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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계몽 신파극, NHK 드라마 ‘챌린지드’ 영화

지난 7일 5부작으로 종영된 드라마 ‘챌린지드’를 NHK 월드 프리미엄을 통해 시청했습니다. 우연히 접하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사키 쿠라노스케가 출연해, 5주 동안 매주 토요일 거르지 않고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사사키 쿠라노스케는 드라마 ‘풍림화산’의 사나다 유키타카 역과 영화 ‘20세기 소년’의 후쿠베 역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원작 만화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20세기 소년’은 3부작으로 기획되어, 일본에서는 제3부의 개봉까지 완료되었지만, 국내에는 제1부가 흥행에서 참패해 제2부 이후로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제1부에서 후쿠베의 비중은 미미했으나, 제2부 이후 비중이 커져갔을 것을 감안하면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섬세하고 복잡한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해 아쉽습니다.

182cm의 장신에 호리호리한 체구의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배우로서의 매력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미묘한 이미지에 있습니다. 진한 쌍꺼풀과 두드러진 광대뼈가 인상적인 마스크는 미남이라 하기 어렵지만, 동안에 호남형으로 상당한 호감을 자아냅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한 이미지와 풍부한 성량을 십분 활용하여 ‘챌린지드’에서 사사키 쿠라노스케는 주인공인 시각장애인 중학교 국어(일본어) 교사 하나와 역을 맡았습니다.

‘챌린지드’(Challenged)는 ‘장애인’을 의미하는 완곡한 표현인데, 극중에서는 장애를 딛고 도전(Challenge)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즉, 갑자기 시력을 잃은 하나와가 장애에 함몰되어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따라서 시력을 잃고 재활하는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만 할애되며 속도감 넘치게 편집되어 있으며, 그가 시즈오카현의 도마루의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이후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챌린지드’는 지극히 일본적이며 NHK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일본인들은 삶의 자세에서 정신력을 유독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NHK는 공영방송으로써 항상 품위를 지키며 시청자들을 계몽하려는 인상이 강한데, ‘챌린지드’는 그 두 가지 성격이 한데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계몽 드라마는 필시 신파로 흐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챌린지드’ 역시 그 운명을 피하지 못합니다.

항상 곁에서 신뢰해마지 않는 아내 유키에와 자신을 고용한 교장 하나무라를 제외하면, 부담임 신타니를 비롯한 동료 교사들과 반 학생들은 모두 그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경시합니다. 그러나 하나와는,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스테이지를 하나 씩 클리어하듯,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차례차례 사로잡습니다. 제5부에서 그가 학급의 전체 학생들과 함께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여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정점입니다. 성선설에 입각하여, 본질이 나쁜 인간은 없으니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마음을 열 것이며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계몽주의적 관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상주의적 낙관으로 가득한 이 드라마에서 하나와가 해결 불가능한 과제는 없습니다.

드라마에 사실성을 부과하기 위해, 일본의 현직 시각장애인 교사들의 수업 현장이나 맹인안내견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극의 말미에 삽입하기는 했지만, 한국보다 더욱 입시가 부담스런 일본의 중학생들을 상대로 극중에서 하나와가 수업하는 방식으로 입시에 대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담임 반을 제외한 다른 반에서는 어떻게 수업하는 것일까 하는 초보적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챌린지드’에 개연성을 부과한 것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였습니다. 현실적이라기보다 만화적인 캐릭터에 가까운 시각장애인 교사에 생생함을 불어넣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넉살 두둑한 연기는 극중의 다른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마저도 사로잡는 마력을 과시합니다. 엉뚱하면서도 사려 깊은 그가 교사로서의 확고한 책임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 모습에, 공교육에 심각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현실이 겹쳐지며,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사키 쿠라노스케의 훌륭한 연기를 제외하면, 부담임 신타니 역의 무라카와 에리와 반 학생들을 연기한 10대 배우들의 연기는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담임이 될 기회를 하나와에 박탈당해 초반부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고집스런 캐릭터가 신타니이기는 하지만, 무라카와 에리의 연기는 지나치게 뻣뻣합니다. 그에 비하면 풋풋한 10대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는 귀엽습니다. 10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를 보는 것 또한 학원 드라마의 매력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오쿠데라 역의 아이돌 고이케 리나가 인상적이었는데, 제1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된 후 제2회부터 비중이 감소했지만, 청순한 그녀를 보며, 4년 전 세상을 떠난 배우 이은주가 10대 시절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챌린지드' NHK 공식 홈페이지
http://www.nhk.or.jp/dodra/challenged/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