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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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5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디스트릭트9’에 이르기까지 거대 UFO가 등장하는 SF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V’입니다. 물론 ‘V’는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전 지구적으로 중요 도시들을 거대 UFO들이 뒤덮은 비주얼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V’는 선구적입니다. 모든 지구인들이 우러러 볼 수 있도록 대형 UFO가 상공을 점거했다는 의미는, 소형 UFO가 은밀하게 잠행하는 UFO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전 지구적인 정복과 압제가 버젓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종화 제5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엘리자베스입니다. 파충류 신생아와 함께 이란성 쌍둥이로 탄생한 엘리자베스는, 파충류처럼 허물을 벗으며, 몇 주 만에 5살 소녀에 비견될 만큼 급속히 성장합니다. 로빈의 임신에서 출산까지도 10개월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보이는데, 19부작에서는 엘리자베스가 더욱 급속히 성장해 20세의 젊은 여성의 수준에 도달하여 어머니 로빈과 신캐릭터 카일을 놓고 삼각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충류 신생아는 원인 모를 병을 앓다 사망하는데, 로버트는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레지스탕스는 로버트가 발견한 바이러스가 외계인을 상대로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다니엘과 술을 마시고 있던 브라이언을 납치합니다. 햄은 루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다니엘을 즉시 살해하려 하지만, 케일립은 스티븐에게 전화를 해 다니엘이 레지스탕스와 공모했던 것으로 위장합니다. 다니엘은 케일립의 무고로 외계인의 식량으로 처분됩니다.

로빈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감금된 브라이언을 찾아옵니다. 브라이언은 감언이설로 자신을 풀어줄 것을 부탁하지만 로빈은 바이러스를 투입해 브라이언을 살해합니다. 뒤늦게 나타난 앤드류 신부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하는 광경을 목격한 엘리자베스를 레지스탕스의 근거지에 그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합니다. 바이러스가 외계인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으나, 지구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줄리엣이 스스로를 실험체로 선택하여 이상이 없음을 입증합니다.

최종병기로 바이러스가 설정된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전 지구적으로 외계인들을 격퇴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에, 전 5부의 한정된 시간 내에 결말을 봐야 하는 미니시리즈의 특성 상 당연한 선택입니다. H.G. 웰스의 원작 소설로 오손 웰스의 라디오 드라마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로도 유명한 ‘우주전쟁’과 동일한 수단을 선택한 것인데, ‘우주전쟁’에서는 바이러스가 자생적으로 활성화되어 화성인을 격퇴했다면, ‘V’에서는 우연히 발견하기는 했지만 인위적으로 배양해 살포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는 ‘우주전쟁’의 원작 소설이 1898년에 발표되어, 당시에는 과학 기술의 수준이 높지 않아 인간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았던 반면, ‘V’는 1984년에 제작되어 당시 과학기술이 바이러스를 통제하여 생화학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이애나는 부관인 마틴의 배신으로 입지가 크게 축소되고, 파멜라는 스티븐과 공모하여 다이애나의 함대 지휘권을 박탈합니다. 파멜라와 다이애나의 반목은 19부작의 다이애나와 리디아의 대립으로 재현됩니다. 한편, 앤드류 신부는 엘리자베스를 동반하고 귀순해 외계인의 행성에 가톨릭을 선교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앤드류 신부의 야심 넘치는 선교 포부는 제국주의 시대 예수회를 비롯한 가톨릭 선교사들의 공격적인 선교를 연상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선교가 순수한 종교적 목적보다는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탈과 식민지 확대의 일환으로 악용되었음을 감안하면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V’의 앤드류 신부의 선교 포부 역시 다분히 고지식한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엘리자베스를 외계인들에 넘긴 것 또한 섣부른 판단이었습니다. 다이애나는 앤드류 신부가 권한 성서를 읽고 자신들의 행성에서 선교가 이루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 판단, 엘리자베스가 보는 앞에서 앤드류 신부를 살해합니다. 앤드류 신부는 그다지 바람직한 캐릭터는 아니었으나, ‘V’가 크리스트교의 권위까지 부정한 것은 아닌 셈이 되었습니다. ‘V’가 외계인의 등장과 종교적, 철학적 연관성을 깊이 있게 파고든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균형점을 찾아 절묘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줄리엣은 숀이 ‘개조’되어 외계인의 스파이가 된 것으로 의심하지만, 마이크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는 햄이 동일한 의견을 제시하자 숀의 ‘개조’를 인정하게 됩니다. 원작에서 ‘convert’로 명명된 ‘개조’는, 1985년 국내 방영 당시에는 ‘세뇌’라고 번역된 바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1985년 당시 외계인의 얼굴 가죽 벗기기나 생쥐 삼키기를 모방하고, 담벼락에 붉은 캔스프레이로 ‘V’자 낙서가 대유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뇌’라는 단어도 크게 유행했습니다. 당시 어린이들인 ‘V’를 통해 ‘세뇌’라는 극히 정치적인 단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햄은 숀을 이용해 외계인들에게 역정보를 흘립니다. 전투기로 바이러스를 살포하려던 계획을, 기구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레지스탕스의 총공세의 날이 밝습니다. 두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햄이 이끄는 팀은 외계인 대사관을, 마이크와 줄리엣의 팀은 모선을 공격합니다. 햄의 팀은 박격포로 바이러스를 살포하며 대사관을 손쉽게 점령합니다. 대사관의 지휘를 맡은 스티븐은 엘리노어에게 시간을 끌라고 지시한 다음, 그녀를 살해합니다. 햄은 대사관에 진입하여 스티븐을 쓰러뜨린 후, 그의 얼굴에 붉은 바이러스 분말을 잔뜩 뿌려 죽입니다. 외계인의 붉은 제복과 제1부 결말에서 에이브라함이 전파한 승리의 붉은 색 ‘V’ 표식, 그리고 최종병기가 되는 붉은 바이러스 분말까지 ‘V’를 상징하는 색상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 색입니다. 외계인의 깃발 위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스티븐의 모습이 부감 숏으로 잡히는데, 마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종전 직전 나치 깃발 위에서 최후를 맞은 독일군 장교를 연상시키는 장면입니다.

