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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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미드 V(브이) - 제2부 There Is No Normal Anyone 영화

지난주부터 미국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한 ‘V’는 올해 4부까지만 공개되고, 내년 봄 13부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90분 5부작이었던 오리지널에 비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의 경우 제1부가 마무리될 무렵, 전 지구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압제가 시작되었고 그에 맞서는 레지스탕스의 활동도 본격화되었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제2부까지 외계인들이 본색을 숨기고 세련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지구인들의 레지스탕스 활동도 본격적으로 조직화되지 못했습니다. 오리지널과 달리 리메이크의 외계인들은 군복과 같은 제복을 입지 않습니다. 따라서 붉은 제복을 고집했던 오리지널과 달리 외계인들은 수 년 전부터 지구에 암약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피아의 구별이 명확했던 오리지널이 냉전 시대 거대 담론의 정치 스릴러였다면, 피아의 구별이 쉽지 않은 리메이크는 현재까지 세계화 시대의 미시적인 첩보 스릴러라 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의 캐릭터들을 그들의 의지의 강도에 따라 구분하면, 지구인과 외계인의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 캐릭터들에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잭과 라이언은 끊임없이 갈등하지만, 에리카는 FBI 수사 요원으로 산전수전 다 경험한 탓에 자신의 원칙에 매우 충실하며 갈등하지 않습니다. 에리카의 약점은 아들 타일러뿐인데, 이 약점은 시리즈 중반 이후 외계인들에 의해 집요하게 공략당할 것입니다. 외계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종일관 세련된 미소를 잃지 않지만, 지구인을 대하는 애나의 의지 또한 굳건합니다. 따지고 보면 오리지널에서도 줄리엣과 다이애나가 시리즈 전반을 장악했으니, 리메이크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힘이 강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명확한 대립각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에리카와 애나의 라이벌 관계가 구체적으로 형성된다면 더욱 흥미로운 구도가 될 것입니다.

신부인 잭과 싱글맘인 에리카의 주인공 콤비는 매우 절묘한 설정입니다. 성직자와 수사관이라는, 이상을 상징하는 성스런 직업과 범죄와 맞서는 속세의 직업이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적 긴장감이나 연애 감정을 원천 봉쇄하며 동료애로만 결합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두 사람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티격태격했지만 오리지널의 마이크와 줄리엣이 그랬듯 무한한 신뢰로 융합될 것입니다. 잭과 에리카를 둘러싸고 외계인 위협 대책팀의 세리타와 에리카의 상관 폴이 새로 등장했는데,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FBI의 외계인 위협 대책팀이 내러티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언은 상처 치료를 위해 뉴저지로 안젤로를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외계인의 발달된 의학 기술을 엿볼 수 있는데, 오리지널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인으로 위장하는 가면과 가죽에 손상을 입어도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않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라이언과 동일한 입장의 외계인인 안젤로는 라이언이 위기에 빠져있음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현재까지 등장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선악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물론 캐릭터들의 입장이 극적으로 바뀌는 반전은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것입니다.) 채드는 유독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외계인 최고 사령관 애나를 상대로도 흥정을 하는 담대한 사내인데, 그가 원하는 것이 지구인을 위하는 것인지, 외계인을 위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개인의 출세를 최우선시하는 기회주의자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는 외계인의 편에 서있지만, 언론의 정도(正道)를 고민하는 내적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채드는 오리지널의 크리스틴의 역할인데, 크리스틴은 외계인에 매혹되어 부역자가 되었고, 외계인의 실체를 알아차린 후 그들을 비판하다 생방송 도중 다이애나에 살해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채드는 외계인에 매혹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채드가 외계인의 실체를 눈치 채도 자신의 이익에 위배된다면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리지널에서는 줄리엣이 크리스틴과 접촉하려다 실패했고, 원래 동료이자 연인 사이였던 마이크가 크리스틴과 친분을 유지하며 그녀가 진실에 눈 뜨도록 이끌었습니다. 현재까지 채드와 레지스탕스는 아무런 인연이 없으나 차후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간에 어떻게든 양자는 관계를 맺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외계인과 레지스탕스의 대결 구도에서, 매스미디어라는 거대한 권력을 손에 쥔 채드의 판단에 따라 여론의 동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성격의 언론인 채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는데 그의 외줄타기가 점층될 수록 애나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나는 지구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킵니다. 지난 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일본과 멕시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미국을 압박합니다. 일본인을 사로잡기 위해 기모노를 입은 애나의 모습은 이채로웠지만 모레나 바카린의 일본어 발음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이로써 리메이크에서 처음 등장한 아시아의 도시는 도쿄가 되었는데 역시 일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쵸가 등장했습니다.

결국 외계인은 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애나를 비롯한 일부 외계인들은 비자를 발급받습니다. FBI 대 외계인팀에 증거 사진까지 제출하며 외교 관계 수립을 막으려 노력했던 잭은 좌절하지만, 사실 최근까지도 미국 비자를 받기 힘들었으며 입국 시 지문을 날인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SF 장르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외계인은 결국 외국인의 비유입니다. 최근에는 외국인에 폐쇄적인 미국의 국가 정책과 사회 풍토를 한국이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한편 뒤로는 외계인들의 음모가 진행 중입니다. 레지스탕스의 첫 번째 회합에 참석했던 생존자의 신원을 확보한 외계인들은 오리지널의 ‘개조’와 유사한 방법으로 고문하며 레지스탕스의 구성원 명단을 입수하려 합니다. 마커스와 함께 고문과정을 지켜본 신캐릭터는 스티븐인데, 오리지널의 외계인 캐릭터와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주인공 중에 누가 ‘개조’를 당할지도 주목됩니다.

지구인으로 여겨지는 데일의 아내와 만난 에리카는 데일이 별도의 이동전화로 끊임없이 정보를 누설했음을 밝혀 폴의 의심으로부터 벗어납니다. 에리카의 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예고편의 장면은 꿈으로 밝혀졌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데일이 부활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외계인을 완전히 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오리지널에서도 외계인은 지구인의 소총 정도로는 격퇴할 수 없었지만, 몸에 철봉이 박히고도 살아남는 좀비와 같다면, 별도의 무기와 수단을 강구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리메이크 미드 V(브이) - 제1부 Pilot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리뷰를 시작하며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1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2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3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4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5부


덧글

  • THX1138 2009/11/12 18:51 #

    은근 기대하고 있어요
    요새 케이블에서 전격 제트작전 하고 있는데 한숨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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