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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최연소 억만장자의 역설적 인간관계 영화

※ 본 포스팅은 ‘소셜 네트워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버드에 재학 중인 마크(제시 아이센버그 분)는 학생들이 자신의 신상을 직접 올려 참여하는 사이트를 개장해 인기를 모읍니다. 친구 월도(앤드류 가필드 분)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하버드를 넘어 타 대학으로 확장해 인기를 얻지만, 사이트의 창업 아이디어를 놓고 윙클보스 형제와 분쟁하게 됩니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시자이자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마크 주커버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셜 네트워크’를 관람하기에 앞서, 고작 서른 살도 되지 않은 ‘풋내기’를 소재로 데이빗 핀처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편집광적이며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줄 모르는, 천재다운 마크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신경질적인 오프닝을 넘어서면, 관람 전 품었던 의심을 떠올릴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몰입시킵니다.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데이빗 핀처의 연출작들은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탄탄한 서사 구조를 갖췄습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등장인물을 던져 넣고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세븐’과 ‘조디악’은 연쇄 살인범의 출현으로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이들을, ‘패닉룸’은 평화로운 일상에 틈입한 강도로 인해 위기를 맞는 모녀를, ‘파이트 클럽’은 억눌렸던 폭력적인 초자아의 대두로 일상이 변화되는 평범한 샐러리맨을 극적으로 포착한 바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내던져진 마크와 월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역설에 관한 영화입니다. 마크는 인간관계에 서툴러 친구도 적고 연애도 변변히 못합니다. 페이스북을 개장한 후 마크는 그나마 많지 않은 주변 사람들과도 하나둘씩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아이비리그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수억 명의 사람들을 맺어주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입니다. 마크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는 무한히 확장하지만 소수를 상대로 한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는 붕괴된 셈입니다.

마크가 페이스북을 개장하게 된 극중의 계기는 여자친구 에리카(루니 마라 분)와의 실연에서 비롯된 것인데, 영화 중반 마크와의 대화에서 에리카는 페이스북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며 무시하지만, 에리카도 결국 페이스북에 가입했음이 밝혀지면서 결말까지도 역설적으로 마무리됩니다. 마크가 에리카의 사랑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의 존재만큼은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정과 연애를 둘러싼 두 가지 역설이 ‘소셜 네트워크’의 근간입니다. 하버드의 소수만이 가입할 수 있는 엘리트 클럽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출발한 것이 전 세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 역시 다분히 역설적입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독특한 점은 20대에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둔 천재를 묘사하며, 소위 ‘성공시대’ 류의 낯 뜨거운 찬양, 혹은 성공한 기업가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폭로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가치중립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마크가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동료를 적으로 돌리며 제거하는 과정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영리하고도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음을 묘사하며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넘기는 절묘함을 잊지 않습니다.

실화에 기초한 점에서 ‘조디악’을 연상시키도 하지만, ‘조디악’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전개가 더디고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 부담스러웠던 점을 감안하면, 군더더기 없는 전광석화 같은 편집과 속사포처럼 깔리는 압도적인 대사, 그리고 유머 감각은 ‘파이트 클럽’을 연상시킵니다. 과거와 현재를 혼재시키는 편집을 바탕으로 한 법정 스릴러의 얼개를 가졌다는 점에서, 데이빗 핀처는 스릴러를 연출할 때 가장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의 몰입도를 높이는 또 다른 매력 요소는 실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에 부여된 뚜렷한 개성입니다. 마크와 월도 모두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 마크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상승을 모색하지만, 월도는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것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계기가 됩니다. 중반 이후에는 냅스터를 창시한 숀 파커도 등장하는데, 마약과 음주를 즐기는 즉물적이고 쾌락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캐스팅은 배우의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한 것입니다.

아마도 마크 주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크’의 세부적인 진위 여부나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 실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이에게 페이스북을 홍보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만족할 듯싶습니다.

에이리언3 - 에이리언보다 무서운 죽음의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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