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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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 - 교과서적인 선전 영화 보는 듯 영화

1990년 27년여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 분)는 19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인종 분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던 만델라는 자국에서 개최되는 1995년 럭비 월드컵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기 위해 대표팀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 분)와 만납니다.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남아공의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와 럭비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이하 ‘인빅터스’)는 스포츠를 통해 인종적으로 분열된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석방된 만델라가 탑승한 자동차 행렬이 지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럭비를 즐기는 백인 학생들과 축구를 즐기는 가난한 흑인 어린이들 간의 선명한 인종적 대조를 보이는 오프닝은 ‘인빅터스’의 주제를 명시합니다. 뒤이어 모건 프리먼이 분한 만델라의 생애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제시하며, ‘모건 프리먼 = 넬슨 만델라’ 임을 환기합니다. 최근 추문에 휘말렸지만 모건 프리먼의 연기력만큼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데, ‘인빅터스’에서도 손을 흔드는 몸짓과 이를 드러내는 미소까지 실존 인물 만델라를 완벽하게 모사합니다. 모건 프리먼은 이미 ‘딥 임팩트’에서 미국 대통령 톰 벡으로 분해 흑인 대통령으로 화제를 모으며 오바마 시대를 예견한 바 있는데, ‘인빅터스’로 두 나라의 대통령을 연기한 셈이 됩니다.

하지만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인빅터스’의 만델라는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완벽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영화의 제목이 된 동명의 시처럼 불굴의 신념과 인종적 공정성, 정치적 판단력, 애국심에서 비롯된 일 중독증과 인간적 매력에 이르기까지 결점을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반면 그와 교감하는 럭비 대표팀 주장 프랑소와는 개성을 찾기 힘든 뻣뻣하고 밋밋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만델라와 프랑소와 모두 감정 이입이 어려운 인물이 된 것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인종을 넘어 하나가 된다는 거창한 주제 의식과 극히 정석적인 전개는 마치 남아공 정부의 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부담마저 제공합니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소위 ‘3S’와 ‘인빅터스’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럭비 월드컵 본선에서 8강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던 남아공 대표팀이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이것이 대통령의 친필 시를 받고 감화된 주장이 결속력과 정신력을 강화했으며 홈 팬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에 나타난 기적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스포츠 영화가 쉽게 범하는 단선적인 오류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강화된 정신력과 국민의 응원 덕분이었다는 손쉬운 분석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극중에서는 만델라의 석방으로부터 럭비 월드컵 결승까지 5년의 시간을 다루는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어 마치 1~2년 내에 일어난 것처럼 시간적 배경이 느껴지는 것 또한 어색합니다.

디스트릭트9’에서 화제가 되었던 흑인 거주지를 ‘인빅터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곳을 방문한 백인 위주의 럭비 대표팀은 ‘비참하다’고 반응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유려한 영상과 재즈로 된 배경 음악으로 인해 ‘디스트릭트9’보다는 낭만적으로 보입니다. 서서히 나이가 드는 와중에 근육을 불린 맷 데이먼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처럼 보이는데, 엔드 크레딧 이후 제시되는 실제 프랑소와 피나르와 맷 메이먼은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럭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와이드 스크린은 2002 월드컵의 흥분을 연상시킵니다. 1995년 럭비 월드컵 당시 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라 럭비에 무관심한 국내에서조차 화제가 되었던 뉴질랜드의 럭비 영웅 조나 로무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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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락키드 2010/03/11 09:53 # 삭제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이거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 맞어?'란 생각이 내내 들더군요 ;;;
    딴 건 다 그렇다 치고, 중간에 럭비 선수들이 감옥을 방문하는 장면과 비행기 드립은 대패가 필요할 정도로 낮간지럽...;;;
    지금까지 제가 본 이스트우드 옹 영화 중 가장 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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