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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청와대 실세는 요리사였다? 영화

세 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인간적이며 따스한 유머를 추구하는 잔잔한 코미디로, 막강한 권력의 최고 통치자가 지닌 한계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극중에서 첫 번째 대통령으로 등장하는 김정호(이순재 분)가 공식 석상에서 입수하게 된 복권이 거액에 당첨되어 당첨금 수령을 고민하거나, 세 번째로 등장하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한경자(고두심 분)가 남편(임하룡 분)과의 이혼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통령과는 연관짓기 힘든 소재를 끌어와 긴장과 웃음을 유발하는 장진 감독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예고편을 통해 추측한 것과는 다소 다른 영화였습니다. 세 명의 대통령을 동시에 등장시키며, 각각의 대통령들이 시공간적 연관성 없이 별도로 등장하는 옴니버스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실은 7년여의 시간 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차례로 집권하며 그들이 각각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김정호의 집권기 법관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것이 한경자이며, 김정호의 민주화 운동 시절 동료의 아들이 두 번째 대통령이 되는 차지욱(장동건 분)이라는 것입니다. 차지욱은 김정호의 딸 이연(한채영 분)과 미묘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암시한 것처럼 차지욱이 대통령 재임 중 이연과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민적 대통령인 김정호,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한경자의 캐릭터는 매우 분명하며, 그 캐릭터에서 출발하는 내러티브를 매우 명확하게 살린 에피소드들에 비해, (국회의원 경력이 있는 이순재와 ‘역사스페셜’을 진행하며 지적인 이미지를 얻은 고두심을 선택한 것은 적절한 캐스팅이었습니다.) 차지욱의 에피소드는 뜬금없으며, 잘 생긴 장동건의 외모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그가 젊고 잘 생겼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결코 다루지 않으며, 국가 안보의 중대 사안 중 개인적인 수술을 감행한다는 설정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려 하는데, 사실성이 떨어집니다. 극중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 마다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보이는데,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적 변화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리얼리티를 떨어뜨립니다. 김정호가 경축사를 발표한 공식석상이 64주년 광복절이니, 영화의 첫 부분이 2009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을 다루면서도 막상 차지욱의 어린 아들이 성장한 것 이외에는 세월의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것도 약점입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급격히 변동하고 있는가를 감안하면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7년간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그 외의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은 고정불변의 판타지 같아 어색합니다. 어쩌면 ‘굿모닝 대통령’의 진정한 주인공은 세 명의 대통령이 아니라,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청와대를 사수하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결정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장 조리장(이문수 분)인지도 모릅니다.

‘굿모닝 대통령’에는 대한민국 헌정사의 전현직 대통령들의 모습이 여러 군데에서 암시되고 있습니다. 김정호가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한 것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서민적이어서 변변히 재산도 모으지 못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킵니다. 소위 ‘서민 행보’를 위해 노점에서 떡볶이를 먹는 차지욱의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을(차지욱은 이러한 방식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그가 길거리에서 피격당하는 듯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10.26을 떠올리게 합니다. 차지욱의 이름에서 10.26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한 경호실장 차지철과, 장관 출신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의 이름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떠올린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말랑말랑한 멜러물에 불과해 깨끗이 잊혀진 ‘피아노 치는 대통령’과 영화 외적 공방에 짓눌린 ‘그때 그사람들’ 이외에 대통령을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가지는 막강한 비중을 감안하면 ‘굿모닝 대통령’과 같은 시도는 매우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이었던 직선제 개헌 이래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집권하는 현 시점에서 ‘굿모닝 프레지던트’에게 직선적인 정치 풍자나 날카로운 정치 비판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대통령들이 인간적인 고뇌 끝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만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현직 대통령에게 던지는 장진 감독의 메시지임에 분명합니다. 위대한 두 명의 대통령이 연이어 서거한지 채 반년이 지나지 않았고, 10.26에 즈음해 개봉되었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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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네비아찌 2009/10/28 18:03 #

    혹시 개헌으로 인해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3년으로 단축되었다는 설정은 아닐까요? 이번 주말에 보러갈까 하는데, 좋은 평 잘 보고 갑니다~
  • 디제 2009/10/28 18:38 #

    극중에서 세 번째 대통령인 한경자 대통령(고두심 분)의 남편인 최창면(임하룡 분)의 대사 중 '임기가 1년 지났는데, 4년이나 남았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 네비아찌 2009/10/28 18:57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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