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KBO 야매카툰/kt wiz 야매카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tominodijeh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모범시민 - 전형적인 헐리우드 용두사미 영화

2인조 강도에 아내와 딸을 잃은 클라이드(제라드 버틀러 분)는, 유죄 판결을 위해 범인과 협상하여 짧은 형기를 받도록 한 검사 닉(제이미 폭스 분)의 조치에 울분을 삼킵니다. 10년 뒤, 두 범인을 지능적으로 살해한 클라이드는 닉을 협박하며 연쇄 살인을 예고합니다.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모범시민’은 매우 역설적인 제목의 영화입니다. 주인공 클라이드는 복수심에 불타 계획적이고 잔혹한 연쇄 살인을 자행하기에, 그가 ‘모범시민’이라 자칭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것입니다. 사법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가족을 살해한 범죄자가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자, 클라이드는 사법 제도의 허점을 역이용하며 복수극을 계획하는데, 이 같은 발상은 영화적으로 기발한 것입니다. 두 범죄자를 지능적이면서도 참혹하게 살해하는 초반부는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복수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클라이드 본인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복수 그 자체를 위해 관련된 모든 이를 살해하는 것이 목적인지, 그렇지 않으면 닉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닉의 캐릭터 또한 애매합니다. 출세욕에 불타는 속물 검사인지, 주관이 뚜렷한 정의의 실현자인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닉의 성격이 입체적인 것도 아닙니다. 각본이 캐릭터를 정립하는데 실패하자 제이미 폭스의 연기조차 뻣뻣합니다. 따라서 관객이 닉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클라이드의 기상천외한 복수극이 계속되며, 폭력의 수위는 점차 강화되는데, 그와 더불어 서사구조는 헤매기 시작합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서사구조의 유기성은 완전히 사라지며, 클라이드의 ‘공범’의 실체는 감독과 각본가의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선택되었음이 판명됩니다.

결국 기발한 아이디어와 허술한 서사구조의 잘못된 만남은 갈 곳을 찾지 못하다 헐리우드식 해피 엔딩과 권선징악으로 수습되는데 그칩니다. 사적 복수와 자력 구제에서 비롯되는 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사회적이나 윤리적으로 파고들려는 지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모범시민’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킬링 타임용으로는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군더더기도 거의 없고 러닝 타임도 109분으로 적절합니다. 하지만 예고편이 제공했던 기대를, 카리스마 넘치는 제라드 버틀러와 연기력이 보장된 제이미 폭스를 캐스팅하고도 각본의 허술함으로 인해 충족시키지 못한 점에서 아쉽습니다.



덧글

  • zolpidem 2009/12/13 13:05 #

    어제 극장에서 봤는데, 저도 각본의 허술함에 허망함을 느낄 수 밖에 없더군요.

    차라리, 에바를 한 번 더 볼 걸 그랬나 봅니다.
  • 우주고래 2009/12/13 14:14 #

    개인적으로 올해 본 영화중 최악입니다. 닌자어쌔신을 극장에서 보면서 예고편으로 나올때 정작 본편인 닌자어쌔신보다 이 영화의 예고편이 더 인상깊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닌자어쌔신이 훨씬 나았습니다. 중간까지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다가 종반에 얼렁뚱땅 정리하는걸 보니 확 짜증이 나더군요. 차라리 클라이드가 완전한 악역으로 돌아서서 다 날려버리고 스스로 몰락했다면 약간의 카타르시스라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이도저도아닌 캐릭터를 고수하다 결말이 나버리고 릭은 분명히 자신의 욕심을 위해 클라이드를 희생시키고 클라이드가 광적인 복수를 하게 만든 원인제공자임에도 결국 인과응보 없이 찝찝한 엔딩을 보여주더군요. 뭔가 후련함을 느끼려고 영화를 봤다가 되려 짜증나고 답답한 기분만 갖게 된 영화였습니다.
  • 행복하기 2010/01/14 01:38 # 삭제

    9점대 평점을 7점대로 끌어내리는 후반부 느낌을 지울수 없는 작품..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수있다는 클라이드의 능력이 의심되더군요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클라이드 .. 딸의 연주회를 보며 끝나는 마무리 이건 머지!!! ... 차라리 마지막 씬이 아주아주 잔인했더라면 하는 느낌.. 허무하데요
  • HILIFE 2012/01/18 22:41 #

    용두사미가 적절한 표현이겠군요ㅎㅎ.
    차라리 클라이드가 와일드카드를 남겨두어서 닉에게 복수를 하는쪽으로 결말을 냈으면 어땠을까요..
    결국은 뭐...예상했던대로 흐물흐물한 결말이 났습니다만ㅠ

    여로모로 아쉬운 영화입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