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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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트럴 - 기묘한 버디 무비 스릴러, 혹은 '히트'의 업그레이드 버전 영화

‘히트’와 ‘알리’ 등 남성적이고 선굵은 작품의 감독이었던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은 사실 마이클 만보다는 탐 크루즈(빈센트 역)가 최초로 악역을 맡았다는 점을 홍보의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실 모두 ‘콜래트럴’의 흥행에 있어 불확실한 요소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일부의 남성팬들에게 지지를 받기는 하지만 마이클 만의 작품은 러닝 타임이 길어서 부담스럽고 지루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기 때문입니다. 2시간 40여분에 달했던 ‘알리’ 는 국내 개봉 당시 삭제 해프닝도 있을 정도로 지루한 작품이었고 ‘알리’보다는 평이 나은 편이었던 전작 ‘히트’ 역시 3시간이 조금 못되는 2시간 51분에 달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언제나 약한 자의 편에서 악과 맞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탐 크루즈의 악역 변신마저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면 ‘콜래트럴’은 실패작이 되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콜래트럴’을 감상하고 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걱정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지루하기로 소문났던 마이클 만이었지만 ‘콜래트럴’의 러닝 타임은 ‘고작’ 120분이고 스릴러로서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콜래트럴'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나 반전, 혹은 액션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뒷받침되는 심리 묘사입니다. ‘원조 꽃미남’ 탐 크루즈가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주연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은색 정장에 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적당히 수염을 기르며 이미지를 바꾸어 훌륭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광기에 집착하는 살인마이지만 동시에 지적이며 재즈를 사랑하는 이중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유감없이 소화해냅니다. 물론 빈센트를 밤새 태우고 살인 행각에 휘말려들게 된 고지식한 택시 기사 맥스 역의 제이미 폭스도 탐 크루즈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합니다. 평면적인 인물로 보여진 맥스가 펠릭스를 찾아가 만나는 장면에서는 제이미 폭스도 녹록치 않은 배우임을 증명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콜래트럴’은 단순히 살인을 반복하는 킬러와 이를 막으려는 고지식한 택시 기사의 대립극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첩혈쌍웅’의 헐리우드 버전이라 불렸던 ‘히트’에서 형사와 갱의 단순한 적대 관계를 뛰어넘어 교감을 감조함으로써 버디 무비로 승화시켰던 마이클 만의 솜씨는 ‘콜래트럴’에서 더욱 농익은 듯 합니다. 즉, 관습적인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교감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서로를 보호하는 기묘한 심리의 빈센트와 맥스의 관계는 ‘콜래트럴’을 버디무비이자 ‘히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또다른 히어로 니오베 역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도 상당한 비중으로 출연합니다.

‘히트’에서 한국어 간판을 이미 몇 개 등장시켰던 마이클 만은 ‘콜래트럴’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인과 한글 간판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셀프 주유소의 벽에 있던 한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빈센트가 한국인 클럽 ‘피버’의 소유자 피터 임을 암살하는데 ‘피버’의 한글 간판과 다수의 한국인 배우, 심지어 한국어로 된 노래방 화면의 가사도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 음악을 엔드 크레딧에서 확인하니 ‘The Korean Style'이더군요. (하지만 이곡은 아쉽게도 CD로 발매된 OST에서는 빠져있습니다.) LA의 코리아 타운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왜 하필이면 차이나 타운도 아니고 코리아 타운인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비행기가 내리고 뜨는 공항에서 결말을 맺은 ‘히트’의 속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콜래트럴’은 공항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도시적인 교통 수단인 지하철에서 결말을 짓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 속 주인공인 한밤중의 LA는 사람이 몇 명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허무하며 무심하고 스산한 공간이지만 재즈 풍으로 편곡된 ‘G선상의 아리아’와 재즈 클럽이 이를 조금은 따뜻하게 중화시켜 줍니다. 특히 쓸쓸한 가을밤에 홀로 극장을 찾는 저같은 남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바로 ‘콜래트럴’이더군요.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남자분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마십시오.

덧글

  • zenca 2004/10/17 03:06 #

    이 글을 읽고나니 그래도 이 영화 꼭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기는군요^^
  • 니브 2004/10/17 17:08 #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멋진 평이고, 맞는 말씀입니다만 역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히트>가 더 낫지 않나 싶네요. 버디무비적 요소라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만 <히트>와 달리 후반으로 가면서 너무 전형적으로 "악당 잡는" 구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간의 교류 같은 것, 역시 부족하지 않았나요?) 어쨌든 멋진 영화이고, 평범하지 않은 스릴러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 핏빛악마 2004/10/17 19:39 #

    볼까말까 망설였는데, 꼭 봐야겠네여..^-^
  • Nariel 2004/10/18 14:23 #

    음.. 그래도 저는 아직은 톰크루즈가 낯설어요. ^^;;
    볼까말까 고민 중. 스릴러도 별로.
  • 디제 2004/10/18 21:25 #

    zenca님/ 혼자 극장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일입니다. 익숙해지시면 괜찮을 거예요.
    니브님/ 두 남자의 교류라는 측면은 '히트'가 더 낫겠지만 시나리오의 밀도는 '콜래트럴'이 낫습니다. 사실 '히트'는 좀 늘어지는 맛이 있었죠.
    핏빛악마님/ 네, 저도 기회가 되면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Nariel님/ 탐 크루즈 그래도 매력적입니다. 스릴러라고 하기 전에 LA의 도시적 분위기를 잘 잡아냈습니다.
  • THX1138 2004/10/20 10:07 #

    영화 좋았습니다. 음악도 좋았구요. 게다가 한글도 반갑더군요. ㅋㅋ
  • 마르스 2004/10/21 15:29 #

    스릴러를 좋아하는 여자분도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죠 ^^
  • 디제 2004/10/21 17:52 #

    THX1138님/ 한글이 반갑기는 했는데 자꾸 마이클 만의 범죄의 공간으로 한인 타운이 그려지는 것 같아 조금 불만스럽습니다.
    마르스님/ 마르스님도 영화가 마음에 드셨군요. ^^
  • 925Kun 2004/11/07 01:27 # 삭제

    요즘 본 외국 영화들에서는 유난히 한국어가 많이 등장했네요.
    지난 번에 본 이노센스에서도 한국어가 종종 눈에 띄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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