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9월 20일 LG:기아 - 박병호, 생각하는 야구가 아쉽다

LG는 1회초부터 9회초까지 매회 안타를 기록하며 7안타의 기아보다 두 배 이상이 많은 15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집중력이 부족한 타선은 적시타를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하고, 시즌 내내 끌려 다닌 기아에 최종전까지 극적인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무수한 기회에서도 적시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타선을 보며 페타지니가 있었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가장 불만스러웠던 것은 박병호의 타격이었습니다. 박병호는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는데, 9회초에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선두 타자 이대형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이후, 박병호는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6-4-3의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4:4 동점으로 맞선 경기 종반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섰다면, 최소한 1루 주자를 2루 주자로 보내는 밀어치는 타격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1루 주자가 도루왕을 예약한 이대형임을 감안하면, 초구에 성급하게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도루를 감행할 수 있도록 카운트 싸움을 했어야 했습니다. 상대 투수가 사이드암 손영민이었으니, 이대형이 도루를 성공시켰을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만일 이대형이 도루에 성공한 다음, 박병호의 진루타가 나왔다면, 1사 3루의 절호의 득점 기회가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초구에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병살타를 기록함으로써 1점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기회를 무산시켰습니다. 뒤이어 곽용섭의 2루타가 나온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습니다. 이것이 과연 ‘생각하는 야구’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최동수가 결장하고, 곽용섭과 함께 박병호가 선발 출장한 것은 승패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내년 시즌을 바라보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곽용섭은 오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로 그런대로 제몫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병살타로 물러나며 5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병호는 점점 그에 걸었던 기대와는 멀어지고 있습니다. 타율은 2할도 되지 않고, 176타수에서 삼진이 무려 69개나 됩니다. 어정쩡한 체크 스윙이 많고, 시원하게 돌려도 공과 방망이의 차이가 현격합니다. 김상현의 전례로 인해 박병호를 성급하게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거나 하지 않겠지만, 유망주 육성보다는 FA 영입이 더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LG 구단과 그룹 수뇌부가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주니치 이병규와 FA 김태균이 LG 유니폼을 입는다면 박병호는 당분간 1군 무대에서 보기 어려워질 듯합니다.

7.1이닝 4실점의 김광수는 외형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투구 내용이었지만, 기실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나쁜 습관을 반복했습니다. 2회초 하위 타선에서 3점이나 만들어줬다면, 선발 투수는 최소한 다음 이닝에서 역전을 허용하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두 타자 최희섭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다섯 명의 타자를 상대로 안타와 볼넷을 반복하며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했고, 이로 인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대량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김광수는 2회말을 제외한 나머지 6.1이닝 동안에는 단 1개의 피안타만을 내주며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그 호투가 빛나기에는 2회말 대량실점이 너무 컸습니다.

오늘 경기도 기아에 패하면서 LG는 기아전을 2승 1무 16패의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마무리했습니다. 기아의 선두 유지에 LG는 확실한 도우미가 되었습니다. 시즌 중 트레이드된 선수가 페넌트 레이스 MVP를 수상하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김재박 감독은 기아전의 압도적인 승패차와 김상현 트레이드의 처참한 실패로 유임론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상황입니다.

유일한 위안은 이대형이 5타수 4안타에 도루 2개를 추가하며 도루 숫자에서 커리어 하이 64개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63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때도, 올림픽 브레이크의 덕을 봤다는 힐난도 들었지만, 올 시즌에는 이를 불식시키며 작년을 넘어서는 도루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남은 3경기에서도 도루를 추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대형은 이종범에 뒤이어 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6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대형이 단순히 도루만 잘하는 선수로 폄하될 때도 있지만, 수비 범위도 매우 넓고 안정적이며, 하체가 무너지는 타격 습관도 상당히 개선되어 가고 있습니다. 밀어치는 타격 능력은 상당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이대형은 2년 연속으로 LG에서 유일하게 전경기에 출장하는 내구성이 뛰어나며 성실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대형이 완성된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이 스물일곱의 이대형은 여전히 진화중이며, 보다 완벽한 선수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됩니다.

by 디제 | 2009/09/20 20:57 | 야구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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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흑곰 at 2009/09/20 21:00
이대형 선수는 한해가 흐를때 마다 진화하고 있네요 -_-)b
Commented by lloyd at 2009/09/20 21:11
박병호도 김용달의 '배팅포인트 앞에놓고 치기'지론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듯여. 지금 당장 피본 선수가 이진영이니...
그리고 대형리는 아직 치는 걸 보니 좀 받쳐놓고는 치는데 치는 꼴이 거의 이치로같이 되는 거 같네요.
Commented by 오가니스트 at 2009/09/20 21:24
그러고보니 시즌중 트레이드 선수가 MVP를 먹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군요....

허허....이번시즌 LG는 참....

내년에는 일단 자루부터 새자루로 바꾸고 시작해야할 듯.....
Commented by 일레갈 at 2009/09/21 01:24
이대형은 점점 자기팀보다 상대팀에게 깝깝해지는 선수가 되고 있네요.
Commented by Cafe Golbang at 2009/09/21 08:35
이대형 선수는 정말 상대팀 입장에서 깝깝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지요...그럼에도 아쉬운게 있다면, 기아의 이용규, 두산의 이종욱 SK의 정근우 등은 1번 타순에서도 주자가 있을 때 충분히 위협적인 선수들이지만 아직 이대형 선수는 상대에게 그 정도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역시 항상 논란이 되는 출루의 문제도 조금더 개선되었으면 하구요. 어쨌든, 내년에는 더 발전할 거라 믿습니다.

최다 안타왕하고 도루왕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Commented by Cafe Golbang at 2009/09/21 08:38
반대로 박병호 선수는....ㅠㅠ 이건 뭐 대놓고 휘두르는 수준이니...김상현 선수와 비교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김상현 LG 시절 암흑기와 비교한다고 해도 박병호 선수보단 김상현 선수가 훨 나았던 것 같아요...

아 전, LG와 KIA를 모두 응원하는, 두 팀의 경기를 챙겨보는 서울사람입니다.. (10년전부터 그래왔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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