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인셉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타인의 숨겨진 비밀을 훔쳐내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사이토(와타나베 켄 분)의 비밀을 캐내려다 실패한 후, 도리어 그에게 고용됩니다. 사이토의 라이벌 피셔(킬리언 머피 분)의 회사를 분할하기 위해 코브는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분)를 새로운 설계자로 채용합니다. 코브는 사이토의 권력을 바탕으로 아내 멀(마리온 코티아르 분)을 살해한 혐의로 내려진 수배령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메멘토’와 ‘인썸니아’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는 선과 악의 경계를, ‘프레스티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 바 있습니다.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 ‘인셉션’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뭅니다.
‘인셉션’의 최대 매력은 상식 밖으로 공간을 왜곡시키는 비주얼이나 의외로 평범한 액션이 아닙니다. 타인의 꿈에 잠입해 그의 비밀을 캐내고 새로운 사상을 주입하며, 하나의 꿈이 아닌 여러 개의 꿈을 겹겹이 활용한다는 설정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공간에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하도록 연출합니다.
하지만 ‘인셉션’에 대한 호평 일색으로 인해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중반까지는 설정을 확립하는 과정이 참신하지만 설명이 장황해 호흡이 지루하며, 중반부터 종반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14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보다 압축적으로 줄이는 편이 나았을 듯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아더(조셉 고든 레빗 분)가 종횡무진 하는 액션도 처음 제시될 때는 신선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속도감이 떨어져 이완됩니다. 종반의 반전과 열린 결말도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메멘토’와 ‘프레스티지’의 놀라운 막판 반전을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무의미하다는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IMAX임에도 불구하고 화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칼 같은 샤프니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굳이 비교하면 외양은 간소해도 내용이 알찼던 ‘메멘토’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도 내용이 아쉬운 ‘인셉션’이 모자랍니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초호화 캐스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와타나베 켄, 마이클 케인, 킬리언 머피는 ‘배트맨 비긴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입니다. 코브의 팀은 다양한 능력과 경력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된 특촬물의 전대를 연상시키며, 특히 홍일점 아리아드네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엘렌 페이지의 지적인 소녀 이미지를 활용한 것인데, 코브를 결정적인 순간에 돕는 미로의 설계자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퇴치할 때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인 작명입니다.
꿈에서 깨어나는 ‘킥’에 사용되는 음악은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인데, 코브의 잠재의식을 지배하는 아내 멀 역의 마리온 코티아르가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프 피아프로 출연했던 점을 상기하면 흥미로운 캐스팅입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며 마지막에 흐르는 곡이 ‘킥’에 사용된 에디트 피아프의 곡이라는 점은, 코브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해석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인셉션’이라는 영화로부터 깨어나 현실로 복귀하라는 중의적 해석도 가능합니다.
‘500일의 썸머’의 주연이었던 조셉 고든 레빗은 감독 마크 웹이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발탁되자, 한때 타이틀 롤 스파이더맨의 물망에 오른 바 있었는데,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셉션’의 무중력 액션 장면을 통해 그가 스파이더맨이 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기대감이 충족된 것은 아니지만, ‘인셉션’은 분명 흥미진진한 텍스트이며 다양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재관람 이후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멘토 - 과연 인간의 기억은 진실한가
‘메멘토’ 다시 보기 - 폴라로이드를 추억하며
인썸니아 - '메멘토'의 그늘에 가린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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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 액션이 묻힐 정도로 복잡하고 완벽한 윤리적 내러티브
다크 나이트 IMAX DMR 2D - 조커와 투페이스, 배트맨의 또 다른 자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메멘토’와 ‘인썸니아’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는 선과 악의 경계를, ‘프레스티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문 바 있습니다.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 ‘인셉션’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뭅니다.
‘인셉션’의 최대 매력은 상식 밖으로 공간을 왜곡시키는 비주얼이나 의외로 평범한 액션이 아닙니다. 타인의 꿈에 잠입해 그의 비밀을 캐내고 새로운 사상을 주입하며, 하나의 꿈이 아닌 여러 개의 꿈을 겹겹이 활용한다는 설정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공간에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하도록 연출합니다.
하지만 ‘인셉션’에 대한 호평 일색으로 인해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중반까지는 설정을 확립하는 과정이 참신하지만 설명이 장황해 호흡이 지루하며, 중반부터 종반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14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보다 압축적으로 줄이는 편이 나았을 듯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아더(조셉 고든 레빗 분)가 종횡무진 하는 액션도 처음 제시될 때는 신선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속도감이 떨어져 이완됩니다. 종반의 반전과 열린 결말도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메멘토’와 ‘프레스티지’의 놀라운 막판 반전을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무의미하다는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IMAX임에도 불구하고 화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칼 같은 샤프니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굳이 비교하면 외양은 간소해도 내용이 알찼던 ‘메멘토’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도 내용이 아쉬운 ‘인셉션’이 모자랍니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초호화 캐스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와타나베 켄, 마이클 케인, 킬리언 머피는 ‘배트맨 비긴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입니다. 코브의 팀은 다양한 능력과 경력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된 특촬물의 전대를 연상시키며, 특히 홍일점 아리아드네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엘렌 페이지의 지적인 소녀 이미지를 활용한 것인데, 코브를 결정적인 순간에 돕는 미로의 설계자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퇴치할 때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인 작명입니다.
꿈에서 깨어나는 ‘킥’에 사용되는 음악은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인데, 코브의 잠재의식을 지배하는 아내 멀 역의 마리온 코티아르가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프 피아프로 출연했던 점을 상기하면 흥미로운 캐스팅입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며 마지막에 흐르는 곡이 ‘킥’에 사용된 에디트 피아프의 곡이라는 점은, 코브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해석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인셉션’이라는 영화로부터 깨어나 현실로 복귀하라는 중의적 해석도 가능합니다.
‘500일의 썸머’의 주연이었던 조셉 고든 레빗은 감독 마크 웹이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발탁되자, 한때 타이틀 롤 스파이더맨의 물망에 오른 바 있었는데,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인셉션’의 무중력 액션 장면을 통해 그가 스파이더맨이 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기대감이 충족된 것은 아니지만, ‘인셉션’은 분명 흥미진진한 텍스트이며 다양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재관람 이후에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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