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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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3부 영화

1983년 미국에서 방영된 ‘V’의 제1부제2부에 뒤이어, 부제가 추가된 ‘V : The Final Battle’의 제작 중, 방송사 NBC와의 마찰로 제작을 맡았던 케네스 존슨이 떠나게 됩니다. (원제를 존중한다면 제3부가 아니라 ‘V : The Final Battle’의 제1부로 표기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혼동을 막기 위해 국내 방영 당시의 구분법으로 일반화된 것을 편의상 따릅니다.) 제작자가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3부부터 제5부까지의 ‘V : The Final Battle’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았으며 제2부까지의 서사구조와 매끄럽게 연결된 것은 다행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했다면 ‘V’는 1980년대 최고의 SF 미니시리즈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며, 두고두고 회자되다 25년 뒤 리메이크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V : The Final Battle’로 넘어오면서 출연진의 얼굴이 드러났던 오프닝 크레딧도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제2부까지 음악을 담당했던 조 하넬도 교체되면서, 오프닝 테마를 비롯한 배경 음악도 상당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제3부의 중심축은 존의 특별 담화 회견장을 레지스탕스가 기습하여 전 세계에 생방송되는 TV 화면을 통해 외계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3부의 분위기는 첩보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회견장에 잠입하기 위해 마이크는 어머니 엘리노어의 집에 몰래 들어가 출입 카드를 확보하려 합니다. 마이크는 출입 카드뿐만 아니라 마틴에게 제공할 숀의 사진을 확보하려다 엘리노어와 마주칩니다. 아들인 자신을 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며 도망치는 마이크에게 엘리노어는 권총을 발포합니다. 울음을 터뜨린 엘리노어를 스티븐이 위로하는데, 명시되지는 않지만 엘리노어와 스티븐 역시 불륜에 가까운 관계이며, 섹스를 통해 얽혔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마이크가 시간을 끄는 사이 줄리엣을 비롯한 동료들은 먼저 떠납니다. 한 사람의 동료를 구하기보다 나머지 대다수 동료들을 살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의한 것인데,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엣을 대상으로 반복됩니다. 어쨌든 줄리엣은 홀로 무사히 귀환한 마이크에 깊숙이 안기며, 사랑을 드러냅니다.

LA 메디컬 센터에서의 담화 회견을 준비하는 크리스틴을, 저명한 의학자 워커 박사가 ‘파시스트’, ‘뉘른베르크 재판’ 등을 언급하며 모욕합니다. ‘V’가 정치 스릴러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대사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자극적인 발언을 다이애나와 스티븐 앞에서 하고도 무사할 리 없습니다. 워커 박사는 전신 타이즈 차림으로 다이애나에 의해 ‘개조’당해, 크리스틴의 앞에 완전히 변모하여 나타납니다. 원래 워커 박사를 ‘개조’하는 것은 크리스틴에게 외계인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나, 도리어 역효과를 유발해 크리스틴은 외계인들의 저의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워커 박사의 ‘개조’는 제3부 말미에서 외계인에 체포되는 줄리엣의 ‘개조’를 암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윌리엄과 하모니는 호감을 서로 확인하고 밀애를 즐기기 위해 LA 메디컬 센터의 창고를 찾지만, 일라이어스 일행에 붙잡힙니다. 외계인의 생리학적 특성을 밝히기 위해 윌리엄을 활용한 로버트의 실험이 시작되는데, 윌리엄의 초록색 피부가 노출되자, 하모니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잔뜩 불러온 배를 숨길 수 없게 된 로빈은 태아의 아버지가 외계인임을 고백합니다. 한편, 브라이언은 다이애나와 함께 로빈과의 섹스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를 보며 섹스를 즐깁니다. 이 장면을 통해 다이애나의 변태적 성향이 드러납니다.

