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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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신은 죽었다,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60년 작 ‘달콤한 인생’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은, 장 르느와르 감독의 1939년 작 ‘게임의 규칙’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쉽겠지만, ‘게임의 규칙’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이 그러하듯 큰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인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의 행적을 시간 순으로 나열했지만, 사건의 전후 관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옴니버스에 가까우며, 각각의 에피소드가 나름의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류 사회의 타락을 낱낱이 까발린다는 점에서 ‘게임의 규칙’과 ‘달콤한 인생’은 유사하지만, ‘게임의 규칙’이 희극적으로 상류 사회를 비판한다면, ‘달콤한 인생’은 지루하리만치 사실적인 관점을 견지합니다.

예수상을 헬기에 매달아 운반하는 오프닝부터 ‘달콤한 인생’은 범상치 않습니다. 예수상이 인간의 문명의 이기인 헬기의 아래에 매달려,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장면을 제시하며 20세기는 ‘신이 죽은 시대’임을 규정합니다. 뒤이어 가톨릭의 ‘기적’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이탈리아인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집착한다’며 냉정히 못 박습니다. 바티칸의 교황청이 이탈리아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달콤한 인생’을 위해 펠리니에게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 서양 철학이 믿었던 이성은 20세기를 지배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두 번의 세계 대전 이후 상실감으로 가득했던 20세기 중반의 포스트모던한 이탈리아의 풍속도가 ‘달콤한 인생’을 점철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노예가 되어 순수 문학을 포기하고 가십 기사에 매달리는 자신을 혐오하는 지식인 마르첼로, 동거하는 마르첼로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 이외에는 아무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엠마(이본느 퓌르노 분), 마르첼로와 결혼하자고 말해놓고 곧바로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막달레나(아누크 에메 분), 모든 이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헐리우드의 여배우이지만 실상은 약혼자에게 구타당하며 삶의 공허함을 숨기지 못하는 실비아(아니타 에크베르그 분),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불행까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뜯어먹는 파파라치(이제는 일반 명사가 된 파파라치의 어원은 바로 이 작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이 중단될 것이 두려워 어린 자식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가장 스타이나(알랭 퀴니 분), 한밤중에서 새벽까지 난교 파티를 벌이는 천박한 상류층, 이혼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등장인물은 퇴폐적인 타락을 지겨우리만치 반복합니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제목 자체가 역설적이라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결국 신문기자의 지위마저도 포기한 마르첼로는 더욱 심하게 망가지고, 마지막 장면에서 구원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과 마주치고서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합니다. 마르첼로와 바닷가에서 재회해 뭔가를 간절히 말하고자 했던, 고향을 떠나 일하며 노동의 대가를 소중히 여기는 소녀야말로,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타락을 일삼는 상류층과 대비되며, 크리스트교적인 의미가 아닌 새로운 의미의 천사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와이드스크린 영화 특별전’을 통해 말로만 듣던 거장의 걸작을 뒤늦게 필름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시종일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174분 분량의 흑백 영화라, 상당한 각오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관람 도중 적지 아니 지쳤습니다. 정확한 러닝 타임을 처음부터 몰랐던 탓인지, 아니면 영화에 짓눌린 탓인지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와이드스크린 영화 특별전’으로 상영되는 영화들을 모두 보고 싶을 정도로 프로그램이 좋아 ‘달콤한 인생’을 이번에 다시 관람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재회하고 싶습니다.


덧글

  • 2012/01/24 21:45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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