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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폄하할 수 없는 고어 액션 신파극 영화

※ 본 포스팅은 ‘아저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숨겨진 과거를 지닌 태식(원빈 분)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납치된 이웃집 소녀 소미(김새론 분)를 구하기 위해 조직 폭력배와 혈투를 벌이는 내용의 ‘아저씨’는 클리셰로 가득한 신파극입니다.

어린 소녀와 성인 남성의 친분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성적 긴장감은 ‘레옹’과 ‘맨 온 파이어’를 연상시키며, 어머니가 범죄에 희생되어 홀로 남겨진 소녀를 혈연과 무관한 남자가 부성애를 바탕으로 지키는 유혈이 낭자한 고어물이라는 점에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원빈의 과거 회상 및 소미와의 이별 및 재회 장면, 그리고 결말의 장면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극의 정서로 점철되어 있으며, 스릴러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특별한 반전이 없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지녔습니다. 소미의 생존 여부를 둘러싼 결말의 반전은, 수차례 암시와, 남자 주인공(성인)이 희생당하더라도 소녀(미성년자)는 희생당하지 않는다는 이 같은 구도의 영화의 전통에 익숙하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아저씨’의 두 가지 매력은 이미 나열한 약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상당한 힘이 있습니다. 첫 번째 매력은 극단으로 치닫는 화끈한 고어 액션입니다. 소미를 비롯한 어린이 캐릭터들이 영화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폭력 묘사의 수준이 적정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과거 한국 영화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업 영화가 도전할 수 있는 극한에 이를 정도로 잔혹합니다. 액션 장면의 연출은 독창성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고어 장면과 살이 찢기고 썰리는 음향을 통해 폭력 묘사의 잔혹함을 과시합니다. 조직 폭력배와 마약을 넘어 아동까지 범죄에 악용하고 장기를 적출해 살해한다는 묘사는 한국 영화의 범죄 묘사에서 가장 잔인하면서도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저씨’는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단순함으로 넘어 우직한 영화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원빈의 매력입니다. 소미가 헤어지기 전 태식에게 주는 트레이딩 카드 ‘다크 나이트’가 상징하듯, 원빈은 무결점의 백마 탄 왕자입니다. 악을 증오하는 선함과 화려한 격투 및 사격 실력, 타협하지 않는 근성, 가장 돋보이는 잘생긴 외모와 근육질의 몸까지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입니다. 원빈의 크고 선한 눈망울이 지닌 호소력은 압도적입니다. 따라서 태식의 모든 행동은 정당화되고, 태식이 증오하는 것은 악이며, 태식의 아픔은 관객의 고통으로 직결됩니다.

원빈의 압도적인 매력으로 인해 서사 구조의 단순함, 신파 정서, 클리셰, 판에 박은 듯한 악역들(유일하게 인상적인 악역은 람로완 역의 타나용 웡트라쿨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등장인물들 중 유일한 것처럼 스테레오 타입으로 가득한 조연들 속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람로완이 총을 내려놓고 태식과 1:1로 대결하는 장면은 ‘영웅본색2’의 종반 저택에서 주윤발의 1:1 결투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소녀가 남자 주인공보다 예쁘지 않다는 사실마저 묻혀버립니다. 조직 폭력배의 보스에게 전화로 경고하는 장면에서 한껏 멋을 부린 대사가 원빈의 혀 짧은 듯한 부족한 발성으로 제대로 관객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엔드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정우성에게 ‘본 투 킬’(‘아저씨’의 안구 소품은 ‘본 투 킬’을 연상시킵니다.)이, 이병헌에게 ‘달콤한 인생’이 그랬듯이, 꽃미남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성인 배우로 전환시키기 위해, 오빠부대를 외면하고 만 18세 이상 관람가를 선택하여, 유혈이 낭자한 액션 영화의 주연을 맡은 만 33세의 원빈의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역 여배우가 에로 영화의 베드신을 거쳐 성인 여배우로 재탄생하듯이, 제목부터 어른스런 ‘아저씨’를 통해 성인 배우로 인식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묘한 표정 연기와 발성의 정확성이 부족한 약점은 아직도 보완되지 않았습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 이후 아시아를 넘어 헐리우드 영화로 발돋움했는데 욕심이 많지 않은 듯한 원빈의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덧글

  • 니앙 2010/08/10 10:00 #

    원빈의 대사가 극히 적었기에 더욱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었나도 싶네요. 그의 단점을 거의 노출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
  • ? 2010/08/10 10:24 # 삭제

    그냥 원빈빨인 영화죠. 원빈 안 좋아하는 사람에겐 뭣도 아닌 카피작일뿐.
  • 미스트 2010/08/10 18:16 #

    다크나이트 카드가 아니라 블랙나이트 카드였으면 더 상징적이었을 듯....
    (중세 로망스에서 흑기사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구호자, 구원자, 조력자의 상징이니.....)
  • 데니스 2010/08/11 14:31 #

    차라리 원빈 대사만 더빙을 했더라면.... 쿨럭
  • lucy 2010/08/25 04:32 # 삭제

    원빈도 잘 되면 좋겠네요~ ㅎㅎ 이병헌이 달콤한 인생을 통해 헐리웃을 진출했다고 하신 문장은 왠지 달콤한 인생이 무척 중요한 디딤돌을 한듯 인식시켜주는군요 !!
  • 이룸 2011/03/01 13:47 # 삭제

    읽다가 '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한다는 글을 적고 싶어서... 그렇게 강한 폭력이 중국 폭력집단의 실제 방향이란 말에 겁먹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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