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30일
나는 갈매기 - 진실성 위협하는 꼼수 편집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09 시즌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갈매기’는 롯데 선수들의 애환과 성취, 고난과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합니다. 사이판의 전지훈련부터 시작해 4월 4일 히어로즈와의 사직 홈 개막전 승리, 4월 23일 SK전에서의 조성환의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한 부상 등 시즌 내내 롯데의 발자취를 밀착하여 스크린으로 투영합니다. 구도 부산의 열정적인 팬들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롯데 팬들의 롯데를 향한 한결같은 사랑을 거침없이 고백하는 장면들과 열정적인 응원도 양념처럼 삽입됩니다.야구장을 찾아 직접 관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TV 화면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는 생생한 야구장의 이모저모를 대형 스크린의 시원한 디지털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갈매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롯데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를 좋아한다면 자신의 응원팀으로 대입하여 감정 이입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팀이 어떤 방식으로 롯데의 시각에서 다뤄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년부터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인지, ‘롯데의 주적은 SK’라고 공공연히 표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2008 시즌 미디어 데이, 조성환 사구 사건, 그리고 송승준의 SK전 완봉 장내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SK에 타깃을 맞춥니다. 아마도 롯데 팬이라면 조성환 사구 사건 당시 공필성 코치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는 영화 속 장면에서 울컥 치밀어 오를 것입니다.
강민호의 기아전 끝내기 홈런이나 홍성흔의 한화전 끝내기 안타 등 화려하고 극적인 장면과 더불어 이면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의 애환도 놓치지 않습니다. 원정 시 호텔 방에 모여 비디오로 전력 분석을 하는 모습이나 경기가 끝나고 남아서 특타하는 모습, 시즌 내내 어깨 부상에 시달린 에이스 손민한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떻게든 마운드에 서려는 모습, 정보명이 2군행을 통보받는 모습,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최대성의 모습, 난타당해 조기 강판당한 후 분을 삭이지 못하는 선발 조정훈의 모습 등 ‘스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선수들의 면모를 잡아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라나 ‘나는 갈매기’가 만족스러운 다큐멘터리인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은 극장에 와서 관람료를 지불하고 영화를 볼 타깃이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프로야구와 롯데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중반부 이후 제시되는 사건들이 시간 순이 아니기에 불친절함에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롯데가 연승을 달리는 것인지 연패 중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일간지나 스포츠신문, 그것도 아니면 부산 일보 기사의 표제들만 잠시 삽입했어도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롯데의 실질적인 2선발 장원준이 등장할 때에는 이름을 알려주는 자막조차 제시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롯데 팬이나 야구팬이 보기에는 깊이가 부족합니다. 야구 다큐멘터리만이 담아낼 수 있는 기술적, 전술적 전문성 같은 것은 전무합니다. 덕아웃과 라커룸 등 팬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을 다룬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이상의 새로움은 찾기 어렵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구단의 허락을 받으면 누구든 이런 정도의 영상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을 위협하는 교묘한 편집은 결정적인 약점입니다. 이를테면 문학 SK전에서 박경완이 롯데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게도 사직의 내야석 끄트머리에 앉아 분통을 터뜨리는 관중의 모습이 삽입됩니다. 송승준이 사직 구장에서 완봉승할 때 삽입되는 그의 여자친구의 열광하는 모습은 인천 문학 구장에서 촬영한 장면입니다.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삽입하기 위해 다른 장소와 상황에서의 영상을 삽입하는 것으로 인해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합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사실성이 곧 진실성이라 한다면, 이처럼 교묘한 편집은 분명 감동을 강요하려는 감독의 지나친 개입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진실성을 결여해 다큐멘터리로서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눈썰미가 좋은 야구팬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꼼수를 부려 다른 대부분의 장면들의 감동과 진실성을 왜 무너뜨린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by | 2009/09/30 10:36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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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기획으로는 대단한 순발력의 작품이나,영화적인 완성도로는 도저히 좋은 점수 주기 힘든 작품으로 감독의 시선이란게 하나도 안느껴졌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은 의도적으로 그렇다고 쳐도 시즌 중반 어정쩡한 시기에 끝났다는 점에서 한 편의 '영화'로서의 완결성은 떨어지죠.
롯데 선수들은 준플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 '나는 갈매기'보고 있답니다.
일종의 '사내 정신교육용 영화'요, 열혈 팬심으로 불타는 롯데팬들은 롯데 선수들의 사내 정신교육용 영화를 포스트시즌 기간동안 극장에서 관람하는 (유료)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