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이상의 재미로 무장했던 전편에 이어 2년 만에 개봉된 속편 ‘아이언맨2’는 주인공 토니를 중심으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갈등 구조를 형성합니다. 기업의 라이벌인 저스틴과 국가적 차원의 라이벌 스턴 의원(게리 섄들링 분), 그리고 히어로로서 라이벌인 이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서 토니를 압박합니다. 토니를 둘러싼 인물들도 토니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크고 작은 갈등을 빚습니다. 비서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 분)는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바가지를 긁고, 친구라 믿었던 제임스 로즈(돈 치들 분)는 정부에 소속된 군인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신 캐릭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은 매력적이지만 전체적인 서사 구조에서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서사 구조가 뒤죽박죽이 된 것은 좌충우돌하는 토니의 충동적인 개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전편의 장점이었던 경쾌함이 지나쳐 중구난방에 이르러 서사 구조의 묵직함과 집중력이 사라졌습니다.
다수의 캐릭터로 인해 비롯된 갈등 구조를 일일이 해결하려다 보니 슈퍼 히어로 블록 버스터라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액션이 약화되었습니다. 액션 영화라면 응당 오프닝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 장면을 맛보기로 제시한 후, 클라이맥스에서는 그야말로 절정에 해당하는 보다 강력한 액션을 통해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안은 채 관객이 극장을 나서도록 해야 하지만, ‘아이언맨2’의 액션은 클라이맥스의 액션이 전반부의 모나코의 액션 장면에 비해 임팩트가 떨어집니다. 전반적으로 액션보다 유머 즉, 말장난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특히 이반, 즉 위플래시가 후반부에 보다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정작 그가 토니, 즉 아이언맨과 마지막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매우 손쉽고 싱거운 결말에 도달해 허탈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기대치를 낮추면 ‘아이언맨2’는 여전히 즐거운 오락 영화이지만, 전편의 신선함과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관객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기에 결과물이 실망스럽습니다.
전편에서는 엔드 크레딧 이후 실드의 닉 퓨리(사뮤엘 잭슨)가 깜짝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엔드 크레딧 이후 독특한 무기를 제시하며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암시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알 파치노와 유사한 용모로도 유명한데, 의도적인 연출은 아니겠지만, 초반부 토니의 청문회 장면은 ‘대부2’에서 마이클 꼴레오네의 청문회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장난기 섞인 ‘아이언맨2’의 청문회 장면과 진지한 ‘대부2’의 청문회 장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두 주인공 모두 부인하는데 급급하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아이언맨 - 진지한 히어로에 반기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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