로빈의 임신은 17세의 여고생의 임신이라는 점에서, 국내 방영 당시에는 로빈의 나이를 명시하는 대사는 번역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로빈의 낙태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데, 제3부부터 새로 등장한 앤드류 신부는 가톨릭 교리를 바탕으로 낙태에 반대합니다. 인간과 외계인의 조우라는 초유의 사태는 성서를 비롯한 종교적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절대신을 신봉하는 신부의 등장은, ‘V’가 철학적 담론으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앤드류 신부의 몫입니다. 11월 3일부터 방영되는 리메이크 ‘V’에서도 조엘 그레취가 분한 잭 랜드리 신부가 등장하는데, 25년 전에 비해 미국 드라마가 다루는 지적, 철학적 담론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으니, 외계인과 신의 존재의 관계와 신앙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룰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빈의 임신을 둘러싼 격론은, 근거로 삼을 만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낙태 수술로 귀착됩니다. 그러나 줄리엣이 집도한 낙태 수술이 로빈에 생명의 위협이 미치자 수술이 중단됩니다. 미성년자의 섹스, 섹스 비디오, 관음증, 낙태 등의 소재를 가감 없이 다룬 ‘V’가, 만일 25년 전이 아닌 현 시점에 방영되었다면, 당시처럼 미성년자들이 자유롭게 시청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한 유해 방송물 등급제에 의해 18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는 크리스틴에게 모선의 열쇠를 주며 숀의 구출을 부탁합니다. 크리스틴과 헤어진 마이크는 외계인들에게 발각되어, 수송선에도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백마를 탄 채 도주하며 교전하는 마이크의 전투 장면은 매우 고전적으로, ‘백마 탄 기사’를 연상시킵니다. 외계인의 첨단 무기인 수송선에 맞서는 마이크의 수송 수단이 기계가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인 말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한 대비입니다. 마이크는 자신을 뒤쫓는 두 명의 외계인을 레이저총으로 저격하고, 수송선은 농약을 뿌리던 복엽기와 충돌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복엽기의 등장 장면은 히치콕의 걸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연상시킵니다. 크리스틴은 마이크가 준 열쇠로 제한 구역에 들어가, 마이크의 언급대로 숀을 비롯해 무수한 사람들이 외계인의 식량으로 냉동 보존된 충격적인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합니다.

복제된 카드를 이용한 레지스탕스의 LA 메디컬 센터 잠입은 성공하고, 존의 연설 도중 무력을 행사해 그의 가면을 벗겨 파충류의 원래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다이애나는 크리스틴에게 수습을 요구하지만, 도리어 크리스틴은 외계인을 서슴없이 비판하다 생방송 도중 다이애나에 살해당합니다. 방송 도중 기자를 살해하는 것으로 다이애나의 잔혹함도 전 세계에 노출된 셈입니다. 크리스틴의 후임자가 되는 것은 엘리노어인데, 언론인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엘리노어가 단지 외계인에 대한 충성도 때문에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다이애나는 행사 보안을 담당한 스티븐을 질책하자, 스티븐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습니다. 외계인의 계급 체계는 제복 왼쪽 가슴의 선의 개수에 따라 구분되는데, 최고 사령관 존의 제복에는 다섯 개의 선이 새겨져 있으며, 다이애나는 셋, 마틴과 스티븐은 둘, 그리고 브라이언은 하나이며, 선이 없는 것은 일반 병사입니다. 따라서 다이애나는 스티븐의 상관이지만, 직속상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둘이 반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레지스탕스는 현장에서 철수하던 중, 줄리엣을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슴이 깊게 파인 순백의 파티 드레스 차림의 줄리엣 역의 페이 그랜트의 자태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매혹적이며 두 번째로 섹시합니다. 줄리엣이 가장 섹시해 보이는 것은 곧 이은 ‘개조’ 장면의 몸매가 훤히 드러난 반투명의 전신 타이즈 차림입니다. 다니엘의 도움으로 줄리엣을 손에 넣은 다이애나는 ‘개조’를 시작하는데, 1984년 국내 방영 당시 전신 타이즈의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줄리엣이 누드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수였습니다. 줄리엣의 누드 여부를 떠나, 당시 어린 남자 시청자에게 성적 판타지를 선사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동시에 다이애나의 가학적 경향도 드러납니다. 다이애나와 줄리엣은 모두 여성 지도자이며, 의학자로서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이크의 라이벌인 남자 캐릭터를 딱히 꼽기는 어렵지만, 두 여성 캐릭터 간에는 선명한 대립구도를 형성시켰다는 점에서 ‘V’는 매우 특이한 작품이며, 이미 언급했듯이 마이크를 둘러싼 삼각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또한 흥미롭습니다.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리뷰를 시작하며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1부
다시 보는 추억의 미드 ‘V’(브이) - 제2부


덧글

  • 이준님 2009/10/31 21:00 #

    1. V 시리즈(나중에 TV드라마판을 포함해서)는 실지로 조선일보 방송비평에서 미성년자 제한 시청규정 적용을 강력하게 요청받은적이 있습니다.

    2. 아무대로 "누드"로 하는게 정확하겠지만 심의때문에 타이즈로 바꾼거겠지요. 실지로 냉동 창고에 들어가있는 인간 식량의 경우도 잡아먹기 쉽게 하려면 누드가 낫지만 전부 타이즈를 입은걸로 처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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