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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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와 함께 간다 - 허세가 지나쳤던 트란 안 홍 영화

연쇄살인마 해스포드(엘리아스 코테아스 분) 사건을 해결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전직 경찰 클라인(조쉬 하트넷 분)은, 거대 제약회사 경영자의 아들 시타오(기무라 타쿠야 분)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필리핀을 거쳐 홍콩으로 간 클라인은 시타오를 찾는 와중에 갱 보스 수동포(이병헌 분)와 뒤얽히게 됩니다.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그의 전작 ‘시클로’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 눈에 띕니다. 잔인하며 속을 알 수 없지만 인간적인 속내를 지닌 갱 보스, 아시아의 빈곤의 그림자, 탐미적인 영상, 고통과 죽음을 통해 얻는 구원 등의 요소가 계승되었습니다. 양조위를 제외하면 익숙한 배우가 없었던 ‘시클로’와 달리,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캐스팅은 매우 화려합니다. 한미일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에 여문락과 엘리아스 코테아스까지 더한 캐스팅은 매우 묵직합니다. 그러나 트란 안 홍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자신감이 넘쳤는지, 영화학과를 갓 졸업한 20대 감독의 데뷔작처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주제의식을 직설적으로 강요하는, 허세가 가득한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사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어지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스포드의 끔찍한 오브제가 대변하는, 사지절단과 피칠갑으로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평일 조조라 관객도 많지 않았지만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이 있을 정도입니다. 트란 안 홍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제작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유혈이 낭자한 전위 예술에 가깝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점은 아닙니다. 영화를 즐길 때 나름대로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데이트 무비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팸플릿이 표방하는 ‘액션 스릴러’는 절대 아닙니다.)

진정한 문제는 유럽의 영화제의 수상을 겨냥하고 제작한 예술 영화처럼 과도한 주제의식이, 모래처럼 버석거린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구원은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만 얻을 수 있으며, 따라서 고통은 아름답다는 기독교적 주제의식이 비유나 상징으로 은근히 제시되기보다는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으로 제시되어 관객을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시타오는 예수, 제약 회사 경영자인 시타오의 아버지는 신, 그리고 수동포는 유다나 빌라도로, 노골적으로 비유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혼란스러운 서사구조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엿보입니다. 이를테면 진정 치유를 필요로 하는 클라인은 시타오와 마지막 장면에서야 만날 수 있을 뿐입니다. 오컬티즘으로 서사구조의 구멍을 메우기에는 그 구멍이 너무나 큽니다. 딸 소피아 코폴라를 캐스팅해 프란시스 코폴라가 ‘대부3’를 망쳤듯이, 릴리 역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으며 영화 속에 녹아들지 않고 튀는, 아내 트란 누 옌케를 캐스팅한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그나마 세 주연 배우와 엘리아스 코테아스의 호연이 시나리오의 허점과 감독의 허세를 메워줍니다. 아쉽다면 극중에서 과거가 부각된 두 명의 주연과 달리 이병헌은 과거조차 없는 인물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등장 장면에서 사람됨을 추측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이병헌만이 과거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허전한 감은 지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