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콘텐츠뷰/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은하철도 999 - 제2화 화성의 붉은 바람 은하철도 999

제2화는 지구를 떠난 999호의 객실에서 테츠로와 메텔의 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첫 번째 정차역 화성을 앞두고 메텔은 999호가 각각의 별에 도착할 때마다, 그 별을 기준으로 하루 동안 머무는데, 그 사이 999호를 떠나 여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출발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할 경우, 999호는 떠나고 테츠로가 홀로 남게 되어 결국 죽게 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이 부분의 대화는 테츠로에 대한 메텔의 999호의 운행 수칙 안내이지만, 동시에 시청자에 대한 제작진의 가이드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즉, 기본적으로 각각의 별에서 각 화 완결의 스토리가 진행되며, 그 별의 하루라는 제한 시간 이내에 테츠로와 메텔이 999호로 복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간제한의 원칙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999호의 출발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으로 인해, ‘은하철도 999’의 스토리는 근본적으로 스릴러와 같은 긴장을 유발합니다.

지구를 뒤로 하며 테츠로와 메텔의 대화가 끝나자 드디어 제3의 주인공 차장이 첫 등장합니다. 차장은 다음 정차역인 화성과 24.37226 시간에 해당하는 정차 시간을 알릴뿐, 테츠로 및 메텔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차장의 성우 기모츠키 카네타의 dvd 박스 북클릿 인터뷰에 의하면, 애당초 차장은 냉정한 캐릭터였지만 입이 없는 캐릭터 디자인의 특징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애드립을 첨가했고, 제작진이 이를 각본에 반영하며 차츰 인간적인 캐릭터로 변모해갔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그늘 하에 있는 ‘은하철도 999’의 특성 상 기모츠키 카네타의 애드립이 차장의 캐릭터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려우나, 시간이 흐를수록 테츠로와 메텔의 모험에 함께 하며 차장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났던 것은 사실입니다.

차장은 일본인이 이상적으로 상정하는 전형적인 직업인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으로 느끼며 공적인 영역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지만, 사적인 영역에서는 인간미로 가득한 직업인 말입니다. 이름이 엄연히 존재할 텐데도 불구하고, 직위인 ‘차장’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999호라는 직업적 영역 내에서는 공이 사보다 우월하게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1화 리뷰에서 언급했던 철도에 대한 일본인의 강박적인 집착을 감안하면, 차장에서 1999년 작 ‘철도원’이 연상됩니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철도원’에서 다카쿠라 겐이 분했던 시골 마을의 한적한 역장 사토는, 역의 폐쇄를 앞두고도 여전히 철도원으로서의 직무에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인 ‘은하철도 999’의 차장이 나이가 들어 은퇴를 앞두고, 성인을 위한 실사 영화에 출연한다면 ‘철도원’의 사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텔은 화성을 관광하기 위해 999호에서 내리는 테츠로에게 금화 한 자루를 주며, 은하철도 주식회사에서 999호의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라 언급합니다. 최종화인 제113화까지 999호의 정차역은 77개에 달하니, 77번에 걸쳐 금화 한 자루 씩 제공된다는 의미입니다. 가히 엄청난 양의 금화가 제공되는 셈인데, 이 금화는 모두 999호의 탑승권의 가격에 포함된 비용으로 보입니다. 승객에 지급되는 금화에,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의 운임까지 더하면, 999호의 탑승권의 가격은 일반인이 평생을 벌고 모아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고가임에 분명합니다. 따라서 메갈로폴리스 외곽에는 999호의 탑승을 꿈꾸는 빈민들로 가득하고, 이번 화의 제로니모를 비롯해 수많은 게스트 캐릭터들이 테츠로와 메텔의 999호 탑승권을 노리며, 999호의 객실이 그처럼 텅 빈 원인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1화에서 테츠로가 기계 백작에게 어머니를 잃지 않고, 메갈로폴리스의 빈민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돈을 벌었다 해도,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지 999호의 탑승권을 구입할 만큼의 큰 돈을 모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테츠로는 아슬아슬한 모험과 목숨을 건 여행을 경험하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겠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물론 메텔이 무조건 테츠로를 찾아내 행성 프로메슘으로 데려가야 하는 임무가 있었으니, 기계 백작이 아닌 메텔이 테츠로의 어머니를 살해하거나, 살해를 사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한편으로 그처럼 엄청난 고가의 탑승권을 구입한 승객을 대상으로만 운행되는 999호가 과연 수지타산이 맞는 노선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999호에는 테츠로와 메텔을 제외하면 시발역 지구에서 종착역 프로메슘까지 탑승한 승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999호가 1년에 한 번 밖에 운행되지 않는 희귀한 열차임을 감안하면, 아마도 999호는 승객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적자 노선이지만, 일본의 관광 철도가 그렇듯이, 이벤트처럼 유지되는 열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테츠로가 홀로 화성을 여행하러 999호를 나서도 메텔은 동행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정차역임에도 불구하고, 주의 사항을 일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테츠로의 독립심을 키워주려는 것이 메텔의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1화에서 이미 메텔이 테츠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테츠로는 메텔에 의해 보호 및 감시되고 있었음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버지 닥터 반과 어머니 프로메슘이 동상이몽으로 테츠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데, 만일 테츠로가 중간에 사망하거나 999호에 탑승하지 못하면, 메텔은 부모의 명령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1화에서 세 번이나 테츠로를 구한 메텔이었으니, 테츠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구원했을 것입니다.

