

하지만 번뇌를 떨치고 무욕의 경지에 도달하라는 비현실적인 교훈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습니다. 상업 영화의 속세의 주인공이 성인(聖人)과 같은 깨달음을 얻고 실천한다는 결론은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번뇌를 직시하고 긍정해 치유와 용서를 통해 마음을 넓혀 외로움과 미움에서 벗어난다는 인간적인 결론을 제시합니다.

아직도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옛 애인과 재회하는 30대의 로드 무비라는 점에서 ‘멋진 하루’와 유사하지만, 두 작품의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고, ‘멋진 하루’는 도시에서의 하루 동안의 여정이지만,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주로 한산한 국도변을 7박 8일간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며 극중에서의 소요 시간은 7발 8일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기행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다소 난해한 종교적 상징에 괘념치 않고 부조리한 상황이 유발하는 코미디와 강원도의 호젓한 산골, 국도변의 흐드러진 벚꽃, 파랗게 물들어 하늘과의 경계선이 희미해진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충분히 즐겁습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 서민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


덧글

  • 타누키 2010/11/12 00:03 #

    오 망설이고 있었는데 고민해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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