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은 아이폰4로 촬영하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편집한 12편의 단편 영화를 묶은 것입니다. 국내의 유수 영화감독과 촬영감독이 다수 참여해 시대의 아이콘인 아이폰4의 매력을 호소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12편의 영화들은 몇 가지 단어를 통해 묶일 수 있습니다. 젊음, 사랑, 질주, 도시, 창공, 꿈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폰4의 주된 소비 계층은 젊은이들로, 그들의 사랑과 역동적인 질주는 도시와 창공을 공간적 배경으로 합니다. 답답한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꿈은 젊은이들이 영원히 갈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아이폰4가 추구하는 컨셉트이며, ‘세로본능’과 ‘필름 덕후’ 등 일부 작품들에서 아이폰4는 가벼운 소품의 차원을 넘어 서사의 핵심 소재로 활용됩니다.
각각의 영화는 개성뿐만 아니라 완성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작품은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의 ‘필름 덕후’(엔드 크레딧에는 ‘슈퍼 덕후’로 소개됩니다.)입니다. 아이폰4를 구입한 후 보호 필름을 깔끔하게 붙이기 위한 두 사내의 악전고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합니다. 대사가 맛깔스러우며, 두 주인공이 악전고투를 헛수고로 돌리는 반전으로 마무리됩니다. 인상적인 것은 필름의 여왕으로 등장한 류현경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무는 장면이 삽입된 것입니다. 당연히 애플의 로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노골적인 애플 홍보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의 천재적인 상술을 풍자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임필성 감독은 ‘지상의 밤’에 이해심 없는 남자친구로 직접 출연했습니다. 작품을 연출한 것은 ‘달콤한 인생’의 촬영을 맡았던 김지용 감독인데, 시종일관 제시되는 터널과 한강 다리 등의 자동차 질주 장면은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검정색 승용차를 몰고 다닌 경로와 미장센이 거의 동일하며 도시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유사합니다.
‘지상의 밤’과 함께 액자식 구성을 지닌 것은 봉만대 감독의 ‘맛있는 상상’입니다. 에로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답게, ‘괴물’에서 간호사로 분했던 고수희를 출연시켜 왕성한 식욕을 성욕에 빗대어 해석한 작품입니다. 경쾌함과 엽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긴장을 유발합니다.
‘Face Places’와 ‘세로본능’은 무비 카메라를 대신하는 기기로서의 아이폰4의 장점을 직설적으로 어필합니다. ‘Face Places’는 복잡한 영화 촬영 현장을 떠나 자유롭게 질주하여 바다에 도착한 후, 도시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의 이미지를 나열하는데, 서사에 의존하지 않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반면, ‘세로본능’은 외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매끄럽게 제시합니다. 연인이 없는 솔로라면 아이폰4의 세로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지만, 연인이 생겨 두 사람이 짝을 이뤘다면 세로로는 모자라 가로가 필요하다는 재기 넘치는 발상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솔로라면 본능적으로 사랑을, 연인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제목은 ‘세로본능’이 아니라 ‘가로본능’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반진반’은,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제작 중인 ‘평양성’의 로케이션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작품입니다. 이준익 감독과 주변 사람들의 인식의 부조화를 비교하며 웃음을 유발하는데, 배우 정진영, 윤제문, 이광수가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농반진반’을 연출한 정정훈 감독이 성격이 급한 이준익 감독의 약점을 활용해 아이폰4로 내기한다는 내용입니다.
정윤철 감독의 ‘미니와 바이크맨’은 전작 ‘말아톤’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상처의 치유를 위한 연대’라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반복하는데, 인형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앞세웠습니다. 자전거를 소품으로 활용했고 감성적이라는 측면에서 ‘미니와 바이크맨’과 공통점을 지닌 ‘Cross, 그녀에게 장미를’은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는 카피 문구로 유명했던 의류 CF의 확장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네 작품은 모두 아쉬움이 남습니다. ‘Bang!’이라는 동명의 두 작품과 ‘오리진’은 장편 영화에서 일부 장면을 들어내 뜬금없이 제시한 것처럼 서사에 구멍이 많습니다.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물이 빈약합니다. 가장 많은 배우들을 동원한 ‘좀비헌터’는 CG에의 의존도가 높고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는 것 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유독 액션 단편 영화만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은 아이폰4의 성능의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영화에서 그 무엇보다 기본이 되어야할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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