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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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위 고 - 비슷하면서도 다른 샘 멘데스 영화

결혼하지 않은 채 임신을 맞이한 버트(존 크라신스키 분)와 베로나(마야 루돌프 분) 커플은, 의지가 될 거라 믿었던 버트의 부모가 유럽으로 떠나자, 출산 이후 의지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이상적인 가족이 있는 곳이 이상향이라 믿는 버트와 베로나의 소망은 번번이 좌절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어웨이 위 고’는 출산을 앞둔 커플이 미국과 캐나다의 곳곳을 돌며 정착할 곳을 찾는 로드 무비입니다. 길에 나선 주인공을 다루는 로드 무비는 궁극적으로 성장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어리다고 여기는 30대 초반의 버트와 베로나는 본보기를 삼을 만한 이상적인 부부란 분명 희귀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여정 속에서 성장합니다.

‘아메리칸 뷰티’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미국 중산층의 허무와 위기를 비극적으로 포착한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답게 ‘어웨이 위 고’에서도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불안한 30, 40대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진지한 비극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버트와 베로나 커플이 만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천박하거나 기괴한데,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샘 멘데스의 전작들처럼 비극적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어웨이 위 고’처럼 희극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 인물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작들과 구별되는 유머 감각으로 인해 코엔 형제나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웃음을 자아내는 엘렌(매기 질렌홀 분) 부부의 기행은 코엔 형제의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을 연상시키며,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해 예정과 달리 기차에 올라타 지루한 여행에 시달리는 장면은 웨스 앤더슨의 ‘다즐링 주식회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웨스 앤더슨 역시 가족에 대해 집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샘 멘데스의 영화가 그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웨이 위 고’가 냉소적이고 비관적이기보다 따뜻하고 낙천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버트와 베로나가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속박을 받지 않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뷰티’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등장했던 부부들이 결혼과 가족 제도에 숨 막힐 듯한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 배우자를 배신하고 외도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다른 등장인물들과 달리, 버트와 베로나가 몬트리올에 만나는, 외형적으로는 가장 완벽해 보이는 가넷 부부의 고통은 진지하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전작들을 환기시킵니다. 좁은 마을과 더욱 비좁은 집 안에서 벌어지는 가족 내부의 갈등을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듯 아찔하게 묘사했던 전작들과 달리, 미국 남부의 마이애미와 서부의 피닉스,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이르는 긴 여정을 묘사하며, 마지막 장면에는 스크린이 선사하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두 주인공이 다양한 도시들을 들르는 여정으로 인해, 명확히 챕터가 구분되는 옴니버스 구성 또한 관객의 부담을 더는 장치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였던 ‘로드 투 퍼디션’까지 상기한다면, 샘 멘데스가 집요하게 매달리는 주제는 가족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작년에 제작된 ‘어웨이 위 고’까지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는 중산층 가족의 정신적 공허만을 다루며,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버트와 베로나 커플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나는 그 어떤 부부도 빈곤을 호소하는 경우가 없었으니 비현실적이라는 혐의를 말끔히 떨치기는 어렵습니다. 2011년을 목표로 ‘007’의 스물세 번째 신작을 제작 중인 샘 멘데스에게 당장 바랄 수는 없으나,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가족의 위기를 다루는 신작을 언젠가는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로드 투 퍼디션 - 아버지와 아들과
레볼루셔너리 로드 - 미국 중산층 가정의 비극적 자기 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