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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제3권 - 극적인 재회, 미완의 이야기

※ 본 포스팅에는 ‘1Q84’ 제3권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에서 발행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1Q84’의 제3권에는 기존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텡고 이외에, 텡고에게 위협을 가했으며 ‘태엽 감는 새’에 등장한 동일 인물로 여겨지는 우시카와의 장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우시카와는 초등학교 시절 이후 20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오마메와 텡고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키가케로부터 아오마메의 행방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은 우시카와는, 뒷조사 끝에 아오마메와 텡고가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음을 알아냅니다. 아오마메에 대한 뒷조사가 난관에 부딪치자 텡고의 맨션에 방을 얻어 카메라로 도촬하며 감시를 시작합니다.

사키가케의 리더를 암살한 아오마메는 자살하려 하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은신처로 돌아옵니다. 리더를 암살한 날 텡고의 딸을 임신했으며, 자신과 딸은 크고 작은 1Q84의 두 개의 크고 작은 달과 같은 관계라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제2권에서 놀이터의 미끄럼틀에서 달을 바라보던 텡고를 맨션 베란다에서 확인한 아오마메는, 그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텡고를 미행한 결과, 미끄럼틀 위에서 두 개의 달을 바라보게 된 우시카와를 의심한 아오마메는 그의 뒤를 쫓습니다. 덕분에 아오마메는 텡고의 맨션의 위치를 알게 됩니다.

텡고는 다시 한번 공기 번데기를 보기 위해 요양 중인 아버지의 병원에 머물지만,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합니다. 텡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카에리는 텡고의 집이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리고는 떠납니다. 젋은 간호사 아다치 쿠미와 섹스 없는 하룻밤을 보내며 텡고는 하시시를 매개로 20년 전 아오마메와 재회하는 환각을 보게 됩니다. 도쿄로 돌아온 텡고는 코마츠와 만나, 그가 사키가케에게 납치, 감금당해 ‘공기 번데기’의 증쇄 포기를 강요받았음을 알게 됩니다. 병원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망을 통보받은 텡고는 아다치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르고 도쿄로 돌아옵니다.

아오마메는 우시카와의 존재를 타마루에게 알리고, 타마루는 우시카와가 은신한 맨션에 잠입합니다. 타마루는 우시카와를 고문해 그가 확보한 모든 정보를 입수한 후 살해합니다. 우시카와는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사키가케에 알리지 못한 채 사망합니다. 타마루는 아오마메에게 텡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텡고에게 연락합니다. 아오마메와 텡고는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재회하여 수도권 고속도로의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 달이 하나 밖에 없는 세상으로 옵니다.

‘1Q84’ 제3권의 차례에서 마지막 장인 제31장을 ‘텡고와 아오마메’로 예고하면서 두 주인공이 재회함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이 과연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고속도로의 에쏘 광고 간판의 호랑이 그림의 좌우가 반전된 것을 아오마메가 눈치 챘기 때문입니다.

우시카와는 제2권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제3권에서 새로이 주인공으로 추가되어 그의 과거와 내면이 드러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을 자아내게 합니다.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변호사가 되어 아내와 함께 두 딸을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외형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그의 삶이 실은 속 빈 강정처럼 허무한 것으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해 불행했음이 드러납니다. 우스꽝스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했던 우시카와는 텡고의 아파트를 감시하다 후카에리에 한 눈에 반하며 자신에게 순수한 마음이 남아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텡고의 어머니에 대한 비밀을 밝히지만, 텡고가 불쾌해 할까봐 알리지 않는 배려심을 지닌 것이 우시카와입니다. 가정을 두고서도 텡고와 주기적으로 섹스하던 여자친구의 행동 양식은, 불륜을 저질렀던 텡고의 어머니와 닮았으며, 이것이 텡고가 그녀와 정을 통했던 이유로도 밝혀집니다. 추한 외모를 제외하면 고독했던 삶만큼은 텡고 및 아오마메와 공통점이 많았던 우시카와의 죽음은 동정적으로 묘사되며, 공기 번데기를 통해 부활의 가능성이 암시됩니다.

