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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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홈런, LG 김태완의 수줍은 미소 야구

‘유망주의 무덤’. LG 트윈스를 일컫는 참담한 별명입니다. 고교 혹은 대학 야구를 평정했던 숱한 유망주들이 LG에 입단했지만 꽃을 피운 선수가 드물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LG의 유망주가 타 팀으로 트레이드되어 잠재력을 폭발한 예를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입니다. LG가 8개 구단 중에서 가장 오랜 7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원인으로 유망주 육성에 실패한 것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태완. 아마도 이 이름을 거론한다면 거의 모든 야구팬들은 한화 이글스의 거포 김태완을 떠올릴 것입니다. 한화에서 2년 연속 2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거포로, 주축 타자들이 일본으로 진출한 올해 최진행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김태완 말입니다.

또 한 명의 김태완이 있습니다. LG의 내야수로 작년까지 1, 2군을 들락거렸던 김태완입니다. 중앙대를 졸업한 후 2004년에 입단했고, 2005년 시즌 종료 후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을 필했지만, 기대는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LG의 그 흔한 유망주로조차 손꼽히지 않았던 선수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을 합쳐 2년 간 출장한 경기 수가 77경기에 불과하며, 타수도 세 자릿수에 모자라는 99타수에 불과합니다. 타율도 2008년 0.242, 2009년 212에 그쳤습니다. 1군에 등록되는 날보다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았고, 출전해도 대수비 요원이 고작이었습니다. 한자 이름까지 동일한 한화의 김태완보다 세 살이 더 많고 프로 데뷔도 빨랐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LG 팬 중에서도 드물었습니다.

올 시즌 LG의 내야진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박경수와 박용근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주전 3루수 정성훈이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부진하면서 김태완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타격보다 수비가 우선인 내야수로서 김태완의 수비는 많은 허점을 노출했습니다. 핫코너인 3루측의 강한 타구에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실책을 범하거나 안타로 만들어주며 경기를 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무표정한 김태완의 얼굴에는 주눅 든 표정마저 깃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출장 기회를 얻자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김태완이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초 잘 맞은 타구가 상대 내야수의 호수비에 걸리거나 큼지막한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면서 자신감을 잃어 채 1할에도 미치지 못했던 타율은 어느새 0.238까지 올라왔습니다. 5월 들어 타율은 0.317, 2루타는 LG 타자들 중 가장 많은 6개를 기록했으며, 지난 한 주간에는 0.333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김태완은 5월 23일 두산전에서 3:3으로 맞선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에이스 김선우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홈런에 익숙한 타자라면 천천히 베이스를 돌며 관중의 환호를 만끽했겠지만, 프로 데뷔 6년 만에 첫 홈런을 기록한 스물아홉의 김태완은 어색한 듯 전력 질주해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맞이한 덕 아웃의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한 후, 고마움을 표하는 선발 투수 이형종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였습니다. (사진) 그라운드에서 무표정했던 김태완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핀 것입니다. 이 날 경기에서 LG는 중반 이후 재역전당하며 패했지만, 만일 4:3의 리드를 승리로 귀결시켰다면, 김태완의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되었을 것입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고 부진했던 기존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을 경우 김태완이 과연 지금처럼 자주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수비는 여전히 불안하며 타격에서 있어서도 선구안이 좋지 않아 볼넷 대 삼진 비율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수비는 꾸준한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으며, 타격 또한 출장 경험이 쌓이며 자신감을 얻으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여지는 충분합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잘하는 선수는 계속 잘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늘 같은 선수만이 눈에 띈다면 야구는 진부한 스포츠로 전락할 것입니다. 굴곡이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 우리네 삶처럼,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가 성실함을 바탕으로 주목받는다면, 그것 또한 야구의 매력임에 분명합니다. 동명이인 타 팀 선수에 묻혔던 LG 김태완의 최근 활약은 인생사와 너무나 닮은 야구의 의외성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최근 활약에 고무된 김태완의 미니 홈피에는 ‘이제 내 삶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랍니다’라는 소박한 문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김태완이 보다 더 인상적인 모습으로 활약하며, 결코 수줍지 않은, 당당한 미소를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