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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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스 - 소녀들의 성을 상품화했는가 영화

어린 소녀 이리스(조 오클레르 분)가 관에 실려 소녀들만의 공동체에 오게 됩니다. 이리스는 자신을 배려하는 맏이 비앙카(베랑게레 아쉬오브리게 분)를 따릅니다. 밤마다 홀로 외출하는 비앙카에 이리스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우리 시대의 프랑스 영화 특별전’의 일환으로 상영중인 뤼실 아지알릴로비치 감독의 2004년 작 ‘이노센스’는, 프랭크 베데킨트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소녀들만의 공동체를 배경으로 합니다. 속옷까지 모두 흰옷으로 통일해 입었으며, 머리띠로 서열을 구분하는 소녀들에게는 순종이 강요됩니다.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은 금지됩니다.

‘이노센스’는 폐쇄된 공동체를 배경으로 하기에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답게 중반까지 던진 의문점들을 결말에서 완전히 풀어헤치는 ‘빌리지’와 달리, ‘이노센스’는 많은 의문들을 던져놓고는 프랑스 영화답게 끝까지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여운을 남기는 것이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리저리 벌여놓은 암시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녀들이 왜 관에 실려 온 것인지, 왜 폐쇄된 공동체에 오게 된 것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의문에서부터, 각각 두 명의 여교사와 시녀는 어떻게 공동체의 유일한 성인으로 남게 된 것인지, 공동체의 담장 밖에는 어떤 세상이 존재하는지, 중간에 선발된 소녀들은 어디로 가게 된 것인지, 단 한 장면 등장하는 ‘지도자’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은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관에 실려 공동체에 오는 것이 죽음 혹은 유년기와의 결별을 의미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상징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답답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캐스트와 스탭롤을 모두 소개하는 방식은 흡사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숲 속의 공동체와 흰 옷을 고집하는 소녀들로 인해 ‘이노센스’는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중반 이후 주인공이 되는 비앙카는 결말에서 공동체를 떠나게 되는데, 이는 근대적이고 전원적인 흑백의 폐쇄된 공간에서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며 원색적인 개방된 공간으로의 이동을 통한 한 단계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초경이 시작되고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유년기와 결별하며 사춘기에 접어든 비앙카는 도회적인 새로운 공동체에서 선망했던 남자를 만나며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암시되는데, 기존의 공동체의 호수가 폐쇄성을 상징한다면, 새로운 공동체의 분수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극중에서 수많은 소녀들이 등장하지만 가히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비앙카 역의 베랑게레 아쉬오브리게의 아름다운 미모로 인해 허술한 내러티브마저 가려집니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가장 큰 약점은 허술한 내러티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녀를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그들을 성적으로 상품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극중에서 소녀들은 폐쇄된 공동체에 감금된 상황 속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당하며, ‘순종’이 최고의 미덕으로 규정됩니다. 일정한 나이가 되어 공동체에서 떠날 때까지는 오로지 주어진 훈육에 길들여져야만 합니다. 게다가 소녀들의 나신이 등장하는 수영 장면이나 속이 훤히 드러나는 발레 장면(한편으로는 드가의 그림을 연상시키지만)이 관능적이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여성 감독의 연출작이라 비난에서 다소 자유롭겠지만, 로리타 컴플렉스를 자극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몽환적이며 초현실적인 상징으로 충만한 독특한 작품임에 틀림없으나, 소녀들의 성을 상품화한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덧글

  • 寫家 2009/11/20 11:10 #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럽에는 중산층이나 상류층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딸들을
    수녀원에 가두고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시키는 문화가 있었으니 이런 작품도 가능하겠죠.
    소설을 보다보면 18살이 된 딸이 수녀원에서 돌아와 사교계에 데뷔한다는 내용이 흔하죠.
    미션계 기숙사제 여학교도 이런 문화에서 파생된 것이겠죠.
  • MIP마스터 2009/11/20 12:34 #

    기억나네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인데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님이 여자임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잠을 잔 영화이기도 합니다.
  • 山田 2009/11/20 15:01 #

    뭐랄까 반두비를 보고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하면 좀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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