모선의 덱을 둘러싼 치열한 교전 중 하모니가 윌리엄을 대신해 전사합니다. 하모니는 두 번째로 윌리엄의 목숨을 구한 셈입니다. 방영 당시 윌리엄도 상당한 인기를 모은 캐릭터였는데, 현 시점에서 다시 보면 윌리엄의 비중은 기억했던 것에 비해 미미했습니다. 아마도 순진한 외계인이라는 개성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마틴은 엘리트 장교답게 백발백중의 완벽한 사격술을 과시합니다.

파멜라를 살해하고 모선의 지휘권을 다시 손에 넣은 다이애나는 레지스탕스가 모선에 침투하여 패배가 확실해지자, 최고 사령관 존을 협박해 핵미사일 발사 장치의 열쇠를 확보한 다음, 살해합니다. 다이애나가 핵미사일 발사 장치를 작동시키자, 마이크와 줄리엣 일행이 사령실 침투에 성공하여 다이애나를 제압합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줄리엣을 ‘개조’시킨 것을 활용해 전투기로 탈출합니다. 미리 준비한 암호 해독장치로도 발사 장치를 막을 수 없게 되자, 위기의 순간 엘리자베스가 초능력으로 발사 장치를 정지시킵니다. 다이애나는 지구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승리한 마이크 일행은 지구로 귀환합니다. 제작진이 다이애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둬 탈출시킨 것은 속편에 대한 고려보다는, 주인공 마이크와 줄리엣 못지않게 비중이 컸으며 출세 지향적이며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기에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선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악역’ 다이애나가 죗값을 치르고 취후를 맞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로써 장장 469분에 달하는 ‘V’의 5부작이 종료되었습니다. 뒤이어 19부작의 후속편이 공개되었지만, 다이애나는 카리스마를 잃고 리디아와 권력 다툼을 벌이고, 성인으로 급성장한 엘리자베스의 연인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카일의 비중이 커지는 반면, 로버트와 마틴은 일찌감치 사망하며, 일라이어스도 죽는 등 기존의 캐릭터들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게 됩니다. 마이크와 줄리엣의 비중은 줄어들고, 햄과 크리스, 로빈도 시카고로 떠나는 것으로 처리되며 중도에 퇴장합니다. 5부작 오리지널의 전투 장면을 재탕하는 등, 단순한 ‘연속극’에 머물며 오리지널에 누를 끼친 19부작은 제작되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19부작을 통해 명확한 종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엘리자베스와 함께 카일이 외계인의 행성으로 떠나고, 다이애나와 리디아도 모두 살아남습니다. 마이크와 줄리엣도 결혼하지 못합니다. 지구인이 외계인을 깔끔히 격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항구적인 평화가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것입니다. 한동안 풍문처럼 떠돌았던 ‘모든 것은 아내 다이애나에 시달리는 공처가 마이크의 꿈이며, 줄리엣은 마이크와 다이애나 부부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이라는 소문은 근거 없는 낭설로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와 줄리엣, 다이애나가 유사 삼각관계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기에 이 같은 낭설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방영 당시 높은 인기에 힘입어 정체불명의 ‘V’의 소설판 두 권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지만, 오리지널 5부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활용했을 뿐, 연속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소설판을 구입해 개인적으로 소장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후 ‘V’의 주역 배우들을 다른 영상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역의 로버트 잉글런드가 ‘나이트메어’ 시리즈에서 프레디 크루거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가장 순진한 외계인으로 등장했던 그가 희대의 살인마로 분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합니다.) 다른 주연급 배우들의 활약은 미미했습니다. 마이크 역의 마크 싱어와 줄리엣 역의 페이 그랜트가 출연한 다른 영상물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다이애나 역의 제인 배들러는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제5전선’으로 방영된 ‘미션 임파서블’의 리메이크 드라마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햄 역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고, 마틴 역의 프랭크 애쉬모어는 ‘에어플레인2’에서 얼빠진 부기장(물론 ‘에어플레인2’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얼빠졌습니다만)으로 출연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11월 3일 중부 시간 저녁 7시(한국 시각으로 11월 4일 오전 10시) ABC를 통해 방영되는 25년 만의 리메이크 ‘V’가 걸작인 오리지널 5부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리뷰를 시작하며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1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2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3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4부