999호의 도착에 제로니모는 연인 프레메와 그녀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술집을 뒤로 합니다. 제로니모는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고다이의 용모와 체형을 빼닮았고, 프레메는 메텔을 비롯한 미녀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프레메의 아버지 역시 이후 등장할 할아버지 캐릭터들의 원형과 같아, 마츠모토 레이지 캐릭터 디자인의 한계를 다시 노출합니다. 제로니모는 999호의 승객을 살해하고 탑승권을 빼앗아 화성을 떠나, 돈을 벌어 연인 프레메를 데리러 오겠다는 일그러진 욕망을 지닌 사나이로, 성우 이노우에 카즈히코가 분했습니다. 이노우에 카즈히코는 이후 ‘기동전사 Z건담’의 제리드로 출연하게 되는데, 자존심이 강하지만 일그러진 욕망을 그릇된 수단으로 달성하려는 야심가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는 점에서 매유 유사한 캐릭터입니다.

테츠로는 유령 도시가 된 그레이트 실치스를 거닙니다. 뒤에 프레메의 대사에 의하면, 화성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먼 곳으로 떠나도록 만들었다며 공동화의 이유로 언급되는데, 이것이 합리적인 이유인지는 의문입니다. 여하튼 미국 서부의 퇴락한 마을의 모습을 닮은 그레이트 실치스의 풍경은, 인구의 갑작스런 사회적 이동의 부작용으로 인해 공동화된 촌락을 상징합니다. 배경이 서부를 닮았기에, 테츠로를 둘러싼 3인의 총격전도 자연스레 작품 속에 녹아듭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인기척이 있는 듯한 술집에서 테츠로는 술집 주인에게 금화 한 닢을 내고 화성 소다수를 마신 다음, 프레메의 가이드 투어에 다시 금화 한 닢을 지불합니다. 999호 내에서는 금화를 쓸 일이 거의 없는 테츠로가, 금화 한 자루 전부를 주인에게 양도하려 하지만, 주인은 금화야말로 여행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니 잘 보관하라고 거절합니다. 하긴 여행에서 가장 의존할 수 있는 존재는 분명 현금입니다. 술집 주인은 차후 무수히 등장할 무욕의 노인 캐릭터의 시발점과 같은 존재입니다.

프레메와 함께 화성을 관광하던 테츠로는, 무덤에서 총잡이 제로니모와 조우하고는, 프레메의 가이드가 두 연인이 꾸민 함정임을 깨닫습니다. 제로니모는 테츠로를 저격하여 999호의 승차권을 강탈하지만, 프레메가 자신을 겨누자 그녀마저도 쓰러뜨립니다. 프레메는 제로니모가 화성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기에, 그를 죽이거나 혹은 자신이 죽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프레메가 제로니모와의 총격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프레메가 제로니모를 총으로 겨눈 것은, 연인을 떠나보낼 바에야 죽는 게 나으며, 동시에 제로니모가 뒤돌아보지 않고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하철도 999’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연인인, 화성을 떠나려는 제로니모와 남겨질 프레메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의 신파극에서 반복적으로 묘사되던, 고향을 떠나는 남자와 남겨지는 여자의 관계의 은유입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고향을 등지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며 연인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남자의 이미지와 그와 재회하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내는 여자의 이미지가 제로니모와 프레메에 투영된 것입니다. 동시에 제로니모와 프레메는 ‘은하철도 999’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될 비극적 운명의 연인의 상징입니다.

