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왕가위의 영화는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어떤 배우들이 출연해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느냐와는 상관 없이 언제나 동일한 주제 의식이 변주됩니다. 바로 ‘엇갈린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아비정전’의 아비(장국영 분)는 어머니의 사랑을 원하지만 막상 어머니를 만나러 가서도 만나지 못하고, ‘타락천사’에서는 하지무(금성무 분)가 체리(양채니 분)를 사랑하지만 체리는 이전의 남자 친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왕가위의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동사서독’에서는 이것이 극대화되어 무려 6명의 인물이 엇갈린 사랑에 가슴아파합니다.
‘화양연화’에서 수리챈(장만옥 분)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했던 차우(양조위 분)가 ‘2046’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수리챈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차우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수리챈을 잊지 못해서인지 ‘2046’에서는 바람둥이로 돌변합니다. 그를 거쳐가는 여자가 무려 4명이니 바람둥이라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2046’ 이전의 작품들에서 베드신을 잘 연출하지 않았던 왕가위였지만 ‘2046’에서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베드신을 여러 장면 보여줍니다. 차우가 이런 식으로 탐닉한다는 것은 사실은 수리챈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우는 ‘2046’에서 만나는 4명의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우는 자신이 새로운 상처를 쌓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2046’에서는 이전의 왕가위의 영화들과의 연결 고리가 다수 등장합니다. 수리챈과의 사랑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화양연화’의 택시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피로에 쩔은 루루(유가령 분)가 침대에서 구두도 벗지 않고 잠이 들자 차우는 신발을 벗겨주는데 이는 ‘중경삼림’에서 금성무가 잠이 든 임청하의 구두를 벗겨주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차우가 쓴 SF 소설 ‘2046’에 등장하는 여자 사이보그들의 모습은 ‘타락천사’에서 금발에 번쩍거리는 비닐 재질의 옷을 입은 막문위를 떠올리게 하며, 차우가 혼자 호텔방에서 정장을 입고 기름을 발라 머리를 넘기는 장면은, 도대체 왜 삽입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논란이 일었던, ‘아비정전’의 엔딩신을 연상케 합니다.
‘중경삼림’에서 마냥 귀엽기만 했던 왕비(왕정문)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중경삼림’ 이후 결혼과 출산, 이혼을 거쳐서인지 왕비도 조금 나이들어 보이더군요. ‘무간도’의 2, 3편에 등장했던 유가령이 오랜만에 왕가위 작품에 등장했고 한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리도 왕가위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습니다. 나이 든 공리의 모습은 마치 장미희의 10년전 모습 같더군요. 차우와 섹스를 반복하던 바이링으로 출연한 장쯔이는 ‘연인’에서보다 훨씬 예쁘게 등장하더군요. 하지만 메이크업에 덜 신경써서인지 얼굴의 많은 점들이 그대로 등장하더군요. 장첸은 왜 오프닝 크레딧에 등장했나 싶을 정도로, 제 기억으로는 딱 한 장면에서만 등장하더군요.
감독의 의도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2046’의 화면은 너무나 초점이 맞지 않더군요. 일부에서는 국내에서의 프린트 제작 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던데 아마도 극장에서 한번 더 보면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볼 영화도 많은데 ‘2046’을 다시 봐야 한다니 무지 바쁜 나날들이 되겠군요. ‘콜래트럴’도 다시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2046’을 한번 더 보면 재차 두 번째 감상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화양연화’에서 수리챈(장만옥 분)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했던 차우(양조위 분)가 ‘2046’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수리챈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차우는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수리챈을 잊지 못해서인지 ‘2046’에서는 바람둥이로 돌변합니다. 그를 거쳐가는 여자가 무려 4명이니 바람둥이라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2046’ 이전의 작품들에서 베드신을 잘 연출하지 않았던 왕가위였지만 ‘2046’에서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베드신을 여러 장면 보여줍니다. 차우가 이런 식으로 탐닉한다는 것은 사실은 수리챈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우는 ‘2046’에서 만나는 4명의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우는 자신이 새로운 상처를 쌓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2046’에서는 이전의 왕가위의 영화들과의 연결 고리가 다수 등장합니다. 수리챈과의 사랑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화양연화’의 택시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피로에 쩔은 루루(유가령 분)가 침대에서 구두도 벗지 않고 잠이 들자 차우는 신발을 벗겨주는데 이는 ‘중경삼림’에서 금성무가 잠이 든 임청하의 구두를 벗겨주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차우가 쓴 SF 소설 ‘2046’에 등장하는 여자 사이보그들의 모습은 ‘타락천사’에서 금발에 번쩍거리는 비닐 재질의 옷을 입은 막문위를 떠올리게 하며, 차우가 혼자 호텔방에서 정장을 입고 기름을 발라 머리를 넘기는 장면은, 도대체 왜 삽입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논란이 일었던, ‘아비정전’의 엔딩신을 연상케 합니다.
‘중경삼림’에서 마냥 귀엽기만 했던 왕비(왕정문)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중경삼림’ 이후 결혼과 출산, 이혼을 거쳐서인지 왕비도 조금 나이들어 보이더군요. ‘무간도’의 2, 3편에 등장했던 유가령이 오랜만에 왕가위 작품에 등장했고 한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리도 왕가위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습니다. 나이 든 공리의 모습은 마치 장미희의 10년전 모습 같더군요. 차우와 섹스를 반복하던 바이링으로 출연한 장쯔이는 ‘연인’에서보다 훨씬 예쁘게 등장하더군요. 하지만 메이크업에 덜 신경써서인지 얼굴의 많은 점들이 그대로 등장하더군요. 장첸은 왜 오프닝 크레딧에 등장했나 싶을 정도로, 제 기억으로는 딱 한 장면에서만 등장하더군요.
감독의 의도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2046’의 화면은 너무나 초점이 맞지 않더군요. 일부에서는 국내에서의 프린트 제작 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던데 아마도 극장에서 한번 더 보면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볼 영화도 많은데 ‘2046’을 다시 봐야 한다니 무지 바쁜 나날들이 되겠군요. ‘콜래트럴’도 다시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2046’을 한번 더 보면 재차 두 번째 감상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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