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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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 고통스런 작가주의에 관한 뮤지컬 영화

이탈리아의 영화계의 거장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는, 신작 ‘이탈리아’의 제작을 앞두고, 아내 루이사(마리온 코티아르 분)와 정부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분) 사이에서 방황하며 좀처럼 각본을 써내지 못합니다.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롭 마샬 감독이 영화화한 ‘나인’은 영화감독 귀도와 그를 둘러싼 7명의 여인이 펼치는 9개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소피아 로렌 분)와 해변에서 남자 아이들에게 돈을 받고 스트립쇼를 한 사라기나(퍼기 분)에 영감을 얻은 귀도는, 엄숙을 강요하는 가톨릭의 교리에 저항하며, 섹스를 비롯한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쾌락을 영화로 승화시켜 국민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르지만, 한계에 봉착해 오히려 쾌락 속으로 도피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노출하는, 영화감독의 스테레오 타입과 같은 인물입니다.

창작의 고통 사이에서 고뇌하는 쾌락적인 영화감독의 이야기이기에 ‘나인’은 ‘시카고’처럼 흥겹고 대중적인 뮤지컬은 아닙니다. ‘간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출연작을 고르고 또 고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완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복잡한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한 일반 극영화로도 감정 이입이 쉽지 않은 천재형 등장인물의 내적 갈등을, 뮤지컬을 통해 형상화하여 납득시키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귀도를 둘러싼 7명의 여성 캐릭터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놀아 서사구조의 짜임새가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여배우들의 화려한 솔로 곡만으로도 ‘나인’은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일흔에 육박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소피아 로렌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강렬한 것은 육감적이며 뇌쇄적인 춤과 노래로 등장하는 페넬로페 크루즈입니다.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고, 본디지(bondage)를 연상시키는 소품을 활용하여 정부다운 캐릭터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합니다. 반면 여배우 클라우디아로 분한 니콜 키드먼은 밋밋합니다.

귀도라는 캐릭터를 가장 빛나게 만든 것은 평생의 영화 제작 파트너이자, 사적인 자리에서는 친구이기도 한, 주디 덴치가 연기한 의상 디자이너 릴리였습니다. 진실된 오랜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릴리는 귀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뮤지컬 영화라면 으레 그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합창과 군무 없이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결말은, 관람석을 일어서기 전 은은한 여운을 음미하도록 합니다.

끝으로 이미도의 자막 번역 번역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일정한 기준 없이 노래 가사에 물결 표시(~~)를 마구잡이로 삽입하거나, ‘쫌’이라며 맞춤법을 무시하고 발음하는 대로 자막을 번역한 것은 영화 본편에 대한 몰입을 저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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