프레메가 숨진 이후, 테츠로는 기적적으로 일어나 제로니모에 총을 겨누는데, 술집 주인의 충고에 따라 보관했던 금화 자루가 방탄 역할을 했기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하모니카, 혹은 성경책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전쟁 영화의 클리셰를 활용한 것입니다. 제로니모는 테츠로의 손에 흐르는 붉은 피를 확인하고는, 기계 인간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도리어 테츠로의 유한한 생명을 부러워하며, 대응 사격을 포기한 채 죽음을 선택합니다. 제로니모가 죽음을 선택한 것은 연인인 프레메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데 따른 죄책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제1화에서 기계 백작 일당을 일망타진한 테츠로가 다시 화성에서 제로니모를 살해한 것인데, 아무리 기계 인간을 향한 복수 혹은 정당방위라 해도, 총을 든 10세 소년의 연쇄 살인극이라는 점에서 ‘은하철도 999’는 극히 하드보일드한 작품이며, 테츠로는 저승사자(死神)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테츠로는 출발 직전의 999호에 간신히 돌아와 화성을 떠나는데, 영원한 생명의 기계몸을 지니고도 유한한 생명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합니다. 이 같은 의문은 테츠로를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번 화에서는 메텔이 서사에서 제외된 가운데, 테츠로와 게스트 캐릭터 세 명을 더해 단 네 명의 캐릭터만으로도 농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신파와 하드보일드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뤘습니다. 화성의 바람과 테츠로의 선혈이 동일한 붉은 색이지만, 하나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와 황량함을, 다른 하나는 역동적인 생명력과 유한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선명하게 구분됩니다. 동일한 색상을 지닌 소재가 20여 분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속에서 생생하게 대조된다는 점에서 ‘은하철도 999’는 걸작의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만한 작품임이 입증됩니다.

다음 화에서 999호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고, 테츠로는 유리의 몸 클레어와 만나며, 노파로부터 여행의 굳건한 동반자 전사의 총을 얻게 됩니다.

은하철도 999 - 제1화 출발의 발라드


덧글

  • 굿데이 2010/10/08 13:44 #

    기계인간이긴 하지만 총을 든 어린 소년의 응징은 가차 없습니다.
    1화로부터 시작해서 벌써 죽은 생명(?)이 여럿입니다.
    죽음의 의미도 제각각 이고, 뭐 이제 시작인거지만요.
    테츠로를 노리는 현지인과 마찬가지로
    유한한 생명을 부러워하는 기계인간들도 앞으로 계속 등장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반복적으로 들려주지요.

  • 아스카리스 2011/12/03 00:37 # 삭제

    ... 은하철도999보면 기계인간 1000년 넘게 살 수 있는 것은 부품을 교환해야하며... 외적 위험에서 벗어낫을 경우지만... 이유없이 무차별로 총에 쏘여 죽으면... 그만이고 아이도 낳을 수 없으니 확실히 유한한 인간이 낫다고 봐요. 무한정 사는 인간들이 과연 좋을지는 모르겟네요. 저라면 차라리 천국이든 지옥이든 그냥 땅의 가루로 흔적없이 사라지든.. 그냥 죽는게 낫다고 보네요...; 영겁의 세월을 산다한들...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니깐... ^_^ 작성 하신분은 심오하면서도 스토리의 담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잘 유추했네요...; 선생님 같다는 생각을 햇어요 ^_^ 정말 잘 읽고 가요...; 심오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기계인간이라... 다시 봐도 아이를 못낳게 되겠네요; 대신 좋은 공기 환경 나무 꽃 없어도 에너지만 공급하면 되니깐... 확실히 기계라고 보는게 낫네여 인간빼고; 은하철도999에서 나오는 기계인간들은 기계처럼 차가운 고철처럼 냉혹한 면을 지니고 있으니깐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