명확히 이름이 제시되지는 않지만, 텡고의 아버지로 보이는 NHK 수금원이 후카에리가 머문 텡고의 집과 아오마메의 은신처, 그리고 우시카와가 감시하는 맨션에까지 나타나 NHK 시청료를 납부할 것을 독촉합니다. 어느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기에 그의 실제 모습을 본 사람은 없지만, 아오마메와 타마루의 전화 통화 및 우시카와의 감시를 통해 실존 인물이 아님이 암시됩니다. 즉, 혼수상태에 빠진 텡고 아버지의 의식이 구체화되어 세 사람을 괴롭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끈질기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수금원의 존재는 매우 짜증스러운데, NHK가 여론을 호도했던 일본의 국영방송임을 감안하면, 여론을 조작하며 국민을 감시하는 공권력의 상징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카에리와의 통화를 통해 수금원의 존재를 알게 된 텡고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에게 수금원 업무 따위는 잊으라고 강권하며, 텡고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수금원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텡고에게 호감을 가지고 하룻밤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보내며 하시시를 권한 아다치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교살되어 이곳에 왔다고 말하며, 아오마메와 함께 섹스 파트너를 찾아다니던 여경 아유미의 부활임이 암시됩니다. 후카에리와 우시카와가 직접적으로 텡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 주는 인물이라면, 아다치(아유미)는 간접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Q84’ 제3권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아오마메의 임신인데, 이는 아오마메가 후카에리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텡고과 후카에리가 섹스하던 폭우가 내리던 날 이루어진 것입니다. 텡고와 후카에리의 인과관계가 결여된 섹스는, 후카에리를 매개로 한 텡고와 아오마메의 간접적인 섹스 및 임신으로 연결됩니다. 10대인 후카에리와 30대인 텡고의 섹스의 과감한 묘사는 아오마메의 임신이라는 일종의 꼼수로 연결되며 혹시 모를 사회적 비난을 모면한 셈입니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이 매우 윤리적인 인물임을 감안하면 텡고의 하시시 흡연도 이채로운 장면인데, 이를 통해 아오마메의 환상을 잠시 만난 텡고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기존의 하루키의 작품들과 ‘1Q84’ 제3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텡고의 아버지를 통해, 하루키가 처음으로 죽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하루키가 등장인물의 죽음을 처음으로 묘사한 것은 ‘양을 쫓는 모험’에서 쥐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데, 쥐의 자살은 사실적이라기보다 신화적으로 서술되며, 쥐가 양사나이로 부활함을 감안하면 진정한 죽음을 묘사한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나오코가 자살한 후 장례식을 세세히 묘사하기보다 와타나베의 슬픔을 묘사하는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텡고의 아버지는 자살이 아닌 자연사이며, 노인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일본인의 장례식 풍습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장례 과정이 꼼꼼히 묘사되는데, 하루키가 어느덧 나이 예순을 넘기며 자신의 노년을 절감하고 죽음을 서서히 예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하루키는 새로운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자신의 나이를 감안하면 과연 몇 개의 작품을 더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하는데, 텡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3권은 중반부까지 제2권까지의 내용을 요약 제시하는데, 이는 독자를 배려하기 위한 의도이지만, 동시에 작가 자신을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시카와를 제외하면 서사 구조 상 텡고와 아오마메가 한 곳에 은둔하다시피 머물며, 제2권까지의 내용이 반복되기에 속도감과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오마메가 우시카와를 역으로 미행하고, 텡고가 코마츠와 만나 감금 사실을 알게 되는 중반부 이후부터 몰입도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역시 초미의 관심사는 ‘1Q84’의 제4권이 발매되느냐의 여부인데, 제3권까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과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키가케의 멤버들은 아오마메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예언의 매개물로서 그녀와 딸을 원하는데,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추적할 것입니다. 이에 맞서 아오마메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권총을 뽑아들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아오마메의 출산 또한 묘사되어야 합니다. 텡고가 그처럼 소중히 여기는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우시카와의 부활도 다뤄져야 합니다. 아오마메가 에쏘의 광고 간판의 변화로 인해 짐작했던 ‘달이 하나 밖에 없는 새로운 세계’의 진실 또한 밝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1Q84’의 제4권이 발매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암시는 일본 현지에서 제3권을 발매하며 ‘완결편’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일 제3권이 완결편이었다면 대대적인 광고 및 홍보가 수반되었음은 필연적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제4권의 발매를 확신할 수 있도록 합니다.

‘1Q84’ 1권, 2권 총력 리뷰 - 도그마의 안티테제는 사랑
오늘의 책 지름 - ‘1Q84’ 3권 (가벼운 스포일러)


덧글

  • 萬古獨龍 2010/06/18 13:30 #

    보다가 중간에 넘겼습니다.... 스포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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