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시 -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 그 동전의 양면 영화

손자 종욱(이다윗 분)과 단 둘이 살며 강노인(김희라 분)의 수발로 버는 적은 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분)는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문화 강좌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자는 종욱이 자살한 여중생 희진의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으며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시’는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중소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서민의 삶에 벌어진 파문과 같은 사건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며 결코 달콤함만을 추구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는 잘 짜여진 사실주의적 단편소설과 같은데, ‘시’는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주인공의 나이가 가장 많은, 노인이라는 점에서 각별합니다.

‘죽어도 좋아’의 개봉 당시 사회적 격론 이후 노인의 성욕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상당히 해소되어 영화 속에서 노인의 섹스를 묘사하는 것이 새롭지는 않지만, ‘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미자와 강 노인의 섹스는 ‘오아시스’의 두 주인공의 그것처럼 불편함을 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연하고 서글퍼 연출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미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 가는데, 종반부에 이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미자의 선택이 과연 알츠하이머병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역시 불분명합니다. 알츠하이머 병 초기 증상을 보이는 미자의 정신처럼 ‘시’의 서사구조에는 상당 부분이 여백으로 남겨져 관객에게 질문으로 던져지며, 이에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결말까지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죽은 희진을 미자 자신이 동일시했음을 암시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시’는 버거운 노인의 삶을 묘사한 작품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창작의 과정을 조명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미자는 내적으로는 병에, 외적으로는 생활고와 종욱의 범죄에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데, 문화 강좌에서 유일하게 시를 완성한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결국 예술이란 일상의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 그리고 일상과 현실에 두 발을 제대로 디디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표출된 것입니다.

주연 윤정희의 연기는 놀랍습니다. 윤정희의 본명 손미자에서 유래한 미자는, 눈치 없고 철없는 듯하면서도 고통을 안으로 삭히며 감내하는 노인 여성인데, 윤정희의 연기를 통해 매우 생생하게 형상화됩니다. 많은 장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불편한 캐릭터라 연기의 폭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김희라도 인상적입니다.

초록물고기 - 한국적인 사실주의 느와르
오아시스 - 가슴 먹먹한 사랑, 그리고 희망
밀양 - 구원은 종교적 용서가 아닌 세속적 사랑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