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용수, 영구결번은 주홍글씨다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전 한화 이글스의 두 레전드가 은퇴했습니다. 송진우와 정민철은 만인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은퇴식을 통해 영구결번되었습니다. 차후 한화의 코칭스태프로 새 출발할 것이며, 그들이 영원한 한화맨으로 남을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LG 트윈스의 영구결번은 단 한 명입니다. 1985년 MBC 청룡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00년 은퇴할 때까지 16시즌 613경기에 출장해 1831과 1/3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2.98 126승 227세이브를 거둔 김용수입니다. 두 번의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MVP는 모두 그의 몫이었으며, 일본 프로야구에도 없는 100승 200세이브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가 LG의 유일한 영구결번 대상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김용수가 과연 영구결번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의문입니다. 그의 은퇴 당시 번듯한 은퇴식도 없었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은퇴와 영구결번이 확정되었다는 구단의 발표가 있었을 뿐, 김용수는 쫓기듯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이후 LG로 돌아와 2군 코치로 임명되었지만, 김성근 감독의 해임 이후 김재현, 이상훈, 유지현이 줄줄이 줄무늬 유니폼을 벗는 등 프런트와 이순철 감독의 전횡에 휘말려, 2004 시즌이 끝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프런트와 이순철 감독 모두 김용수 코치를 껄끄러워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타 팀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김용수 코치는 LG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TV의 야구 해설 위원을 전전했습니다.

2006 시즌 도중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인 이순철 감독이 해임되고, 2007 시즌이 시작되며 김재박 감독이 부임하며, ‘LG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김용수 코치는 2군 투수 코치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2009 시즌 중반인 6월 중순 타카하시 코치와 보직을 맞바꿔, 1군 투수코치로 임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이 종료되고 김재박 감독이 물러나면서 김용수 코치 또한 LG 유니폼을 벗게 되었습니다. 김용수 코치는 구단에서 벌써 두 번째 내쳐진 것입니다. 스카우트 코치의 제안을 받았다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설령 수락하더라도 현장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2년 반 동안 2군에서 쓸만한 투수를 키워내지 못한 점이나, 올 시즌 1군 투수진 붕괴가 김용수 코치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가 팀을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한 평가인지 냉정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군 투수 유망주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스카우트의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2007년까지 입단한 신인들 중에서는 제대로 된 선수 지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이 중론이며, 당시의 스카우트진은 작년 시즌 말 그룹 차원의 감사 이후 옷을 벗어야 했습니다. 원석(原石)이 나쁜데 보석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1군 투수진 붕괴에 대한 책임이 김용수 코치에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올 시즌 개막부터 줄부상에 시달렸던 1군 투수진을 스프링캠프부터 책임졌던 것은 김용수 코치가 아니라 다카하시 코치였습니다. 김용수 코치가 1군에 올라온 6월에는 이미 팀 성적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고, 최원호, 박명환, 정재복, 우규민, 이범준 등 대다수의 투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며 재활군으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고작 3개월을 책임졌던 1군 투수코치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신임 투수코치가 과연 김용수 투수코치보다 어떤 점에서 우월하며 그간 어떤 선수들을 육성하는 업적을 일궈냈는지 의문입니다.

에이스 봉중근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솔직히 밝힌 적이 있습니다.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가 어느 팀의 감독이 되고 싶은지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내년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타격왕 박용택은 ‘볼보이를 하더라도 LG에 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물론 그의 꿈이 볼보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든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은퇴를 선언한 이종열 역시 ‘영원한 LG맨’으로 남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궁극적인 꿈이 무엇인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용수 코치의 사례를 보면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이상훈, 유지현, 김재현이 차례로 옷을 벗는 과정에서 LG는 구심점을 잃고 7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 구심점이란 단순히 고참 선수로서 팀 리더가 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LG에 남아 선수들을 단합시키며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되는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현재 LG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이 왜 LG라는 팀에 몸을 바쳐 충성을 다 하며 뛰어야 하는지 동기 부여가 될 것입니다. 선수로서의 기간은 짧고, 지도자로서의 기간은 길기 때문입니다.

물론 LG에는 프랜차이즈 감독의 참혹한 실패 사례가 남아 있습니다. 이광은 감독은 두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경질되었고, 김재박 감독은 3년의 임기를 채웠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재계약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재박 감독은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트레이드를 자청한 바 있으며, 그의 감독으로서의 업적은 모두 현대 시절에 이룩한 것입니다. 따라서 LG 순혈 출신의 감독은 이광은 감독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이광은 감독의 실패 이후 8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의 사례가 순혈 감독이 실패로 직결된다는 증거도 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LG는 타 구단 출신의 감독이나 베테랑 감독들 역시 참혹한 실패를 맛보고 물러난 ‘감독의 무덤’이기 때문입니다.

김용수 코치가 구단의 스카우트 코치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가 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가 팀을 떠나면, LG 선수들은 과연 LG가 뼈를 묻을만한 구단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은퇴 이후 몇 년 정도 팬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적당히 코치직을 수행시키다, 외부 수혈이나 프런트에 의해 옷을 벗는 것이 수순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도는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잠실야구장 한 구석에 허름한 천 조각으로 남아 있는 영구결번 유니폼에 대해 김용수 코치와 LG 팬들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구단과 프런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김용수 코치에게 한직인 스카우트 코치직을 제안한 것은, 올해도 개최될 러브 페스티벌에서 던질 투수가 없을까봐 걱정하는 프런트의 뜻 깊은 판단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by 디제 | 2009/09/30 14:14 | 야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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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 at 2009/09/30 14:20
이번에 1군 타격코치에 임명된 서용빈 코치의 케이스를 떠올려 보면,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대접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는 뭐 말해봐야 입만 아플 수준입니다. 선수 시절 커리어가 반드시 지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김용수 코치는 검증의 기회를 너무 제한받고 있는 것 같네요. 서용빈 코치의 경우에는 글쎄요.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까지 지나치게 특별 대우를 받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뭐 여기서 두 코치의 입장을 비교하면서 분란 일으키려고 하는 건 아닌데, 디제님 글 읽고 나니 더 울화가 치밀 뿐입니다. 대체 김용수 감독은 언제 쯤 만날 수 있는 걸까요..
Commented by 腦博士™ at 2009/09/30 18:56
에휴,, 그냥 깝깝하네요..
Commented by Seokdonghy at 2009/09/30 19:25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각설하고, 스카우터 직을 제의했다는 것이 참, 김용수 코치 입장에선 머리속이 복잡할 것 같습니다. 스카우터라는 게 1-2년 하고 그만두는 그런 자리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오랜 시간 선수들을 지켜보고 구단의 미래를 위해 스카우트 하는건데..그렇다고 보면 결국 현장에서 꽤 오랫동안 멀어진다는 이야긴데...



Commented by 도박면상 at 2009/09/30 21:41
쥐프런트 프랜차이즈 대우 보면 열불 뻗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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