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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 90년대 학번에 바치는 허진호 판 ‘비포 선셋’ 영화

중국 칭다오로 출장 간 동하(정우성 분)는 유학 시절 서로 호감을 품었던 메이(고원원 분)와 우연히 만납니다. 두보초당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던 동하는 메이와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귀국을 망설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행복’에 이르기까지 비극적 사랑을 차분한 어조로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호우시절’은 전작과는 상반되는 해피 엔딩을 표방한 작품입니다. 두보의 시 ‘춘야희우’의 첫 번째 구절인 ‘때맞춰 내리는 좋은 비’(호우지시절’)를 그대로 사용한 영화의 제목은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사랑의 기쁨을 의미합니다.

동하에게 주어진 시간은 2박 3일밖에 없으며, 사적인 여행이 아니라 공적인 출장이기 때문에 극중의 두 주인공 못지않게 관객들도 정해진 시간이 다 되면 둘 사이가 어떻게 될까 마음 졸이게 됩니다. 스릴러에서 시한폭탄이 터지는 시간이 가까워 오듯 이별을 전제로 한 옛사랑과 만남이기에 ‘호우시절’은 여러모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비포 선셋’과 닮아 있습니다. 풋풋하게 타오르는 20대의 사랑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30대의 은근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호우시절’은 90년대 학번을 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90년대 학번이 해외 유학을 자유롭게 떠난 첫 번째 세대라는 점에서, 유학 시절의 외국인 연인과의 재회를 묘사하는 ‘호우시절’이 그들에게는 각별할 것입니다.

칭다오의 푸른 대나무 숲이 대변하는, 선남선녀의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는다는 점에서 ‘호우시절’은 허진호 감독의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암시적인 해피 엔딩이었던 ‘외출’을 제외하면 모두 쓸쓸한 이별로 마무리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호우시절’은 명백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두 주인공 중 어느 한 쪽이 굳게 마음먹고 냉정해지며 피할 수 없는 이별에 도달했던 전작들과 달리, ‘호우시절’에서는 ‘애프터’를 명시합니다. 시를 열망한다는 점에서는 내면적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직업만큼은 번듯한 대기업(두산중공업이 노골적으로 홍보됩니다.)의 팀장이라는 점에서도 동하는 전작의 남자 주인공들과 다릅니다. 그가 병원에서 한국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변명하는 장면은,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내내 정장을 고집했던 동하의 옷차림이 엔딩에서 캐주얼로 바뀐 것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에 의존했던 전작들과 달리 디지털 기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된 찰나의 사랑을 위해 디지털 기기는 유용한 매개체임에 분명합니다. 허진호 감독이 전작에서 사회적 맥락이 철저히 제거된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뤘지만, 이번에는 쓰촨 대지진이라는 대사건을 중요한 소재로 활용하고, 그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사회적입니다.

배우로서 정우성의 매력에 대해서는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호텔에서 독수공방하며 TV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는 모습은 ‘중경삼림’의 금성무를 연상시킵니다. 짝을 이룬 고원원도 정우성과 잘 어울립니다. 젊은 시절의 우아한 호혜중과 보이시한 배두나를 합친 듯 하면서도 늘씬함과 우아함이 돋보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담담함과 절제의 미학
봄날은 간다 -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외출 - 전형적인 허진호 식 멜러
행복 - 사랑의 잔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