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로알드 달의 원작(국내 번역명 ‘멋진 여우 씨’)을, ‘로얄 테넌바움’과 ‘다즐링 주식회사’의 웨스 앤더슨이 연출한 ‘판타스틱 Mr. 폭스’는, 여우 일가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서식처를 파괴하려는 인간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묘사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제껏 실사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던 웨스 앤더슨이 과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관람하기 전에 의문시되었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한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웨스 앤더슨만의 유머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Mr. 폭스를 비롯한 여우 가족들은, 웨스 앤더슨의 전작의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개성이 남다르며, 가족 관계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박관념이라 할 만큼 두터운 가족애를 느끼고 있습니다. Mr. 폭스는 아내의 임신에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동안 절도를 포기했지만, 여전히 절도에 대한 본능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으며, 아내 Mrs. 폭스는 남편의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잔소리를 일삼습니다. 조지 클루니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두 캐릭터는, 강렬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늘씬한 디자인과 털 및 옷감의 생생한 질감 덕분에 우아함을 잃지 않습니다. 자존심과 공명심이 강하며 지능적인 Mr. 폭스의 모습은, 조지 클루니의 ‘오션스 일레븐’을 비롯한 출연작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한편, 만화의 슈퍼 히어로를 선망하는 아들 애쉬는 갑작스레 찾아온 사촌 크리스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부모의 사랑을 더욱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실사 영화 못지않게 인상적인 장면들도 눈에 띕니다. Mr. 폭스의 절도를 카메라의 이동이나 컷 분할 없이 5개의 CCTV 모니터 화면에 비춰 압축하거나, 조명이 배제된 화면 속에서 담뱃불로 얼굴이 부각되며 빈의 고집스런 기괴함과 완벽주의자적인 잔인함을 암시하는 장면이 두드러집니다. Mr. 폭스와 미친 쥐의 어둠 속에서의 마지막 대결을 몇 개의 컷 만을 활용해 컷을 아끼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동물과 인간의 최후의 맞대결의 액션과 추격전 장면의 힘과 속도는 실사 영화에도 밀리지 않습니다.
동물을 의인화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기에 아동용, 혹은 가족용 작품이라고 속단하기 쉽지만, 강렬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들 덕분에 성인들에 어울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지 클루니와 메릴 스트립 이외에도 윌렘 데포와 빌 머레이, 마이클 갬본에 감독 웨스 앤더슨까지 더빙에 참여했는데, 배우들의 이미지와 걸맞은 캐스팅을 미리 확인하고 관람한다면 더욱 즐거울 것입니다. ‘아바타’와 ‘전우치’ 등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노린 대작들 사이에 묻혀 조용히 내려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보석 같은 작품입니다.
다즐링 주식회사 - ‘로열 테넌바움’의 로드 무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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