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시절 일부 장면이 삭제된 TV로 ‘대부’를 접했을 때 매료된 것은 묵직한 분위기와 총격 장면 때문이었고, 20대 이후에는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개성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극장에서 관람할 때에는 포괄적인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 즉 유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장남 소니(마이클 칸 분)였습니다. 아버지 비토(말론 브란도 분)의 후계자로 처음부터 내정되었지만, 다혈질이라는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대부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참혹한 죽음을 맞는 인물이 바로 소니입니다. 하지만 이번 관람을 통해 소니의 약점은 성격적 결함 못지않게 가족을 깊이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소니는 5대 마피아의 피비린내 세력 다툼 속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동생 코니(타리아 샤이어 분)를 위해 급히 차를 몰다 톨게이트에서 난사 당하는데, 만일 그가 단순히 성격만 급한 인물이며 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소니는 코니뿐만 아니라 마이클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데, 마이클이 갱단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그가 어쩔 수 없이 솔로초(알 레티에리 분)와 맥클러스키(스털링 헤이드 분)를 암살하기로 결정되었을 때에도, 떠나는 마이클의 뺨을 어루만지며 맏형답게 동생을 걱정합니다. 이 장면은 소니의 다정다감함을 상징하지만, 결국 소니와 마이클의 마지막 대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소니는 어릴 적부터 비토로부터 가족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철두철미하게 교육받았을 것입니다. 클레멘자(리처드 카스텔라노 분)와 테시오(에이브 비고다 분) 또한 같은 가르침을 끊임없이 주입했을 것입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재벌 2세처럼 소니는 가족 이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제멋대로의 성격으로 자라난 것입니다. 따라서 소니의 성격적 결함은 소니 본인 보다는 아버지 비토의 가정교육이 더 큰 문제였던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소니의 가족의 개념에는 무촌인 아내는 예외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람을 피우기는 했지만, 그의 외도로 인해 출생한 사생아는 결과적으로 꼴레오네 패밀리의 존속에 기여하게 되었으니 소니의 그림자는 시리즈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시 걸작이란 세월이 흐르며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될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참혹히 요절한 소니에게 감정이 깊이 이입된 것은 어쩌면 그와 비슷한 나이에 이르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새로 선보였지만, ‘대부’의 화질은 최근의 디지털 영화들처럼 칼날 같은 화질을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칼날 같은 화질이라면 오히려 ‘대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초반부의 실내 장면에 비해 중반부 이후의 야외 장면의 화질이 더 훌륭해 작품 전체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화면의 누런 기운은 의도적인 것인지 몰라도, dvd 보다 더욱 짙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히 향상된 것은 사운드입니다. 마지막 세례식 복수극 장면의 총소리는 압권입니다.
대부 - 가부장, 그리고 폭력과 배신
대부 2 - 가족을 잃는 가장
대부 3 - 업으로 가득찬 한 사내의 일생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 조로한 코폴라의 마지막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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