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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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 반세기를 넘어도 변함없는 쿨함 영화

차량을 훔쳐 달아나다 경찰의 검문에 쫓긴 미셸(장 폴 벨몽도 분)은 파리로 돌아와 미국인 여성 파트리샤(진 세버그 분)와 어줍지 않는 도피행각을 벌입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는 가운데, 돈이 떨어진 미셸은 악전고투합니다.

장 뤽 고다르의 1960년 작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기는 걸작입니다. 컬러 영화였다면 5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촌티가 완연했겠지만, 도리어 흑백 영화이기에 당시의 세련된 파리의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더욱 생생하게 스크린을 넘어 옵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와 턴테이블 소리 등 정제되지 않는 도시의 소음들이 가득한 지극히 도회적인 풍경이 ‘네 멋대로 해라’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두 주인공의 매력은 스크린을 꽉 채웁니다. 헤링본 재킷에 짧은 넥타이, 페도라를 눌러쓰고 굵은 담배를 입에 질끈 문 장 폴 벨몽도의 매력은, 극중에서 그가 쓴 입맛을 다시며 비교하는 헐리우드의 아이콘 험프리 보가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입꼬리는 말려 올라간 반면, 큰 눈을 머금은 처진 눈꼬리가 인상적인 장 폴 벨몽도의 장난기 가득한 외모는, 그가 분한 미셸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과 맞물려 비극적이어야 할 마지막 장면조차 쿨하게 승화시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인 날씬한 근육질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폭행, 강도, 차량 절도, 경관 살인과 같은 범죄들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행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을 확인하고도 저주의 말 한 마디(미셸의 이 마지막 대사는 ‘엔드 오브 에반겔리온’의 아스카에게 계승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밖에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나쁜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2000년대 트렌디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도 손색없는 캐릭터가 바로 미셸입니다.

보이시한 짧은 머리의 진 세버그는 미인라면 어떤 머리모양을 해도 아름답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발랄함을 넘어 고혹적입니다. 어지간한 몸매의 소유자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로 줄무늬의 원피스를 입고도 잘록한 허리가 도드라지며 독특한 머리모양과도 어울립니다.

미셸과 파트리샤는 국적의 차이로 사고방식이 다르고, 파트리샤의 프랑스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어떤 연인이든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셸은 수다스러우며, 파트리샤에게 끊임없이 묻고 졸라대지만,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하지 못하며, 이는 비극으로 귀결됩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부유하는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하듯, 카메라는 롱테이크임에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압권은 종반부에 제시되는 360° 회전의 2회 반복입니다. 관객의 위치 및 방향 감각 유지를 위해 카메라는 가급적 180° 이상 회전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누벨바그답게 장 뤽 고다르는 기존의 관습을 과감히 뒤흔들 듯, 카메라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프 컷과 핸드 헬드까지 가미되어 ‘네 멋대로 해라’의 파격적인 카메라 워킹은 도무지 반세기 전 작품의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짧은 머리의 여주인공, 목숨을 건 추격과 범죄 행각, 굵고 짧은 총격 장면, 소음이 고스란히 재현된 도회적 분위기, 핸드 헬드와 점프 컷... 1993년 프랑스 문화원에서 관람했을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제 필름 포럼에서 16년 만에 필름으로 재회한 ‘네 멋대로 해라’를 관람하며 가장 먼저 연상된 것은 바로 왕가위의 ‘중경삼림’이었습니다. 침실에서 속옷차림으로 두 연인이 장난치는 장면 또한 닮아 있습니다. ‘중경삼림’을 가리켜 15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쿨함이라고 평가했지만, 진정한 쿨함은 5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네 멋대로 해라’인 듯 싶습니다.

덧글

  • oIHLo 2009/09/29 13:55 #

    360° 회전의 2회 반복이라면...
    마이클 베이도 결국 고다르에게 영향을 받은 셈인가요 (흠 좀 무섭군요)
  • 잇글링 2010/05/11 00:25 # 삭제

    [잇글링] dreamer님이 이 글을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소설]의 아랫글로 연결하셨습니다.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17622 )
  • 잇글링 2010/05/19 00:56 # 삭제

    [잇글링] 이 글이 [궁극의 랍스타]님에 의해 스크랩되었습니다.(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17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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