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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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템버 이슈 - 패션 잡지 ‘보그’ 엿보기 영화

‘셉템버 이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패션 잡지 ‘보그’의 편집장이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와 그녀의 동료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90분의 러닝 타임에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패션관(觀)을 피력하는 안나의 인터뷰로 시작하는 오프닝에 이어, 패션 업계에 미치는 안나의 막강한 권위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호들갑스러운 찬사가 끝나면,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보그’의 2007년 9월호의 숨 가쁜 제작 과정을 훑어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9월은 패션계에서 새해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패션 잡지의 9월호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간이기에 매달마다 다음 달을 위한 잡지를 기획할 것이라는 무지한 예측을 뛰어넘으며 5개월 전부터 9월호를 준비하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이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안나를 비롯한 네 사람입니다. 안나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이자 부하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이스 코딩턴과 테니스를 할 때도 루이 비통 가방과 피아제 시계를 챙기는 거구의 남성 에디터 안드레 레온 탈리, 그리고 보그가 발굴한 젊은 디자이너 타쿤입니다. 이들은 안나와 때로는 갈등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협조합니다. 특히 편집장 아버지를 두었던 안나와 모델 출신인 그레이스가 기사의 게재 과정에서 벌이는 신경전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진 한 컷, 모델의 작은 포즈 하나에 집념을 불태우는 그들의 사투는, 아무렇게나 팔랑거리며 넘겨보는 잡지가 실은 엄청난 정성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물론 세 조연에 비해 안나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이 악의적이며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개그 캐릭터였던 것과 달리, ‘셉템버 이슈’의 안나는 냉정하지만 침착하고 우아하며 직관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대학생인 딸이 자신과 같이 보그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어머니로서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셉템버 이슈’가 묘사하는 안나의 모습을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에 묘사된 것과는 분명 엄청난 간극을 보입니다.

침착하고 우아한 안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만큼, 작품 전체의 분위기도 깔끔하며 세련되어 있습니다. ‘패션’이라면 흔히 떠오르는 비실용적이며 허영적인 이미지와는 거리를 두며 패션계와 출판업계에 대한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시켜줍니다. 뉴욕을 비롯해 파리, 런던, 로마 등 유수의 대도시들의 개성을 특징적으로 포착한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 시에나 밀러와 모델 코코 로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등 유명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패션에 무관심했던 관객이라도 ‘보그’를 구입해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도록 합니다. 엔드 크레딧의 끄트머리에서는 ‘보그’의 촬영에 직접 참여해 잡지 화보에 게재된 ‘셉템버 이슈’의 제작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