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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4월 8일 LG:롯데 - LG 구한 이대형의 호수비 야구

의욕을 상실한 채 1시간 58분 만에 시즌 세 번째 완봉패로 마무리된 어제 경기와 달리, 오늘 LG 타자들은 상대 선발 사도스키의 변화구를 커트하며 카운트를 길게 끌고 나가며 괴롭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회초 3:2의 불안한 리드에서 번트에 능숙하지 않은 박병호에게 희생 번트까지 지시해 1사 2, 3루를 만든 것은 다음 타자 조인성이 최소한 희생 플라이라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박종훈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작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인성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오지환마저 볼카운트 2-1으로 몰리며 무득점으로 기회를 무산시킬 수 있었던 상황에서 사도스키의 어처구니없는 폭투로 2루주자까지 득점해 5:2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1회초부터 계속 타자들이 사도스키의 투구를 커트하며 투구 수를 늘린 것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LG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하고 반대로 LG 타자들은 볼넷을 상대 팀보다 더 많이 얻는 일이 드물었는데, 오늘은 10개의 사사구를 묶어 단 7안타로 10득점하며 개막 이후 9경기 중 가장 편안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의 선구안이 만든 승리입니다.

오늘 경기의 수훈갑은 이대형입니다. 4회초 이병규와 이진영의 백투백 홈런으로 3:0이 되며 낙승 분위기로 흘러갔지만 4회말 이대호의 2점 홈런으로 1점차가 되었고, 이후 2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맞았습니다. 2사 만루로 가는 과정이 박종윤의 몸에 맞는 공과 오지환의 실책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불길했습니다. 볼넷보다 더 나쁘며 사실상 실책과 다름없는 몸에 맞는 공과,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었던 평범한 땅볼을 오지환이 놓치는 실책이 2사 후에 이어지며 만루에서 롯데의 역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대형이 김주찬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이닝을 종료시킨 것은 박명환과 오지환, 그리고 LG를 구한 호수비였습니다. 그간 수비가 불안했지만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클러치 에러는 아직 범하지 않은 오지환이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이대형의 호수비가 뒷받침되지 못해 LG가 역전패당하며 4연패로 귀결되었다면 오지환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뻔 했습니다. 오지환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는지 8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깨끗한 중전 안타로 개막전 2안타 이후 무안타 행진에서 탈출했고, 정성훈의 적시타로 득점했습니다.

이대형은 7회초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해 사이드암 임경완을 상대로 연속 도루를 성공시켜 1사 3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박용택의 짧은 타구를 좌익수 손아섭이 놓치는 사이 홈을 밟았는데, 만일 3루 주자가 이대형이 아니었다면 태그업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손아섭이 실책을 범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7회초의 득점 역시 이대형 혼자 만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개막전에서 1개의 도루 이후, 타율과 출루율의 저하로 도루를 추가하지 못했던 이대형이 모처럼 2개의 도루를 챙기며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챙긴 박명환은 시즌 9경기 만에 팀의 첫 선발승도 신고했습니다. 그간 박명환은 통산 98승 중 21승을 롯데전에 챙기며 롯데에 매우 강했는데, 재활 후 1군 첫 등판이 롯데전이라는 사실에 경기 전부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도 143km까지 나왔으니 날씨가 따뜻해지고 기온이 오르면 과거의 구속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즌 개막 직후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박명환의 선발승은 가뭄에 단비와 같습니다. 의외로 중간 계투진이 호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발진의 붕괴가 장기화될 경우 지난 2년간과 마찬가지로 결국 계투진 또한 붕괴될 수밖에 없는데, 박명환이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봉중근이 1군에 합류해 제 역할을 해주며 원투 펀치만이라도 원활히 가동된다면 계투진의 부담 또한 덜 수 있을 것입니다.

LG는 오늘의 승리로 1승 → 3패 → 1승 → 3패 → 1승의 공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라이벌 두산과의 3연전이 벌어지는데, 위의 공식을 깨뜨리며 시즌 첫 연승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오늘 두산은 8회말 2사 후 이성열의 타구가 조명탑 속으로 들어가 한화 좌익수 정현석이 잡지 못해 역전 2타점 적시타로 둔갑하며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는데, 주말 3연전에서도 이성열은 분명한 경계의 대상입니다. 올 시즌 타격 컨디션이 좋은데다 행운도 뒷받침되고 있는 이성열이 자신을 트레이드시킨 LG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은 당연합니다. 두산 선발 왈론드 역시 LG전이 국내 복귀 후 첫 등판이라는 점에서 이성열과 비슷한 정신 자세로 무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왈론드의 제구력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으니 오늘 경기와 같은 선구안을 LG 타선이 다시 보여준다면, 시즌 첫 두산전을 충분히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글

  • rumic71 2010/04/08 22:37 #

    기계와 두목곰이 잠수타버렸으니 정말 LG가 이길지도요...
  • 떠돌 2010/04/09 00:09 #

    주말 3연전이 정말 기대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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