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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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 지금, 오발탄의 시대로 회귀하는가 영화

한국 영화의 걸작 ‘오발탄’을 서울아트시네마의 ‘유현목 특별전’을 통해 필름으로 관람했습니다. 이범선의 1959년 작 동명의 원작 소설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화한 1961년 작으로 한국 전쟁 이후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폐한 서민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입니다.

‘오발탄’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달동네 ‘해방촌’(현재의 서울 남산 남서쪽 용산동)에 거주하는 철호의 가족입니다. 장남 철호(김진규 분)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성실한 서기이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대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차남 영호(최무룡 분)는 한국 전쟁에서 총상을 입은 상이군인이지만, 전역 후 수년 째 취업하지 못해 전우들과 함께 건달과 다름없는 신세입니다. 가난에 못이긴 여동생 명숙(서애자 분)은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미군을 상대하는 양공주가 됩니다. 노년의 어머니(노재신 분)는 ‘(북으로) 가자’는 말만 거듭하는 치매 상태이며 막내 민호는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팔이로 나섰습니다.

이 같은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영호는 은행 강도가 되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철호의 아내(문정숙 분)는 출산 도중 사망합니다. 명숙이 매춘으로 번 돈을 받아 아내의 병원비로 사용하려던 철호는, 아내의 죽음에 거리를 방황하다 장기간 괴롭혀 온 사랑니를 치과에서 연속으로 뽑은 후, 과도한 출혈로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철호의 사랑니는 그를 옭아매는 대가족과 비참한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앓던 이가 빠졌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내 없이 두 아이를 키워야 하며, 영호의 옥바라지를 해야 하고, 매춘에 내몰린 여동생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범행을 앞둔 영호와의 대화에서 언급되듯이, 철호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기회주의자 혹은 범죄자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삶의 방식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 명대사처럼 그는 ‘오발탄’처럼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제작년도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에 육박하는 흑백 영화이지만, 신파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며, 원작 소설에서 유래한 철학적이며 문학적인 대사들은 주옥같습니다. 그렇다고 현학적이며 지루한 작품도 아닙니다. 청춘스타 최무룡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두 번의 키스신과 총격전 및 추격전으로 로맨스 및 활극의 요소들을 삽입해 당시의 관점으로 보면 오락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발탄’은 마치 일본 영화나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낯설었는데,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매우 생소했습니다. (극중 건물 간판에서 오리온 드롭프스, 오리온 캬라멜, 미도파 백화점 등을 볼 수 있으며, 화신 백화점은 여러 차례 대사를 통해 언급됩니다.) 일제 시대와 한국 전쟁, 그리고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의 산업화 시기는 수많은 기록 영화나 영상 작품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막상 한국 전쟁과 박정희 쿠데타 사이의 전후 1950년대를 조명한 기록 영화나 영상 작품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사의 톤과 발성이 최근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데다 녹음 상태가 시원치 않아 일부의 장면에서는 붙박이 영어 자막을 읽는 편이 한국어 대사를 듣는 것보다 이해가 빨랐습니다. ‘오발탄’의 필름에 붙박이 영어 자막이 남아 있는 것은 국내에 보존된 프린트가 없어, 제7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것을 활용한 것인데, 한국 영화의 부실한 보존 실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의 쿠데타 직후였던 개봉 당시 ‘가자’라는 대사로 인해 상영 중단의 어려움을 겪었던 ‘오발탄’이 지금도 멀쩡한 필름으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 굴곡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투영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극중에서 복개 공사 중인 청계천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기를 등에 업은 채 목을 매단 여성과 사업장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등장하는데, 사상 탄압과 용산 참사, 극심한 양극화, 극도의 취업난과 같은 최근 일련의 흐름을 보면 ‘오발탄’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덧글

  • 네리아리 2009/12/11 08:09 #

    그런데 이거 또 한국사회에 않 좋은 모습 보인다고 상영중지 하면 대박나겠군요.
    ㄴ국사시간인가? 국어시간인가. 이 게 박전희 정부 시절때 한국사회에 좋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방영중지 먹었다고 하네요. 뭐, -3-
  • 세라피타 2009/12/11 16:12 #

    왠지 눈물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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