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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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 지나치게 꼼꼼해 지루한 가상 사극 영화

사자왕 리처드(대니 휴스턴 분)의 부하로 십자군 원정에 참전한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 분)는 리처드에게 직언한 죄로 사형을 당할 위기에서 동료들과 함께 탈출합니다. 프랑스와 내통한 고프리(마크 스트롱 분)에 의해 습격당한 귀족 로버트 록슬리(더글라스 호지 분)의 유언을 따라 로빈은 노팅엄으로 향합니다.

일개 평민 병사에 불과했던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독재자 존 왕(오스카 아이삭 분)에 대항하는 의적 로빈 후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영화 ‘로빈 후드’는, 주인공이 마치 실존 인물인 듯 묘사합니다. 140분의 러닝 타임 동안 실제 역사와 전설을 치밀하게 엮어 내는데 지나치게 주력합니다.

로빈 후드는 단순한 의적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사상적 배경을 물려받은 골수 공화주의자로 묘사되는데, 이러한 주제 의식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바람에 오락 영화가 아닌 선전 영화를 보는 듯해 뜬금없습니다. 더욱 어색한 것은 선전 영화와 같은 진지함이 지속되다 결말에서 여성과 소년들이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에 참전해 공적을 세우는 장면은, 아무리 원작을 의식한다 해도 실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의 역사극으로부터 관객이 원하는 액션과 카타르시스가 충족되지 못하기에, 중세 영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복식과 무기 체계 등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일부 미장센과 화살 소리 음향을 제외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감독 리들리 스콧이 각본을 직접 집필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하는 약점입니다.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답게 매 작품마다 유려한 영상을 선보이지만, 서사 구조는 각본가의 시나리오의 퀄리티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널뛰는 것이 사실인데, ‘로빈 후드’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차라리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형제가 설립한 제작사 스콧 프리의 오프닝 크레딧의 유화풍 애니메이션의 작풍을 활용한 엔드 크레딧 애니메이션이 영화 본편보다 더욱 인상적입니다.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들을 꼼꼼하게 깔아놓았으니, 로빈 후드와 존 왕의 대결에 집중하는 후속편을 제작한다면 보다 훌륭한 오락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리들리 스콧과 러셀 크로우가 10년 만에 재회해 제작한 사극이라는 점에서 ‘글래디에이터’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가며 장렬히 산화했던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 달리, ‘로빈 후드’의 로빈은 빈손에서 시작해 세력 기반과 연인을 얻는 주인공이기에 결말은 정반대입니다. 물론 이야기와 액션의 힘 모두 ‘로빈 후드’는 ‘글래디에이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리들리 스콧의 전작 ‘킹덤 오브 헤븐’과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킹덤 오브 헤븐’은 사자왕 리처드의 등장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었는데, ‘로빈 후드’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이 사자왕 리처드라는 점에서 이채롭습니다. 시대적 배경만을 따진다면 '로빈 후드'가 '킹덤 오브 헤븐'의 후속편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던 ‘킹덤 오브 헤븐’의 주제의식을, ‘로빈 후드’에서 영국군의 프랑스 양민 학살로 빗대어 계승했습니다. 막스 폰 시도우의 기사 복장은 그가 반 세기 전 출연했던 잉마르 베리만의 걸작 ‘제7의 봉인’을 연상시킵니다.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 장르적 전복을 통해 탄생한 SF 걸작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블랙 호크 다운 -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
킹덤 오브 헤븐 -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재미없는 기사담
아메리칸 갱스터 - 장르 역사에 남을 새로운 걸작
아메리칸 갱스터 - 두 번째 관람
바디 오브 라이즈 - 시적인 비주얼과 따로 노는 썰렁한 내러티브


덧글

  • nuel 2010/05/26 22:42 #

    혹시 여기서 나오는 "사자심왕 리처드"를 연기한 배우랑 킹덤 오브 헤븐의 "사자심왕 리처드"를 연기한 배우가 같던가요?
  • 디제 2010/05/27 00:04 #

    다릅니다. '킹덤 오브 헤븐'의 리처드는 Iain Glen가, '로빈 후드'의 리처드는 Danny Huston이 연기했습니다.
  • 세라피타 2010/05/29 11:07 #

    ...게다가 러셀이 살이 쪄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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