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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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오빠 - 어린이 원작 수기의 재미와 한계 영화

규슈의 작은 마을의 탄광 노동자인 홀아버지를 잃은 장남 키이치(나가토 히로유키 분)를 비롯한 야스모토 집안의 4남매는 생활고에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차남 코이치(오키무라 다케시 분)는 4남매가 다시 모여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생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막내인 여동생 스에코(마에다 아키코 분)를 보살피려 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의 일환으로 상영된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1959년 작 ‘작은 오빠’는 막내 스에코의 시점에서 손위 오빠 코이치를 바라보는 야스모토 스에코의 수기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국내에는 원제 ‘니안짱’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어린 코이치와 스에코를 부양해야 할 장남 키이치와 차녀 요시코(마츠오 카요 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키이치는 우유부단하며 의지가 부족하고, 열여섯 살의 요시코는 수동적입니다. 반면, 아버지의 발인을 위해 떠나는 배의 뒤를 헤엄치며 따르는 첫 장면부터, 코이치의 강인한 의지가 돋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신세만 지는 것에 넌덜머리가 난 코이치는 돈을 벌기 위해 도쿄로 가겠다는 야심까지 실천에 옮기는데, 이런 코이치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매우 따뜻합니다.

극도의 가난으로 인해 병약한 탄광 노동자의 아내는 도시의 유흥가에 취직하고, 병을 치료하지 못해 시달린 남편은 자살하며, 일평생 탄광에 몸 바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 가 됩니다. 비슷한 사건을 다룬 ‘훌라 걸스’가 탄광 폐쇄 이후 자구책이 성공한 경우를 다뤘다면, ‘작은 오빠’는 반대로 탄광의 폐쇄로 노동자들이 모두 거리로 나앉는 처절한 상황을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고난 속에서도 인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희극적으로 묘사해, 고도 성장기의 혜택에서 소외된 노동 계급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신파극보다는 희극을 추구했기에, 정확히 반세기 전의 작품이지만 전개가 빠르고 군더더기도 없습니다. 옛날 영화답지 않은 재미를 갖추고 있지만, 과연 ‘작은 오빠’가 묘사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감독이 제시하는 희망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작은 오빠’에서는 노동자들을 정리 해고하는 사측에도 나름의 고뇌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며,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는 사회적 원인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극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고리대금업 노파는 상가(喪家)에서도 빚부터 챙기는 재일교포로 묘사되는데, 같은 한국인의 자식인 주인공 4남매에게도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헨미의 아내를 비롯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노동 계급에 속해있습니다. 결국 이마무라 감독은 가난의 원인은 사회보다는 개인에 있으며, 코이치처럼 노력한다면 누구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그칩니다. 도시 출신의 적극적인 지식인 여성 가나코조차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채 떠나는 폐광 마을에 과연 어떤 희망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린이의 수기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