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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장융과 존 핼리데이의 공저 ‘마오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하 ‘마오’)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 마오쩌둥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893년 탄생부터 대장정을 거쳐, 장제스를 몰아내고 대륙을 석권하고, 문화 혁명을 전후해 동지들을 숙청한 후, 노년기에 권력을 잃어가다 사망하는 과정을 800여 페이지가 넘는 두 권의 책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적들이 상권이 종결된 후 하권을 시작할 때 새롭게 1페이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오’는 하권의 첫 페이지가 상권을 계승한 441페이지로 매겨지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05년 영국에서 발행된 책을 2006년 세 명의 번역자를 통해 ‘까치’에서 국내에 출판했는데 어지간한 두께의 번역서라면 글자를 키우고 자간을 넓혀 양장본으로 내놓는 국내 출판계의 관행을 거슬러, 1990년대까지 발행된 사회과학 서적을 연상시킬 정도로 글씨와 자간이 작은 페이퍼백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세 명의 공동 번역자에 의한 번역은 영어 문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직역에 가까워 매끄러운 편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마오’는 좌파적 입장에서 그의 업적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정반대의 입장으로 접근합니다.

‘마오’는 마오쩌둥의 이면에 천착합니다. 대장정을 통해 통일을 완수하고 중국을 강대국의 반열에 올린 인물이라는 마오쩌둥에 대한 세간의 통념에 과감히 반기를 들고 그가 평시에만도 수천 만 명에 달하는 중국 인민들을 아사시킨 잔혹한 폭군이었음을 주지시킵니다. 공산당의 지도자였으나 ‘자본론’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공산주의 이론에는 무지했으며, 인명을 경시하는 공포 정치와 권력 추구에만 광분한 무자비한 파렴치이자 엽색 행각자로 묘사합니다. 따라서 마오쩌둥의 인간적인 장점은 독서와 수영을 즐긴 것뿐이며 그의 업적은 장제스의 조상 묘를 파괴하지 않고 온존하도록 지시한 것에 불과했다고 혹평합니다.

따라서 동시대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마오쩌둥에 농락당한 얼간이로 묘사됩니다. 흐루시초프는 마오쩌둥의 협박에 못이겨 핵폭탄 제조 기술을 내놓았으며, 닉슨과 키신저는 소련을 매개로 활용해 미국의 최신 기술을 입수하려는 마오쩌둥에 이용당했고, 장제스는 마오쩌둥이 심어 놓은 간첩을 중용해 국공내전에서 패했으며, 저우언라이는 온화한 신사처럼 행동했지만 비겁한 아첨꾼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묘사됩니다. 대신 문화 혁명을 전후해 마오쩌둥에 저항한 류사오치는 인민의 고통을 직시한 용기 있는 인물로, 노년기의 마오쩌둥과의 권력 투쟁에서 결국 승리한 덩샤오핑을 현명한 인물로 묘사합니다. 즉, 마오쩌둥을 넘어서지 못한 인물들을 부정적으로, 그에게 대항한 인물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시각을 견지합니다.

두 공저자의 일관된 부정적인 시각은, 과연 마오쩌둥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었으며 그의 내면에 악랄함 이외에 어떤 미덕이 있었는지 포착하는데 실패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엄청난 두께의 상하권을 모두 독파한 후에는 도리어 마오쩌둥의 삶과 업적이 고작 이런 것에 불과했는가 하는 궁금증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됩니다. 이를테면, 국공내전에서의 마오쩌둥의 군사적 승리의 원인은 단지 간첩을 잘 심어서였기 때문이라고 규정하지만, 뒤집어 보면 마오쩌둥이 첩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오’는 지나치게 비판적인 관점으로 인해 균형 감각을 상실한 전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상권에서는 아들 마오안잉이 소련에 억류되어 볼모 신세가 되었을 때 마오쩌둥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귀환시키려 한 점에 대해 권력을 사적으로 전용했다며 문제 삼지만, 막상 하권에서는 마오안잉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했음에도 이에 무관심했으며, 마오안잉의 아내이자 자신의 양녀 류쓰지와 아들의 죽음에 관해 농담하며 근친상간적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언급된 두 사건 사이에 왜 갑자기 마오쩌둥이 자신의 장남에 대한 사랑이 식고 무관심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단지 마오쩌둥을 부정적 인물로 단정 짓기 위해 일관성마저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쉐량과 키신저, 조지 부시 등 유명 인사들과 직접 인터뷰했으며, 중국과 러시아, 동유럽 등의 공문서에 근거한 노작임에는 분명하지만, 공저자 두 사람의 시각에 어울리는 자료들만을 선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마오쩌둥의 삶 전체를 단 몇 십 페이지로 압축한 각 권 중반의 사진들은, 매우 시각적이며 충실한 설명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하지만, 역시 마오쩌둥을 음험한 인물로 묘사하는 부정적인 사진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제1권과 제2권 말미에 소개된 가족사와 사생활 역시 마오쩌둥의 약점을 파헤치는데 집중합니다.

결국 출판사가 ‘까치’라는 사실과, 과거 사회과학 서적을 연상시키는 페이퍼백과 자잘한 활자의 첫 인상과 달리, ‘마오’는 마오쩌둥에 대한 증오와 우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문화혁명을 비롯한 마오쩌둥의 과에 대해서는 분명한 비판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균형감각을 결여한 편향적인 전기의 내용을 모두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사란 뻔뻔스럽고 잔혹한 자가 승리의 열매를 따먹는다는 절망적인 교훈입니다.


덧글

  • 2010/09/09 12:55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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