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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의 역사 - 흥미 본위의 역사 입문서

조셉 커민스의 ‘라이벌의 역사’는 케네디와 닉슨으로부터 알렉산드로스와 다리우스 3세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라이벌 46명을 23개 장에 걸쳐 약술한 역사서입니다. 대부분의 역사서들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순서대로 기술하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라이벌의 역사’는 반대로 20세기로부터 BC 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역순으로 기술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는 인물 위주의 각 장의 내용이 인과관계 없이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독특한 기술 방식입니다.

‘라이벌의 역사’의 장단점은 매우 뚜렷합니다. 우선 장점을 꼽으면, 각 장 별로 구분되어 있으며 문체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워 술술 읽혀 입문서로서 중고교생이나 초심자에게도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각 장의 인물들이 등장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출생을 비롯한 가족 관계까지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판이 풍부하고 후일담이나 야사적 관점을 박스로 뽑아 별도로 보충 설명하며 케이블 TV의 역사 다큐멘터리처럼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이 같은 장점들은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의 대립의 원인이 된 복잡하게 뒤엉킨 가계와 같은 사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에 못지않게 단점도 선명합니다. ‘위인이 역사를 바꾸었다’는 영웅주의적 사관으로 역사를 단순화시키는 단선적인 논리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한니발에 맞선 로마의 스키피오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그가 마치 예언자와 같은 예지력을 지녔다고 긍정하는 등, 합리적이며 실증주의적인 사관보다는 비합리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신화적 사관을 노출합니다.

현대의 인물인 마오쩌둥과 장제스를 제외하면 그 이전의 동양의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기술하지 않아, 원제 ‘Great Rivals in History : When Politics Gets Personal’과 번역서 제목 ‘라이벌의 역사’가 암시하는 이미지와 달리, 세계사라기보다 서양사 위주의 역사서입니다. 이는 작자의 동양사에 대한 지식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셉 커민스는 서문에서 ‘역사 전체의 항로를 뒤바꾼 라이벌’로 자신의 선정 기준을 밝히고 있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세계사(혹은 서양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인지 의문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애론 버와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역사를 뒤흔든 결투’라며 과장된 표현으로 규정하지만, 그들의 결투는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며, 더 나아가 그들이 후속 장에서 다뤄지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나 알렉산드로스와 다리우스 3세와 동일선상에서 논의될 만큼 비중 있는 인물들이 아닌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우스꽝스러운 결투를 벌인 애론 버와 알렉산더 해밀턴과 같은 라이벌보다는 중국 진 말기의 유방과 항우나 일본 전국시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같은 라이벌이 훨씬 더 ‘역사 전체의 항로를 뒤바꾼 라이벌’에 가까울 것입니다.

베트남의 디엔비엔푸 전투의 주인공 보 구엔 지압(정확한 발음은 ‘구엔’이 아니라 ‘응웬’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과 크리스티앙 드 카스트리의 대립을 다룬 두 번째 장은, 철저히 카스트리 중심으로 기술하여 그의 라이벌 지압이 어떤 원칙에 따라 전투에 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인물들의 여성 편력이나 동성애를 비롯한 섹스 관계에 흥밋거리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섹스가 인류 역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지만, ‘라이벌의 역사’를 보면 마치 섹스가 중대한 역사의 동인인 양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자가 기술한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언급한 ‘구엔’뿐만 아니라 동일 인물의 표기가 달라지는 초보적인 오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102페이지에서는 제2차 대전 당시 육군 원수 ‘발터 폰 라이흐나우’로 표기되더니, 그로부터 3페이지 뒤에서는 ‘발터 폰 라이히노’로 표기됩니다. 462페이지에서는 유명한 고대 역사가의 이름이 플루타르크로 표기되었지만, 그로부터 10페이지 뒤에서는 ‘플루타르코스(영어명 : 플루타크’)로 표기됩니다. 동일 인물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표기된 것입니다. 14장의 주인공인 스웨덴의 왕 카를 12세의 경우 본문과 달리 도판에서는 ‘칼’이라고 표기되었습니다. ‘라이벌의 역사’의 번역자는 두 명인데, 이들이 기본적인 표기법의 원칙조차 정립하지 않고 엉성하게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칙을 정립하지 않고 따로국밥이 된 번역자뿐만 아니라 이를 바로잡지 않은 출판사의 편집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동일한 출판사의 번역서 ‘지식의 쇠퇴’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었던 어미 ‘~든’과 ‘~던’의 표기 오류 또한 여전합니다.


덧글

  • 이준님 2010/02/26 15:07 #

    아론 버와 해밀턴의 경우는 사실 보면 미국 헌정사의 영원한 숙제인 연방우선주의이 주의 독립권 우선이냐의 문제라고도 볼수 있습니다. 이걸 조금 더 발전시키면 지금 "한국"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강력한 중앙은행에 의한 경제 통제및 효율화까지도 가지요. 미국 경제사에서 해밀턴의 위치가 대단했던 이유가 여기 있어서 결투 자체가 버라는 찌질이(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찌질이는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만)의 해프닝으로 남기는 좀 복잡합니다.

    물론 버/해밀턴 대결 이후에 버가 벌인 행각과 재판이 대단히 개그였다는 건 부인할수 없지만요. ^^
  • 2010/02/27 01: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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