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허트 로커 - 아카데미의 과대평가 영화

전쟁이 한창인 이라크의 미군 폭발물 제거반에 제임스 중사(제레미 레너 분)가 부임합니다. 원칙을 중시 여기는 샌본 하사(안소니 마키 분)와 심약한 엘드리지 상병(브라이언 개러티 분)은, 무모하리만치 대담한 제임스와 충돌하게 됩니다.

올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휩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 폭발물 제거반의 위험천만한 임무 수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시간 순으로 제시합니다. 전선과 후방, 반군과 민간인이 뒤섞여 경계가 모호한 혼란스런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 영화라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스펙타클이나 스케일과는 거리가 먼 전쟁 스릴러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 먼저 개봉된 ‘그린 존’과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바탕으로 몰입도가 뛰어나 상당한 오락성을 갖춘 영화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발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에서 출발한 ‘그린 존’과 달리, ‘허트 로커’는 전장에서 죽음에 내몰린 미군의 고통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이며 정치적인 고민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근본적으로 침략 전쟁으로 미군은 가해자이며 이라크 국민은 피해자인데, 이에 대한 진지한 탐구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주인공 제임스가 목숨을 내건 폭발물 처리와 전투에 그토록 열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마지막 장면에서의 해답으로 단지 그가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좋게 말하면 참신하고 나쁘게 말하면 생뚱맞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전쟁에 중독된 제임스의 모습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의 전쟁 야욕을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임스에 대한 영화 전체의 시선이 비판적인지는 의문입니다. ‘허트 로커’는 한편으로는 개인주의가 대세인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차원의 전쟁 영화라 볼 수 있지만, (과거의 전쟁 영화라면 필연적으로 묘사되는 끈끈한 전우애는 ‘허트 로커’에서는 비교적 엷게 묘사합니다. 중반부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폭음하는 장면은 전우애를 상징하는 듯 보이지만, 엘드리지가 떠나는 장면에서 상관을 원망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전쟁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인주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은 국가 간에 존망을 건 집단 차원의 거대한 폭력 행위라는 점에서 ‘허트 로커’의 시각은 미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는데, ‘허트 로커’가 과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전쟁의 본질을 묵직하게 고뇌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개봉이 밀려 비수기에 조용히 개봉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이라크 전쟁은 미국인들에게 큰 상처이기에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한 ‘허트 로커’조차 대담한 시도로 미국에서는 받아들여질지 모르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본 ‘허트 로커’는 ‘그린 존’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제 의식이 결여된 매끈한 전쟁 스릴러에 불과합니다.

폭발물 제거반의 임무를 제시하는 첫 장면에서 해체 로봇과 방호복은 1960년대 미국의 달 탐사용 월면차와 우주복을 연상시키는데, 이 장면에서 가이 피어스가 출연했습니다. 중반부에는 랄프 파인즈도 등장합니다.


덧글

  • 세계의적 2010/04/27 16:33 #

    과대평가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게, 적어도 후보작들 중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던걸로 보입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도 작품상 최유력 후보는 허트 로커 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던걸로 알고요.
    개인적으로는, 전쟁의 본질을 반드시 거시적 관점에서 보아야만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되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이거대로 충분히 괜찮은 어프로치였고 말이죠.

    그리고 제임스를 전쟁 중독자라고 보신듯 한데, 저는 단순히 전쟁 중독이라기 보다는 '어쨌든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 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폭탄 해체를 하는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전쟁 중독이라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점이 제임스라는 인물에 설득력과 매력을 부여했던것 같군요.
  • 밀피 2010/04/27 18:27 #

    오히려 그린존처럼 거대한 전지적 관점에서 이라크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영화는 여지껏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는데, (그린존은 이제야 겨우 나왔구나 싶은 영화였죠) 허트 로커는 전장의 한 인간에 초점을 맞춰서 개인적인 수준에서 그의 인간 드라마를 보여주는 영화라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바로 평가 받을 만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군의 고통만 보여주며 미군을 피해자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 개인의 영역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영화가 시종일관 긴장되고, 지금 이들이 행하고 있는 작전과 저항 세력의 폭탄 테러는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진 것이다~라는 설명이 전혀 없이 주인공 이야기만 보여주는 게 오히려 깔끔하고 파격적이더군요. 어차피 실패한 전쟁이라는 것은 굳이 공통 인식이 깔려있는 상식인데 이 영화에서 복기시킬 이유도 없고, 설명을 안 한다고 미군을 피해자로 묘사한 것도 아니죠.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무조건 긍정이 아니라 약간의 전율과 형언할 수 없는 딜레마가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저는 그린존보다 훨씬 굉장한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이라크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린존도 봤으면 좋겠더군요 ^^;
  • 밀피 2010/04/27 18:31 #

    그린존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결말에서 확실히 "미국이 한 일과 그에 동반하는 책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지만 (까놓고 말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영화를 안 봐도 알 사람은 알고 있는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준 게 고맙지만... 근데 주인공이 제이슨 본처럼 날고 기지 않고 전장 묘사가 아무리 리얼해도 설득력이 없는 인물이었단 말이죠. 그에 비해 허트 로커의 인물의 설득력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선과 악으로는 나눌 수 없는 전쟁이라는 인간의 활동의 공포를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왔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잘못과는 별개의 것이고, 또 국가의 잘못에 촛점을 맞춘 영화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지금까지 보지 못 한 영화였습니다.
  • 2010/04/27 22: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지나가다 2010/05/08 22:08 # 삭제

    '전쟁의 본질을 묵직하게 고뇌'해야만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그런 주제는 베트남전 영화들부터 수없이 쏟아져 나왔고, 솔직히 거의 클리셰가 되어 식상할 지경이지요.
    그린존만 해도 다들 아는 뻔한 얘길 한다는 점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구요. (대량살상무기가 핑계였다는 걸 누가 모르냐구요.)

    오히려 곁가지를 다 쳐낸 허트로커의 미시적인 접근법이 참신하더군요.
    비정치적이라 전쟁을 떠나서도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은 전쟁이야기보다는 거대한 어떤 것에 매료된 남자의 이야기로 보시기도 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모비 딕-폭탄, 제임스-에이헙 선장의 구도로 볼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선 매력적으로 광기를 다룬 원판을 뻔한 반전영화로 바꾸어버린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와 반대의 방향으로 간 것 같습니다.

    세계의적 님 생각과는 달리 저는 제임스는 전쟁 중독자가 맞다고 봅니다. 영화 시작에서부터 대놓고 나오잖아요.
    실제로 작가가 참전군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의외로 전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고 그걸 각본에 반영했다고 하기도 했구요.
    허트로커의 라스트씬은 예전 에어리어88 OVA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쟁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이 씨익 웃는 것과 똑같은 장면으로 느껴졌습니다.
  • 지나가다2 2010/06/29 02:07 # 삭제

    우선 충분히 좋은영화고요. 이라크전쟁이라기보단 '전쟁'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보이네요.
    제임스는 미국 그 자체인듯하기도 하고...
    실제로 겪은 전쟁과 보고 듣고 읽은 전쟁은 다를수밖에요.
    그래서 우리가 '빨갱이'이를 부르짖는 그분들을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이해'는 가능하죠.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