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10월 19일 기아:SK 한국시리즈 3차전 - 박재상 물꼬 튼 SK 기사회생

광주 원정에서 2연패로 몰리고 홈에 돌아온 SK가 타선 폭발에 힘입어 첫 승을 얻었지만, 패배한 기아의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SK 승리의 수훈갑은 테이블세터로 제몫을 해낸 박재상입니다. 박재상은 3타수 2안타 2볼넷 3득점으로 활약하며 지난 2경기 동안 풀리지 않았던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박재상의 바로 뒤 3번 타순에 박정권을 배치하는 김성근 감독의 노림수는 박재상의 대활약으로 주효했습니다. 박재상은 1회말 팀 첫 안타인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하여 박정권의 적시타로 첫 득점이자 결승점을 올렸습니다. 1회말 김재현의 직선타 더블 플레이와 2회말 무사 1, 3루의 추가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불안한 2:0 리드에 묶여 있던 가운데, 3회말 선두 타자 박재상의 볼넷이 박정권의 2점 홈런으로 이어져 4:0으로 벌어지면서 SK는 기아 선발 구톰슨을 강판시키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아의 불펜을 상대로 대량득점할 수 있었습니다.

공격에서 박재상과 박정권이 팀 승리를 견인했다면, 마운드에서는 선발 글로버가 제몫을 했습니다. 글로버는 4.2이닝 동안 4삼진으로 기아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초반 리드를 이끌었습니다. 1회말과 2회말의 득점 기회를 타선이 살리지 못했지만, 글로버는 이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현재 글로버의 상태는 정상이 아닌데, 제구가 좋지 않으면서도 2연패당한 SK의 분위기가 3차전에서도 기아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고 강판당하며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뒤이은 계투진의 불안과 비교해 글로버의 초반 호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기아는 선발이 무너질 경우 중간 투수들이 추스르기 쉽지 않은 약점이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난조를 보이는 구톰슨을 강판시키는 교체가 늦었던 것은 이런 약점에 대한 벤치의 고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4:0에서 등판한 서재응은 안타와 사사구를 남발하며 무너진 데다 벤치 클리어링까지 가게 된 신경전까지 벌이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미 승패가 갈린 뒤의 등판이기는 했지만, 타선이 8회초 3점을 뽑은 상황에서 등판해 1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진 손영민도 불안했습니다. 뛰어난 좌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SK를 상대로 쓸만한 좌완 불펜 투수가 없는 기아 마운드의 약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곽정철을 제외하면 마무리 유동훈에 도달하기 이전에 믿을만한 불펜투수가 없다는 점은 기아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쳐있는 SK의 불펜진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SK는 오늘 다섯 명의 불펜 투수들이 등판했는데, 모두 불안했습니다. 특히 정대현, 고효준, 윤길현 등 필승조가 부진했습니다. 만일 타선이 대량득점에 실패했다면, SK 불펜진의 난조로 오늘 경기는 박빙의 난타전이 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SK 불펜은 3차전 중반까지 타격감을 제대로 찾지 못하던 기아 중심 타선의 타격감을 살려줬습니다. 오늘처럼 타선이 폭발한 날은 SK의 입장에서는 한 명의 중간 투수가 가급적 긴 이닝을 소화하며 다른 중간 투수들을 아낄 수 있도록 운용되었어야 하는데, 거의 모두가 부진해서 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기아 조범현 감독은 패하고도 내일 경기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고, SK 김성근 감독은 승리하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입니다. SK의 입장에서는 김재현의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내일 경기에서는 상대 좌완 선발에 맞춰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출장하겠지만, 이호준도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라 시리즈 전반을 책임질, 김재현을 대체할 만한 지명타자감이 딱히 없습니다.

결국 내일 4차전도 선발 투수 싸움이 될 것입니다. 부상에서 재활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는 힘들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SK 선발 채병용보다는, 큰 경기 경험이 거의 없는 기아 양현종이 승부의 열쇠를 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내일 경기에서도 양현종이 무너지며 기아가 패한다면, 한국시리즈는 원점으로 돌아가며, 기아 선수들은 쫓기는 기분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한국시리즈는 투수전보다는 타격전으로 전개될 확률이 높습니다.

by 디제 | 2009/10/19 22:48 | 야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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