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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 - ‘생각하는 사람’ 롱 인터뷰

신초샤의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 여름호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 롱 인터뷰’는 ‘1Q84’ 3권이 일본에 출간된 직후인 5월 중순 2박 3일에 걸쳐 도쿄 외곽의 가나가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기자와의 1:1 인터뷰를 꼭 100페이지 분량에 담았습니다. 작품으로만 말하는 것을 신조로 여겨 방송 인터뷰는커녕 지면 인터뷰도 흔치 않은 하루키가 이처럼 긴 인터뷰에 응하며 흑백 사진까지 여러 장 게재된 것은 그야말로 진귀한 일인데, ‘태엽 감는 새’ 이후 장편 소설을 독점 출간한 신초샤와의 특별한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키의 모든 것이 실린 역대 최대 분량의 인터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일 간의 인터뷰는 날짜마다 화제를 뚜렷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 날은 ‘노르웨이의 숲’(국내에는 ‘상실의 시대’로 번역 출간)을 비롯한 장편 소설에 대한 회고와 옴 진리교 사건을 취재한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과정, 소년 시절 심취했던 역사 서적과 1990년대 프린스턴에서의 생활에 관해 술회합니다. 둘째 날은 ‘1Q84’의 후속편의 가능성과 하루키에게 영향을 준 일본 및 해외 작가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간사이 출신으로 도쿄 와세다대에 진학하게 된 과정과 소설가로서의 하루키의 일상을 다룹니다. 마지막 날에는 번역가로서의 하루키와 미국 출판계에 진출하게 된 과정,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예루살렘 상 수상에 관한 솔직한 심정이 드러납니다.

하루키는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먹하게 변화하게 될 정도였으며 지금도 많이 팔리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소년 시절 추오코론샤의 ‘세계의 역사’ 전권을 독파할 정도로 역사에 심취한 것이 ‘태엽 감는 새’에서의 노몬한 전쟁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었다고 밝힙니다. 초미의 관심사인 ‘1Q84’의 후속편에 대해 4권이 되든 0권이 되든 장담할 수 없으나, 1권 이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3권 이후의 이야기도 남아 있기에, 속편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집필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후속편 ‘1973년의 핀볼’의 집필 당시 자신의 능력의 2할에서 2할 5푼까지 사용했다면,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7할까지 사용하게 되었으며 ‘태엽 감는 새’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케일의 세계관을 창조했다고 자평한 하루키는 끊임없이 시점과 문체에 대해 고뇌하는 작가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출발했지만 한계를 느끼고 ‘태엽 감는 새’에서 가사하라 메이 등의 인물을 활용해 3인칭 시점을 시험한 것이 ‘1Q84’의 완전한 3인칭 시점으로 연결되었으며 서사의 힘을 지닌 1, 2권과 달리 정체된 3권은 다르기에 3권의 문체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언급합니다.

하루키 소설의 일관된 주제 의식이라면 아버지, 즉 부성으로 상징된 권력의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구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이것이 자신의 부자 관계에서 비롯된 불만이 아니며 부모와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은 매우 평온했음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집필 과정에서의 취재를 예로 들며, 잘못된 시스템에 소속된 인간은 부조리를 깨닫지 못한 채 오류를 반복할 수 있음을 경계합니다. 하루키의 뚜렷한 정치적 신념은 작년 2월 예루살렘 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계란과 벽’의 비유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루키는 예루살렘 상 수상을 받아들인 자신에 대해 비판 일색이던 언론이 수상 소감 발표 후 호의적으로 돌변한 것에 대해 ‘형편없다’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문학을 비롯한 서양 문학의 영향 하에 절대적으로 놓여 있으며, 일본 작가이면서도 일본 문학에 무관심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 하루키이지만, 의외로 일본의 고전 및 현대 문학에 대해 상당히 해박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심리 묘사 위주의 작품보다는 ‘제3의 신인’ 즉, 1955년을 전후해 등장한 작가들로 이데올로기나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요시유키 준노스케, 야스오카 쇼타로 등에 대한 호의를 표합니다.

인터뷰는 딱딱한 하루키의 문학 세계와 정치적 신념을 다루는 데에만 치중하지 않습니다. 박스 처리된 짤막한 인터뷰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조명합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으로 항상 진구 구장 근처에 살며 1루 내야석에 앉아 맥주와 함께 야구를 즐기는 것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털어 놓습니다. 이밖에 영화, 음악, 패션, 낮잠 등의 취향과 젊은 시절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전 신주쿠에서도 노숙을 한 바 있다는 흥미로운 후일담을 털어 놓는데, 영화 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극장을 나서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불만은 의외로 하루키 답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아내 무라카미 요코에 대해서는 과거 일본 문학 전집을 구매해 어쩔 수 없이 하루키가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외에는 근황에 대한 언급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아마도 아내와의 불화가 원인이라기보다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어 하며 아내를 사랑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400자 원고지 10페이지를 집필하는 금욕적이며 성실한 소설가로서의 작품 세계와 인간으로서의 하루키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해소시키는 롱 인터뷰는 그의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하루키를 말장난과 섹스 묘사에 치중하는 표피적인 작가로 치부하는 국내 문단의 일부 인사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하루키를 평가절하하는 일부 인사들은 왜 그의 소설이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이에게 호소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결여하고 있으며, ‘표피적인 말장난’보다 자신들이 못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신감과 고뇌 사이에서 노력하며 어느덧 롤 모델조차 없다는 60대의 하루키의 ‘1Q84’의 후속편과 그 이후의 작품 전개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계간지 ‘문학동네’를 통해 번역되었는데, 원서인 ‘생각하는 사람’의 말미에는 ‘편집부의 수첩’을 통해 하루키 인터뷰 취재 과정도 짤막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 실망스런 하루키의 동어 반복
어둠의 저편 - 어울리지 않는 하루키의 변화
‘1Q84’ 1권, 2권 총력 리뷰 - 도그마의 안티테제는 사랑
1Q84 제3권 - 극적인 재회, 미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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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굴 속의 1Q84 | Cultura Scope 2010-10-26 13:33:48 #

    ... 17;)과 맞물려 올 상하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1Q84′는 모두 인지하듯 그렇게 대단한 사건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다. 혹자(또는 몇몇의 전문가들이)가 주장하듯, 하루키 문학의 주제의식은 ‘개인의 구원’에 지극히 정성을 들이는 거라면 이번에도 이에 대한 기대심리는 ... more

덧글

  • 2010/10/15 14: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nx 2010/10/15 16:32 #

    와 읽어보고싶네요. 이럴때 일어를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번역되어 책으로 나올 희망도 있겠지요?
  • 디제 2010/10/15 16:37 #

    본문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계간지 '문학동네' 2010년 가을호 (64호)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4143089?scode=032&srank=1
  • minx 2010/10/15 16:38 #

    아 그게 그거였군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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