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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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인생 - ‘인생’은 없고 ‘맛’만 있다 영화

영화사를 운영하는 조 대표(류승수 분)는 개봉작의 흥행 부진에 골머리를 앓다 훌쩍 경포대로 여행을 떠납니다. 홀로 호텔에 숙박한 그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대생 민아(이솜 분)가 20년 전 하룻밤을 함께 보낸 여성의 딸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조 대표는 민아에게 새로운 영화 촬영을 위한 헌팅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극장 스폰지하우스의 스폰지이엔티를 경영하는 조성규 대표의 감독 데뷔작 ‘맛있는 인생’은 마흔 줄에 이른 사내가 딸일지도 모르는 여대생과 보내는 3일 간의 동해안 기행을 묘사한 로드 무비입니다. 여정에서 만난 연하의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과 희망적인 영화의 결말은 송일곤 감독의 2005년 작 ‘’을, 예술에 종사하는 남성의 달뜬 성적 욕망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을 포착한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맛있는 인생’은 데뷔작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러닝 타임은 92분에 불과하지만, 오프닝의 내레이션부터 진부하며 지나치게 친절합니다. 전화 통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조 대표가 처한 상황을 주지시킬 수 있지만, 이를 내레이션으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사족을 붙입니다. 조 대표와 민아가 방문한 커피숍에서 술자리로 확장되는 장면도 지나치게 길어 호흡 조절에 실패합니다. 차라리 10분 정도 줄여 80분 정도로 압축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맛있는 인생’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비논리적 전제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조 대표는 민아가 자신의 딸일 것이라는 전제를 너무나 손쉽게 수립하는데, 다른 남자의 딸이거나, 민아의 어머니가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여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조 대표라는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오류에서 출발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조 대표의 절친한 친구로 목소리만 등장하는 봉 감독(박해일 분) 역시 엉성한 전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조 대표가 영화의 흥행 실패와 자금 압박보다 민아가 자신의 딸인지 여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부터 비현실적인데, 그 같은 고뇌가 비논리적 전제에서 출발하니 영화 전체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논리적 전제에서 출발한 민아의 정체의 비밀은 결말에서 너무나 손쉽게 해소됩니다.

조성규 감독 본인의 자전적 영화로 홍보중이며, 류승수가 분한 주인공 이름 또한 자신의 성과 지위를 물려받았으나, 영화는 내내 맛집을 기행하며 먹고 마시는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어 극중의 조 대표가 빚 독촉에 시달리는 현실적인 인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예술적 고뇌나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 또한 엿보이지 않습니다. 제목은 ‘맛있는 인생’이지만 ‘인생’은 없고 ‘맛’만 남은 셈입니다.

일상에 찌든 초중년 남성의 일탈기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성적 긴장감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애당초 자신의 딸로 상정한 젊은 여성을 상대로 근친상간이 될지 모르는 행위를 시도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조 대표의 부유하는 성욕을 대신하는 것은 안마방 실장인데, 영화 전반의 흐름에 동참하기보다 양념처럼 등장해 웃음을 던져주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입니다. 따라서 냉정히 평가하면 ‘맛있는 인생’은 상업 영화라기보다는 때깔이 조금 나은 대학생들의 졸업 습작 영화처럼 보입니다.

횟집 주인 역의 고창석을 비롯한 조연들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개연성 없는 각본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어 서사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고창석은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 감독’으로 등장한 바 있는데, 그가 출연한 ‘맛있는 인생’에도 ‘봉 감독’이라는 인물이 박해일의 목소리로 등장한다는 점은 이채롭습니다. ‘영화는 영화다’와 ‘맛있는 인생’ 모두 스폰지이엔티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우연이 아닙니다.)

유일하게 인상적인 것은 모델 출신의 이솜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정형화된 인공적인 미인형에서 한 발 벗어나 있지만, 풋풋한 외모는 어설픈 연기마저 자연스럽게 대학생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눈에 띕니다. 동안의 얼굴과 달리 장신이라는 점도 독특합니다. 외모에 손을 대지 않고 개성을 유지한다면 차후 필모그래피가 기대됩니다.

유재하의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과 함께, 그가 11월 1일에 사망했다는 대사가 삽입되었으며, 문자 메시지 등에 나타나는 시간적 배경이 영화가 개봉된 2010년 10월 말로 설정되었는데, 이는 조성규 감독이 자신이 소유한 극장 스폰지하우스에서 10월 마지막 주에 개봉할 것을 제작 단계부터 상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글

  • MayBe 2010/11/09 16:51 #

    어제 광화문스폰지에서 봤어요~
    기대를 안 해서인지.. 넘 재미있었어요~
    류승수님 연기가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고.. 다 큰 애기 같아 귀엽기도 하고.. 어설프게 웃기려는 다른 영화보단 훨씬 빵 터지게 웃겨주는 맛도 있었고~ 호텔종업원 꽁지머리 아저씨(백일길님) 최고 ㅋ

    기분 꿀꿀한 날 .. 미소짓게 만드는 영화 ~
    1995년 이후 학번들은 공감못할만도 할 것 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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