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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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 - 설정보다 이야기로 승부하는 SF 영화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외계인의 대형 UFO가 나타난 지 20여 년.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의 디스트릭트9에 강제 수용되어 지구인들의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 외계인을 다른 구역으로 이주, 격리시키는 책임자가 된 외계인 관리국 MNU의 비커스(샬토 코플리 분)는 임무 수행 도중 외계인 유동체에 감염되어 변이를 시작하며 쫓기는 몸이 됩니다.

감독 닐 블롬캠프보다 제작자 피터 잭슨으로 인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디스트릭트9’은 SF 영화치고는 스케일과 설정에 공을 들인 영화는 아닙니다. 대형 UFO가 부각된 포스터로 인해 큰 스케일의 UFO와 지구 전투기의 공중전 장면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그런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프레데터’와 ‘스타쉽 트루퍼스’를 떠올리게 하는 외계인의 디자인부터, ‘미지와의 조우’를 연상시키는 정부의 UFO 격리 구역, 드라마 ‘V’와 ‘인디펜던스 데이’를 연상시키는 대형 UFO, ‘에이리언2’를 연상시키는 외계인의 알과 파워로더와 닮은 탑승 로봇, 심지어 봉준호의 ‘괴물’을 연상케 하는 해부실 장면까지 ‘디스트릭트9’은 일반적인 SF 영화들이 추구하는 설정의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으로 ‘혼성모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 합니다. 왜 그처럼 뛰어난 과학 기술과 강력한 첨단 무기를 지닌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압제 하에 있을까 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의문을 자아낼 정도로 설정에서는 허술한 면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스트릭트9’의 주안점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의 출생지가 요하네스버그라는 점이 반영되어, ‘디스트릭트9’은 인종차별이라는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주제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극중에서 요하네스버그는 햄버거를 구입하기 위한 흑인과 백인의 줄이 여전히 따로 있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도시로 묘사되며, 백인들에 의해 차별받았던 흑인들이 외계인을 차별하는데 앞장섭니다. 차별의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둔갑한 것입니다. 반면 영악한 백인들은 외계인을 이용해 권력욕과 출세욕, 그리고 자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합니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초반부터 다큐멘터리와 뉴스 보도의 형식에 담아 사실성을 높이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형식을 선택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측면에서 ‘클로버필드’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형식적 측면의 참신함 외에는 알맹이가 없었던 ‘클로버필드’에 비해 주제의식과 오락성 모두 ‘디스트릭트9’이 우월합니다.

외계인을 혐오하여 척결의 대상으로 보았던 비커스가 변이를 시작하며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다분히 철학적으로,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게 합니다. 대부분의 SF 영화들이 인간과 외계인을 선명한 이분법으로 구분해, 인간은 선이고 외계인은 악이라는 손쉬운 대립 구도로 끌어갔던 것과 달리 ‘디스트릭트9’은 주인공을 인간과 외계인의 잡종으로 변이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과 함께 인간보다 외계인에게 감정을 보다 이입할 수 있도록 변화시킵니다. 인간으로 따지면 지배 계급의 순혈에서 갑자기 피지배 계급과의 혼혈로 전락하는 셈입니다. 2시간이 채 못 되는 러닝 타임 동안 비커스는 육체적으로 급변하며 정신적으로 각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 외계인 크리스토퍼에게 린치를 가하는 장면은 이기심을 가감 없이 표현하여 오히려 인간적입니다.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하는 비커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연기한 샬토 코플리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비커스를 변화시키며, 크리스토퍼에게 있어서도 존재의 의의라는 점에서 가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소재입니다.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의 SF 영화라면 따분하고 오락적 요소가 약할 수도 있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내러티브의 몰입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게다가 중반 이후 비커스가 외계인 무기를 다루기 시작하며 제시되는 액션은 사실적이면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속도감과 힘이 넘칩니다.

‘디스트릭트9’은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작품입니다. 징그럽고 잔인하며 냉소적인 블랙 유머로 가득합니다. 짓눌리지만 않는다면 최근에 보기 드문 탄탄한 SF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만, 징그러움과 잔인함에 억눌린다면 불쾌한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핸드 헬드 위주의 정신 없는 카메라 워킹에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디스트릭트9’은 그 결말조차 냉소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깁니다. 속편의 여지도 충분히 남겨놓은 ‘디스트릭트9’이지만 속편을 기다리기에 앞서 반복 관람하고 싶습니다.


덧글

  • hogh 2009/10/17 12:19 #

    저도 봤습니다만. 상당히 재밌고, 또 탄탄했습니다. 개봉전에 인터넷에서 먼저 퍼져서 문제지만요. 속편의 여지도 있고 해서 속편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다음에 한 번 더 보려고요.
  • Uglycat 2009/10/17 13:07 #

    SF 영화로는 보기 드문 속이 굵은 작품이었지요...
  • 잠본이 2009/10/17 15:39 #

    > 왜 그처럼 뛰어난 과학 기술과 강력한 첨단 무기를 지닌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압제 하에 있을까

    대사 중에 '지도층이 전염병으로 죽은 상태'라는 말이 나오죠.
    아무래도 일반 시민은 지구인보다 육체적으론 강해도 좀 덜떨어진 듯...팀플레이의 개념도 부족하고
    (크리스토퍼(가명)는 중류층 기술자 정도로 보이더군요)

    오히려 이해가 안되는건 그 변이를 일으키는 액체의 용도가 전혀 그런거와 상관없다는 건데...
    이건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음
  • ⓧA셀 2009/10/18 08:00 #

    저는 그건 외계인들의 모든 기계기술이 그들의 유전정보와 연관이 있으니 그 액체가 적절한 환경(인체?)을 만나면 유전정보를 심어 증식시킬 정도로 강력한 액체라서 우주선도 움직일 수 있다 정도로 이해했었습니다만 'ㅁ';;
  • 잠본이 2009/10/18 11:06 #

    모든 것은 DNA로 통한다 로군요 OTL
  • 목성소년 2009/10/17 22:20 #

    부대 단체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 호불호는 갈렸지만 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 잠본이님께서 말씀하신 사항을 말할려다가 말고 갑니다. [...]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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