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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영원한 전쟁 - 반전(反戰) SF 소설의 걸작

‘영원한 전쟁’은 조 홀드먼이 베트남 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장편 SF 소설입니다. 외계인 토오란과의 무의미한 전쟁을 위해 징집된 청년 만델라가 초년병을 거쳐 지휘관에 오르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물리학과 천문학을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전쟁을 체험한 작가의 경력이 녹아들어 천체물리학, 군사학뿐만 아니라 경제학, 역사학 등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식견이 엿보입니다. 따라서 ‘영원한 전쟁’은 지적인 하드 SF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상대성 이론의 시간 팽창 등의 물리학 이론 등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SF 특유의 설정을 찬찬히 곱씹을 수 있다면 치밀하고 섬세한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문체도 인상적입니다.

SF의 전투 장면이라면 허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작가가 베트남 전에서 중상까지 입었던 만큼, 배경만 우주로 옮겼을 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공포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훈련 장면에서부터 교전 준비, 교전과 이후의 뒤처리 과정에 대한 꼼꼼한 묘사는 매우 사실적입니다. 체험에서 비롯된 작가의 관점이 뚜렷하기에, 단순히 베트남 전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전쟁이라는 인류적 차원의 우(愚)를 비판하는 반전(反戰) 소설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전쟁에 관한 묘사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만델라가 첫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뒤 조우하는 22년 뒤의 지구입니다. 만델라가 군에 징집되어 훈련을 거쳐 첫 전투에 투입되기까지 체감한 시간은 2년여에 지나지 않지만, 시간 팽창 효과에 의해 22년 뒤에 귀환하게 된 것인데, 지구는 그야말로 무정부주의적 아비규환의 상황입니다. 이는 만델라가 고향 지구를 등지고 참전을 계속하는데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양산되며, 치안이 불안하여 범죄가 횡행하고, 출산 억제를 위해 이성애를 죄악시하고 동성애를 장려하는 상황 등은 결코 SF적 유머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전쟁’은 결코 비관적인 염세론으로 가득하기만 한 작품은 아닙니다. 인류적 차원의 전쟁을 다루며 결말은 개인적인 차원의 구원에 머문다는 비판의 소지는 있으나, 만델라의 지극한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며, 인류가 이성애와 자연 출산에 대한 흥미를 회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해피 엔딩입니다. 만델라의 연인 메리게이의 관점에서 서술된 외전격인 단편 ‘분리된 전쟁’은, 동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만델라 소령’과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토오란과의 종전을 묘사한 결말만큼은 보다 여성적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작명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만델라의 이름은 불교의 만다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인류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업의 굴레, 즉 작품의 제목 ‘영원한 전쟁’을 상징하는데 한편으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만델라의 연인 메리게이는 작가 조 홀드먼의 아내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제2장 ‘만델라 하사’에는 카메하메하 병장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드래곤볼’을 즐겨 읽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밖에 깨알 같은 글씨로 표기된 편성표를 살펴보면 ‘김 소위’이나 ‘도올 병장’과 같은 한국을 떠올리는 이름이 등장해 설마 싶기도 하며, 지원 병력에는 섹스를 담당하는 군인도 있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아쉬운 것은 ‘영원한 전쟁’을 번역 출간한 ‘행복한책읽기’의 SF 소설 중 다수가 현재 절판 상태인데, ‘영원한 전쟁’에 영향을 준 고전 ‘스타십 트루퍼스’ 등도 포함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E북으로는 접할 수 있으나, 왠지 SF 소설만큼은 장르가 추구하는 바와는 정반대인 종이책에 손때를 묻혀가며 읽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넷 서점의 할인 폭을 보면 ‘영원한 전쟁’도 절판의 운명에서 멀지 않은 듯합니다. 헐리우드에서는 영화화 움직임까지 보이는 걸작 SF 소설이 유독 한국에서는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덧글

  • 른밸 2010/10/30 09:49 #

    작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SF회고전할 때 SF소설 특별할인전을 했었는데, 그 때 미리 구했어야 하는 작품이 많군요 ㅠㅠ

    영원한 전쟁이 하드SF로 분류되긴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저도 재미있게 봤으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더군요. 처음 읽었을 때랑, 얼마 전 다시 읽을 때 안보이던게 보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ㅎㅎ 스타십 트루퍼스 소설판은 아직 못봤는데 빨리 구해야겠네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프레디 2010/10/30 10:59 #

    이 작품이 70년대에 나왔으니, 카메하메하라는 이름은 드래곤볼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겁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이름이지요.
  • 디제 2010/10/30 11:37 #

    '영원한 전쟁'이 1970년대에 처음 발간된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작가 자신이 직접 첨삭한 새로운 판본이 나왔기에 혹시 1990년대 이후 첨삭에서 '카메하메하'라는 이름이 새로 포함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국내 번역본은 2003년 본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1970년대 초판 원본을 확인해보면 확실해질 문제이긴 합니다만...
  • 잠본이 2010/10/30 15:16 #

    카메하메하는 그냥 보통 이름이 아니라 19세기에 하와이 섬을 최초로 통일한 유명한 왕(및 그가 속한 왕조)의 이름이니 미국인들에겐 이쪽이 더 친숙할 겁니다.

    설령 90년대 이후에 집어넣었다 치더라도 작가가 어디서 그걸 따왔는지는 작가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니 드래곤볼의 영향일지 아닐지는 성급히 말하기 힘들죠.
  • ArchDuke 2010/10/30 12:58 #

    꼭 사야겠군요
  • 잠본이 2010/10/30 15:12 #

    시공사판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 안샀는데 달라진 내용이 많다니 한번 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군요.
  • 2010/10/30 16: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11/08 16: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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