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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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 묻히기 아까운 정치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에는 ‘밀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 연인 스캇(제임스 프랑코 분)과 함께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하비 밀크(숀 펜 분)는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의원에 출마하지만 낙선의 고배를 연이어 마십니다. 자신과 동성애자들에 향하는 편견과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던 그는 기어코 시의원에 당선됩니다.

작년 오스카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2008년 작 ‘밀크’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개봉되었습니다. 하비 밀크는 동성애자임을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미국 최초의 정치인인데, 동성애자에 대한 가혹한 인권 탄압의 자료화면과 하비의 비극적인 최후를 겹쳐 제시되는 오프닝으로부터, 하비가 자신이 암살될 것을 우려하여 녹음기에 기록을 남기며 자신의 족적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즐겨듣던 오페라 ‘카르멘’의 결말이 그의 운명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밀크’의 오프닝과 엔딩은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했던 ‘엘리펀트’나 제목부터 암시하듯 다분히 비현실적이었던 ‘파라노이드 파크’와 달리, ‘밀크’는 난해한 부분 없이 인과관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구스 반 산트의 근작들과 달리 평이하면서도 극적인 서사 덕분에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사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1970년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훌륭히 재현했다는 것입니다. 배우들로 촬영한 장면을 당시의 영상 기록처럼 활용하고, 실제 자료를 요소요소에 삽입하며 다큐멘터리와 같은 사실성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영화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후일담과 함께, 실존 인물들의 사진을 극중에 출연한 배우들과 비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놀랄 만치 비슷합니다. 의상과 분장, 그리고 연기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낙천적인 인물을 차분히 연기하며 생애 두 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숀 펜을 비롯해 제임스 프랑코, 에밀 허쉬, 조쉬 브롤린 등 화려한 캐스팅도 주목할 만합니다.

동성애자의 애정 표현 묘사에도 불구하고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종반부의 촛불 집회 장면을 보면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소수자는커녕 대다수 국민을 소외시키며, 민의의 수렴 및 소통에는 무관심한 채, 한 줌의 기득권이 전횡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밀크’는 전 국민의 눈과 귀가 동계 올림픽에 쏠린 이 때 조용히 걸렸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정치 영화입니다.

엘리펀트 - 일상 속의 돌발적인 폭력
파라노이드 파크 - 윤리적이고 잔혹한 소년의 성장담


덧글

  • blue303 2010/02/27 11:17 #

    삭제된 장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R등급을 받았던 영화가 한국에서 15세 관람가라니 조금 의외네요. 동성간의 애정묘사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걸까요?
  • 홀릭 2010/02/28 23:30 #

    제가 보기엔 R등급의 애정묘사 장면은 없는거 같아욤. 짤렸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도 묻히기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대마왕 2010/03/01 02:34 # 삭제

    놓치기에는 정말 아까운 영화에요.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는데 다음주 주말까지 상영관에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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