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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2 - 200분에 응축시킨 20세기 최고의 서사시 영화

CGV 무비꼴라쥬에서 개봉 중인 1974년 작 ‘대부2’는 패밀리의 수성과 확장에 임하는 대부 마이클(알 파치노 분)과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맨주먹으로 패밀리를 조직해 대부에 오르는 비토(로버트 드 니로 분)의 꼴레오네 부자의 현재와 과거가 중첩됩니다. 전편 ‘대부’에서 비토로부터 패밀리를 물려받은 마이클의 후일담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시퀄이지만, ‘대부’에서 말론 브란도가 분해 노년기만 등장했던 비토의 젊은 시절이 묘사되기에 프리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소년 비토가 이민 직후 천연두로 인해 격리 수용된 방 안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성가를 부르는 과거 장면에, 마이클의 아들 안소니가 세례식을 받는 현재의 장면으로 오버랩되는 등 절묘한 교차 편집으로 시퀄과 프리퀄의 역할을 동시에 충족시킵니다.

‘대부2’는 단순한 갱 영화의 수준을 초월해 20세기를 200분의 러닝 타임에 응축시킨 최고의 서사시입니다. 유럽의 이민자들이 건너와 양차 세계대전을 거쳐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미국 현대사의 모든 것이 ‘대부2’에 녹아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메리칸 드림, 천민자본주의, 정경유착, 범죄, 폭력, 결혼과 이혼 및 낙태의 가족문제, 유흥과 섹스 풍속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의 천태만상을 직시합니다. 비토가 자유의 여신상과 조우하며 미국에 정착한 것이 1901년, 즉 20세기의 첫해로 설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20세기 중반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시퀄은, 초반에 클레멘자의 사망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해 비토가 주축이 되었던 1세대가 완전히 퇴장한 후 마이클이 중심이 된 2세대의 암투를 묘사합니다. 클레멘자를 대신한 펜탄젤리(마이클 V. 가조 분)가 네바다 저택의 파티에서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경쾌한 춤곡을 연주시키려 하지만 30명으로 구성된 악단에 이탈리아인이 단 한 명도 없어 연주에 실패하는 장면은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상징합니다. ‘대부’에서는 마피아 패밀리의 쟁패가 순전히 이탈리아인들만으로 좌우되었지만, ‘대부2’에서는 유태인 로스(리 스트라스버그 분)가 꼴레오네 패밀리와 암투를 벌이며, ‘전장’도 미국을 넘어 쿠바의 하바나까지 확장됩니다. 반면 비토가 주인공이 된 20세기 초반의 프리퀄은 공간적 배경이 뉴욕의 이탈리아인 마을에 한정되며, 고인이 된 클레멘자(브루노 커비 분)와 테시오(존 아프레아 분)와의 만남과 패밀리 형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의리 있고 인간미 넘치는 비토와 냉혹한 마이클이 극명하게 대조되지만,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의 변천과 패밀리의 규모 및 사업의 격차를 감안하면, 가내 수공업과 공장제 기계공업만큼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마이클은 결코 비토와 같은 방식으로 패밀리를 운영할 수 없으며, 패밀리의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 형마저 살해하는 마이클의 냉혹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든 선택에 내몰리는 마이클은 패밀리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며 비정한 결정을 내리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형제와 심복을 차례로 잃어가는 딜레마에 빠져듭니다. 주변 사람을 지키려 노력하면 할수록 마이클은 더욱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컬한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꼼꼼한 디테일로 인해 반복 관람으로 쏠쏠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대부2’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비토 역의 로버트 드 니로가 얼굴 오른쪽에 사마귀가 있어 아역(오레스테 발디니 분)에게도 동일한 위치에 사마귀 분장을 한 것이나, 비토 가문이 꼴레오네라는 성(姓)을 얻게 된 계기, 전작에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처지가 된 토마시노가 다리를 다치게 된 이유 가 밝혀지는 등 서사시가 지닌 잔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프리퀄에서 페렴에 걸린 병약한 아이가 프레도인데, 성인이 되어서의 나약한 성격과 그로 인해 맞이하는 비극적 최후를 암시합니다. 엔딩을 장식하는 회상 장면에는 ‘대부’에 등장했던 소니(마이클 칸 분), 테시오(아베 비고다 분)와 카를로(지아니 루소 분)까지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가 암투의 와중에 살해당했다는 사실에서 마피아에 연루된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참혹한 운명을 상기시킵니다.

