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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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타키타니 - 대물림되는 극한의 고독 영화

유일한 혈연인 아버지가 재즈 연주로 집을 항상 비워, 외롭게 자란 토니 타키타니는 장기인 그림 실력을 살려 미대에 진학하여 일러스트레이터가 됩니다. 중년까지 변변한 연애 한 번 못 해본 토니는, 어느 날 업무로 만난 에이코의 옷맵시에 반해 청혼하게 됩니다.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이치가와 준 감독이 영화화한 2004년 작 ‘토니 타키타니’는 하루키의 소설을 영상화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작품입니다. 하루키 소설에서 잘 나타나는 주제 의식 중 하나가 인생의 고독과 허무인데, ‘토니 타키타니’는 이에 충실합니다. 가족도 친구도 거의 없는 토니는 매우 고독한 인물로,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에이코는 그의 곁에서 갑자기 사라집니다.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착한 사랑이 허무하게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빈 방으로 상징되는 더욱 깊숙한 고독으로 채워질 뿐입니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 대부분 그렇듯, 부자 관계는 소원합니다. 토니의 아버지 쇼자부로가 재즈 연주자라는 설정은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토니 타키타니’의 음악을 담당한 것은 사카모토 류이치입니다.) 실은 아버지와 아들이 중국의 감옥과 일본의 빈 방 속에서의 극한의 고독과 인간관계의 박복함이 대물림되어 겹친다는 점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그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었던 기존의 하루키 소설과는 분명 다릅니다. 쇼자부로와 토니 부자를 잇세 오가타가 1인 2역을 맡아 연기했다는 점에서도 부자가 닮은꼴임이 증명됩니다. 수평으로 느릿느릿 흐르는 카메라 워킹은 지루함에 가까운 인생의 유장함과 부자간의 고독의 대물림을 상징합니다. 주연 잇세 오가타는 외모가 하루키와 놀랄 만치 닮았는데, 꼼꼼한 성격의 전문직 종사자이고, 사회적 이념보다는 세부 묘사를 중시하는 순수 예술에 매력을 느끼며, 목욕을 즐기고, 심지어 두부 한 모를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는 점에서 하루키를 그대로 스크린에 빼다 박은 것처럼 보입니다.

역시 1인 2역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가 분한 에이코와 하루코는 외모와 체형이 닮은꼴인데, 성격은 다르지만, 두 여성 모두 토니와 인연을 맺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죽는 전형적인 전개는 ‘토니 타키타니’에서도 반복되는데, 이는 하루키 소설의 ‘쿨함’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하루키는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입증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인연에 대한 미련은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에이코가 집착했던 수많은 옷들은 자본주의 시대에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하루키의 시선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에이코의 옷이야말로 에이코 그 자신이며, 에이코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옷에 집착하는 토니의 모습은 마치 장편 ‘양을 쫓는 모험’에서 언급된, 가출한 아내의 옷을 식탁 의자에 몇 달 동안 걸어둔 사나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곤조곤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영화가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요소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나레이션 중간에, 등장인물 본인이 자신의 일을 제3자화해 나레이터처럼 말한다는 것입니다. 절묘한 편집이 뒷받침된 이런 장면들을 통해 영화 속 등장인물이 자신의 입을 통해 객관화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덧글

  • 사카키코지로 2009/10/12 15:22 #

    주인공 이름이 모 유명 미소녀 일러스트레이터를 연상케 하네요. 원작소설이 1990년작이니까 관계가 없을거 같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분께서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딴걸 수도 있고.......
  • 아노말로칼리스 2009/10/12 18:34 #

    단편으로 읽을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영화는 꽤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 섬이 2009/10/12 22:01 #

    몇년 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이후 고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 영화가 떠오르곤 했죠.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편이라 1인2역이었다는 건 몰랐네요.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데 찬바람 부는 계절이라 괜찮을런지 모르겠네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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