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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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 20세기 초 파란만장 미국 사회사 영화

거대한 목장을 소유한 조던(록 허드슨 분)에 한눈에 반해 메릴랜드에서 텍사스로 시집온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는, 자신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거친 텍사스의 환경에 갈등합니다. 레슬리를 연모하는 조던의 일꾼 제트(제임스 딘 분)는 유산으로 받은 농장에서 석유가 나오며 부자가 됩니다.

에드나 퍼버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1956년 작 ‘자이언트’는, 촬영을 마치고 교통사고로 요절한 청춘스타 제임스 딘의 유작이자, 1985년 에이즈로 사망한 록 허드슨의 대표작입니다. 러닝 타임은 세 시간이 훌쩍 넘는 201분이나 되지만, 베네틱트 가문의 3대에 걸친 사랑, 결혼, 출산, 성장, 죽음 등 인간사를 대하드라마의 총집편처럼 압축적으로 제시하기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으며 흥미진진합니다.

‘자이언트’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사회적 변화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던과 레슬리 부부는 신혼부터 충돌하는데, 조던이 강건하고 남성적인 서부를 상징한다면, 레슬리는 귀족적이며 여성적인 동부를 상징합니다. 초반부에는 대목장주 조던을 넘보는 부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중반 이후 석유 재벌이 된 제트가 조던의 땅에서 석유를 채굴하며 공항과 호텔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1차 산업인 축산업에서 2차 산업인 석유 산업을 거쳐 3차 산업인 레저 산업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레슬리는 텍사스로 시집오며 애마 ‘전쟁의 폭풍’를 동반하는데, ‘전쟁의 폭풍’의 사나움은 텍사스라는 환경에 함몰되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레슬리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짝사랑하던 레슬리 덕분에 우연히 석유를 발견한 제트가 가난뱅이에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조던 부부의 외아들이 처음 말에 올랐을 때 울음을 터뜨린 것은, 그가 조던의 의사를 거부하고 목장을 물려받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베네딕트 집안 3대의 성쇠와 함께 고발되는 인종차별 문제는 신랄합니다. 멕시코 인들에 대해 관용적인 레슬리와 달리, 그들을 하인으로 부리는 조던은 인종 차별적 태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난했던 시절에는 멕시코 인의 영토를 빼앗은 미국의 역사에 비판적이었으며 그들의 빈곤한 생활에 동정적이었던 제트가, 부자가 된 이후 인종주의적 태도를 노골화하며 돌변하는데, 이는 미국의 지배계급 WASP의 위선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자이언트’가 제시하는 결말은 매우 희망적입니다.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았던 조던은 외아들이 멕시코 여성과 결혼하여 손자를 출산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자, 공식 석상에서 며느리를 차별하는 제트와 주먹다짐을 벌이고, 식당 주인과도 난투극을 벌이는데, 레슬리는 남편의 변화에 ‘결혼 이후 가장 멋진 모습’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조던의 백인 외손자와 혼혈 친손자가 하나의 요람에 머물고 있는 엔딩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종의 용광로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자이언트’는 이미 사망한 두 남자 주연 배우와 더불어 최근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젊고 아름다운 시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데니스 호퍼의 20대 초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제임스 딘은 스스로 노역 연기에 불만족하며 최대한 멀리서 앵글을 잡고, 적은 분량만 등장하도록 요구했다고 하는데, 자신이 결코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기억될 것임을 예고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