이처럼 완벽한 영화를 극장에서 디지털로 21세기에 관람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지만, 영화를 뒷받침하는 GG 이진영의 한글 자막은 탈자가 두드러진 것이 옥에 티입니다. 쿠바 장면을 전후로 ‘가슴이 미어진다’가 ‘가 어진다’로, ‘혁명이여 영원하라’가 ‘명이여 영원하라’로 표기되는 등 번역의 질을 논하기에 앞서 탈자를 대여섯 개나 노출하며 걸작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대부 - 가부장, 그리고 폭력과 배신
대부 2 - 가족을 잃는 가장
대부 3 - 업으로 가득찬 한 사내의 일생

대부 - 참혹히 요절한 소니를 위하여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 조로한 코폴라의 마지막 걸작


덧글

  • 마러 2010/10/13 12:04 #

    정말이지 자막 탈자가 너무 아쉽습니다.

    시사회 때도 자막 오류가 있었다는데 공식 개봉마저도 이렇게 나오다니...
  • Grard 2010/10/13 12:16 #

    기왕 매니아 대상으로 개봉한 거니, 자막에서 좀 더 관계가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마이클이 톰을 조금 더 형으로, 톰이 펜탄젤리를 좀 더 '삼촌'처럼... 상원의원이 꼴레온 꼴레온 하다가 꼴레오네로 분명히 발음할 때의 뉘앙스... 그러고 보니 토마시노는 3편까지 살아 있지 않던가요. 다리를 잃은 대신 천수를 누렸나 봅니다.
  • 디제 2010/10/13 12:17 #

    늙은 토마시노는 1편과 3편, 젊은 토마시노는 2편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3편을 보면 천수를 누린 것은 아니죠...
  • Grard 2010/10/21 00:48 #

    3편 본 지 오래돼서 까먹고 있었는데 그렇게 죽었었군요(...)
  • 후카에리 2010/10/13 12:40 #

    대부는 정말 최고의 영화죠.
  • ez-1 2010/10/13 13:17 #

    아.. 다시 찾아보고 싶게 하는 글이군요.
    대부, 대부3은 재미있게 봤지만 대부2는 지루했다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
  • zeprid 2010/10/13 16:27 #

    대부1,2 는 재미있는데 3편은 그저 다시 한번 같은 것이 반복되는 듯하고 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DVD 박스셋 사놓고 몇달전에 몇년만에 다시 본..
  • 니케 2010/10/13 17:13 #

    맞아요 저도 그 '가슴이 미어진다'랑 '명이여 영원하라' 정말 거슬리더라구요. 화질은 정말 많이 개선되고 감동도 그대로인데, 하필이면 정말정말 중요한, 주인공이 형에게 "형이 배신자인걸 안다"는 그 장면에서 오타를....지금이라도 좀 수정했음 좋겠어요. ㅋ..................
  • silvir27 2010/10/13 18:45 #


    개인적으론 2편에서 이미 부는 끝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3부는 쓸데없는 주석이랄까.

    가톨릭으로서 패밀리를 중요시하던 마이클이 비정함을 넘어, 용서한다던 형을 무심히 살해하거나
    냉혹하게 아내를 내치는 등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3부의 내용보단 더 비수에 꼿히는
    느낌입니다.

    3부도 재미있게 보긴했습니다만 2부에서 이미 마이클의 생은 모든 가치관이 파괴되어 삶의 모순을
    드러내 이미 완결이 된 작품이었단 생각이 들어 몰입이 안되더군요. 여러모로 아쉬운 느낌이죠.
  • 잠본이 2010/10/13 22:16 #

    주말의 명화 시간에 더빙으로 보며 전율했던 기억이...(근데 난 1편 안봤는데 왜 이게 재미있지?)
  • 스턴즈 2010/10/14 03:06 #

    개인적으로 마이클의 눈빛이 1편부터 슬슬 변해가는게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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