덧글

  • 이준님 2009/11/03 10:02 #

    1. 19부작 시리즈의 원래 설정은 역시 악의 축인 지도자(다이아나와 XX했음을 암시한)의 음모로 엘리자베스는 죽고 햄 테일러는 다시 팀에 합류하고 고대(그러니까 고대에 이미 지구와 외계 종족은 만난적이 있습니다.)의 무기로 외계인을 물리친다는 설정으로 했습니다만 시청률의 저하로 아예 조기종영도 아닌 대단히 어설픈 결말로 갑자기 끝냈습니다

    2. 1부 앞부분에 나오는 유태인 노인은 데이빗 린치의 "듄"에서 하코넨 남작 주치의로 나왔습니다.(수염이 없습니다). "돌아온 제 5전선"판은 좀 애매한게 제인 미들러는 중간에 투입된 요원이었고 그 시리즈 자체도 리메이크를 표방했지만 상당수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돌았지요. 서울방송에서 잠깐 방영한 듣보잡 수준의 외화 시리즈 "하이웨이맨"이나 TV영화로 나온 "쿠오바디스"에서도 제인 미들러가 잠시 나오지요.

    ps: V의 진정한 흑역사는 한국에서 만화판으로 나온 겁니다. 다이아나가 중년필로 나온것도 개그고 19부작 연속극의 결말을 다이아나만 빼고 모두 손잡고 화해의 미소인게 압권이지요.(이 만화가는 만화판 에어울프?도 그렸죠)

    Harry Turtledove의 대체 역사 지구연대기 "세계대전" "식민화"연작이 이 작품에 대단히 많은 빚을 졌지요. 1942년에 파충류 외계인 습래나 전 지구적 레지스탕스 결성. 외계인에 의한 생체실험등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다만 이 시리즈의 외계인은 항성 항해능력을 제외하고는 1970년대 과학수준을 자랑하는게 다르지만요.
  • 이준님 또 그러시네 2010/04/20 20:02 # 삭제

    이준님 댓글은 엉터리가 많네요.

    잘 모르시면서 왜 그리 아는 척하면서 여기저기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DAIN 2009/11/03 10:10 #

    줄리엣 역의 페이 그란트는 오멘4에서 악마의 아이를 맡는 양어머니 역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는 구렸지만 페이 그란트는 미모 연기 모두 괜찮았습니다.
    윌리엄은 이후 19부작에서 카일과 만났을 때 나눈 대화가 기억납니다. 카일이 "외계인은 날고기를 먹는다던데"라고 하니까 윌리엄이 "난 채식주의자라서요"라고 방송분에서 대사가 나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飛流 2009/11/04 00:53 #

    19부작은 첨에 우리 마틴형이 죽는 슬픈장면 ;ㅅ; 과 엘리자베스의 성인 탈바꿈신, 그리고 마지막에 우주선 타고 그 지도자인지 뭔지에게 가는 그것만 기억나는군요 ;ㅁ;

    오랜만에 옛 추억의 드라마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길동 2011/02/14 03:40 # 삭제

    잘보았습니다~ 근데 국내 방영은 85년 아닌가요? 어린 기억에 4부 마지막의 출산씬에 잠을 못잤던 기억이 납니다 ㄷㄷㄷ
  • 디제 2011/02/14 07:19 #

    확인해보니 5부작 중 제1부의 국내 첫 방영이 1985년 7월 24일이었군요.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 giannikei 2011/05/11 09:27 # 삭제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리뷰를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우연히 옛생각에 찾아서 모두 보고 추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감사합니다

    주역 배우들 중 대니얼의 아버지로 나오는 스탠리와 레지스탕스의 행동대장 일라이어스는 후에
    프리즌 브레이크는 유치원용으로 보이게 한다는 HBO의 감옥드라마 OZ에서
    각각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조연과 후반 부 투입되어 사건의 중심이 되는 역할로 보실 수 있습니다
    조용한 아저씨와 길거리 건달로 브이에서와의 거의 비슷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들의 연기는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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